이 선수 없었으면 LG 1위 가능했을까…21세기 최초기록 만능 유틸 "내년에도 LG에서 우승하고 싶다"
[스포티비뉴스=신원철 기자] LG 트윈스의 한국시리즈 우승은 정규시즌 1위가 발판이 됐다. 강력한 선발진이 없다는 단기전 약점을 만회하려면 한국시리즈 직행이 필수요건이었다.
정규시즌 1위를 만든 원동력은 두꺼운 선수층이었다. 주전 누가 빠져도 빈틈이 보이지 않았다. 지금까지는 대안이 없다고 생각했던 유격수 오지환의 공백까지 메웠다. 베테랑 내야수 김민성이 있었던 덕분이다.
김민성은 올해 21세기 KBO리그 최초 기록까지 세웠다. KBO가 수비 이닝 기록을 공개하고 있는 2001년 이후 내야 4개 포지션에서 100이닝 이상 수비한 단 한 명 뿐인 유틸리티 선수다. 이 기간 3개 포지션에서 100이닝 이상 출전한 선수는 2009년 롯데 시절의 김민성을 포함해 25명. 대부분 유격수나 1루수 한 포지션을 빼고 3개 포지션을 돌아가며 맡았다(유일한 예외는 2016년 KIA 김주형, 2루수 제외 3개 포지션). 올 시즌 김민성은 보통의 유틸리티 선수들과 달리 1루 수비와 유격수 수비까지 안정적으로 해내면서 진기록을 달성했다.
#김민성 2023년 수비 포지션
2루수 45경기(선발 37경기) 280이닝
유격수 21경기(선발 18경기) 145이닝
3루수 27경기(선발 14경기) 135이닝
1루수 27경기(선발 10경기) 105⅔이닝
합계 112경기(선발 79경기) 665⅔이닝
한국시리즈에서는 1차전을 제외한 4경기에 나와 3루수 대수비로 뛰었다. 4연승으로 우승을 확정한 13일 5차전에서는 8회부터 3루 대수비로 나가 선두타자 박경수의 파울플라이를 처리하며 아웃카운트 하나를 책임졌다. 시상식에서는 "와! 나도 우승 해봤다!"고 외치며 프로 데뷔 후 첫 우승의 감격을 누렸다.
15일 전화 인터뷰에서 김민성은 "아직도 그때 상황이 기억나고 흥분되는 기분이 남아있다. 우승 안 해본 예전에는 하고 나서도 평소와 똑같지 않을까 싶었는데 아직도 생생하다"며 "그래도 우승은 우승이고 일상은 일상이다. 다음 날 바로 아이 데려다주고 그랬다"며 웃었다.
마지막 이닝에는 내심 마지막 27번째 아웃카운트를 자신의 손으로 만들고 싶은 마음이 있었다. 김민성은 "긴장되는 와중에도 마지막 공은 나한테 왔으면 하고 나갔다. 그전에 뜬공이 하나 와서 다행이다. (신)민재한테 공 날아갈 때 너무 좋았다. 울지는 않았다. 벤치에 있던 선수들은' 그렁그렁'할 수도 있는데 나는 마무리를 해야해서 끝까지 긴장을 조금 했던 거 같다"고 돌아봤다.
시상식에서 외친 "나도 우승 해봤다"는 말에 대해서는 "우승 못 하고 은퇴하는 분들도 많지 않나. 나는 우승 빼고는 다 해봤다. 우승하고 시상대에 서니까 너무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그런 말이 나온 것 같다. 내가 어린 선수였으면 마냥 즐겼을텐데 프로 연차가 쌓이다 보니까 남다른 기분이 들었다"고 얘기했다.
경기 후에는 아직도 답장을 다 못 했을 정도로 많은 축하 연락을 받았다. 김민성은 "아직 답장 못 한 것도 많아서 차근차근 하려고 한다. 모든 말씀들이 다 기억에 남고, 특히 올 시즌 내가 했던 것들을 알아주신 분들이 많아서 감사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2014년 넥센 히어로즈에서 염경엽 감독 아래서 주전 3루수로 뛰며 처음 한국시리즈 우승에 도전했으나 삼성 라이온즈에 막혀 준우승에 머물렀고, 9년 뒤 두 번째 도전에서 만능 백업으로 정상에 올랐다. 김민성은 "첫 번째(한국시리즈)는 내가 주전으로 경기를 뛰었고, 두 번째에는 고참으로 뒤에서 준비하면서 나갔다. 주전으로 나갈 때랑 뒤에서 준비할 때랑은 많이 다르다. 시즌을 치르다 보면 분명 주전 선수가 중요하기도 하지만 (주전이)부상으로 빠지거나 하는 어려운 상황에서 후보 선수가 준비를 잘 하고 있어야 공백이 없다. 그 역할을 해내려고 노력 많이 하고 있었는데 우승으로 이어지다 보니까 기분 좋다"고 얘기했다.
