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빠, 나 안아줘" "잘했어, 고생 많았어"…만감 교차한 수능날
주식 개장 시간도 미루고 비행기 이착륙도 잠시 멈추고 온 나라가 숨죽이다시피 했던 하루였습니다. 50만 수험생들은 바로 이 문구를 또박또박 적는 걸 시작으로 시험지를 풀어 내려갔습니다.
4년 만에 마스크 없이 치러진 수능이라 그런지 그 떨림과 간절함이 더 잘 느껴졌는데, 오늘(16일) 시험장 풍경부터 김지윤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기자]
이른 새벽 빠르게 달리는 경찰차
오늘만큼은 중앙선도 넘고 신호도 위반할 수밖에
급하게 차에서 내리는 수험생
[유종선/강서경찰서 경장 : 왜 늦었는지 그런 거 물어볼 여유도 없었거든요. 빨리 타라고 해가지고 사이렌켜고 바로 그냥 (달렸습니다).]
119구급대도 수송작전 참여
시간에 늦은 수험생은 달려가고 또 다른 시험장으로 출발
자율방범대 차를 타고 겨우 시간 내 도착한 학생
[학생 : 감사합니다.]
학생들이 하나 둘 시험장으로 들어옵니다.
부모님과 할머니까지 온 가족이 나왔습니다.
"잘 갔다와!"
"응."
도시락도 정성껏 챙겨 들려 보냅니다.
[김복순/서울 내발산동 : 불고기하고 김치하고 국하고, 따뜻하게 싸줬습니다. 우리 공주 화이팅!]
엄마와 인사하고 시험장으로 향하기 직전, 딸은 한 번 더 부모님을 찾습니다.
"아빠, 나 안아줘."
아빠는 딸을 꼭 안아줬습니다.
딸은 씩씩하게 걸어 들어가지만 부모님은 뒷모습을 바라보면서 한동안 자리를 뜨지 못합니다.
교문 앞에서 두 손 모아 기도하는 학부모들도 많았습니다.
[장선용/서울 목동 : 잠 못자고, 스트레스 받고, 가고 싶은 데 못 가고 안쓰럽더라고요.]
자녀의 노력이 좋은 결실을 맺기 바라면서 눈시울을 붉힙니다.
[성향순/서울 발산동 : 엄마가 직장을 다니다보니까 아이를 챙겨줄 시간이 없었어요. (딸이) 혼자와의 싸움을 매일매일 했었거든요. 미안하고.]
시험장에 들어선 학생들은 마지막 순간까지 정리한 노트를 살펴보고 양손을 맞잡고 긴장도 풀어봅니다.
그리고 8시간 뒤, 드디어 시험이 끝났습니다.
기다리던 엄마에게 안겨 울기도 하고 친구들과 가벼운 장난도 칩니다.
[최승민/수험생 : 오늘은 가족과 오붓한 시간, 고기 사준다 하셔서.]
지난해 시험을 망쳤던 반수생도 오늘은 웃었습니다.
[최윤성/반수생 : 작년에 나올 때는 거의 울면서 나왔는데 그래도 올해는 편안한 마음으로.]
그동안 쌓은 노력을 모두 쏟아붓고 나온 표정은 모두 홀가분했습니다.
[영상그래픽 김형건 김영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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