올해 다시 선발 출전 경기가 늘어나면서 그동안 가슴에 품고 있던 야심 아닌 야심을 드러낼 수 있었다. 베테랑 백업이 아니라 다시 주전이 될 수 있다는 마음으로 경기에 나간다는 말에 많은 팬들이 감동받았다.
김민성은 "그 마음은 은퇴할 때까지 계속 진행형일 것 같다. 나중에 어떻게 될지 몰라도, 늘 팀 상황에 맞게 준비하겠지만 풀타임 주전이 아닐지라도 나를 필요로 하는 순간에 그런 마음가짐을 갖고 있어야 나름대로 경쟁력이 있을 거로 생각한다. 그때까지 계속 품고 있겠다"고 밝혔다.
스스로 생각하기에도 지난 4월 오지환의 부상 공백을 채운 시간이 가장 기억에 남는다고 했다. 김민성은 "그때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중요도를 봤을 때 LG에서 오지환의 몫이 얼마나 큰지 알기 때문에, 또 지환이를 팬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알기 때문에 부담스럽고 걱정하기도 했다. 그래도 어떡하겠나. 내가 뛸 수 있으면 나에게 기회다. 감독님이 (유격수로)자신있게 써주셨고, 나는 내가 갖고 있는 기본만 하자고 했던 덕분에 그 공백을 잘 채울 수 있었다. 그리고 지환이가 다행히 일찍 돌아와줬다. 허벅지 좀 안 좋았는데 마침 돌아왔다. 그게 우리 팀이 그만큼 잘 돌아간다는 뜻이라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지난해에는 유격수로 뛰지 않았고, 2루수도 시즌 막판에야 다시 시작했던 김민성이 올해는 내야 전 포지션을 안정적으로 지켰다. 김민성은 비시즌 준비와 염경엽 감독의 선택 덕분이라고 했다. 그는 "1루 경험은 많지 않았다. 포지션마다 타구나 스텝, 움직이는 게 달라서 어느정도 준비하지 않으면 실전에서 생각한대로 뛸 수가 없다. 김일경 수비코치님이 많이 도와주셨고 감독님이 4개 포지션에 대해 믿음을 주신 게 자신있게 뛸 수 있는 원동력이 되지 않았나 싶다"고 전했다.
또 4개 포지션에서 100이닝 이상 뛴 진기록을 세운 점에 대해서는 "너무 영광이다. 그건 감독님이 써주시지 않았으면 안 되는 거니까 먼저 감독님께 감사하다. 나가서 잘 하는 게 선수의 몫이다. 나도 빈틈없이 해내서 나갈 수 있던 거니까 감사하게 생각한다"고 밝혔다.
더불어 LG에서는 김민성의 리더십 또한 우승의 발판으로 이어졌다는 평가가 나온다. 전현직 주장 김현수 오지환과 김민성이 팀의 문화를 만들었다는 평가다. 김민성은 "키움에서 처음 왔을 때보다 지금 더 안정적으로 자리를 잡은 것 같다. 이 분위기가 더 잘 자리잡으면 왕조로 나아갈 수도 있다고 생각한다. 선배들과 후배들이 야구 얘기를 자연스럽게 많이 한다. 젊은 선수들의 부족한 경험을 선배들이 조언으로 채워주고, 또 그걸 배우려고 한다. 다르게 보면 잔소리로 들을 수도 있는데 후배들이 선배들의 얘기를 좋게 받아들이는 것 같다. 후배들도 다른 후배들에게 이어준다. 그런 분위기가 좋은 것 같다"고 했다.
한편 김민성은 KBO가 15일 공시한 FA 대상 선수명단에 들었다. 결론부터 말하면 FA를 신청할 예정이다. 그러면서도 김민성은 "LG라는 팀 외에 다른 경우는 생각해 본 적이 없다. LG 선수들과 팬들과 좋은 시즌을 보냈고 우승으로 마무리했다. 앞으로 LG와 함께 하겠다는 생각을 한다. 같이 하고 싶고, 언제 은퇴하더라도 LG에서 하고 싶다. 거취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지만 내년 내후년 LG의 우승 도전에 함께 하고 싶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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