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청정·공정경제 협정’ 타결…‘202조원 신규 투자 창출 기대’

미국 주도의 다자 경제협력체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가 ‘청정경제 협정’을 타결하면서 ‘거대 청정경제권’이 형성됐다. 이는 한국 등 14개 참여국이 2030년까지 200조원의 역내 신규 투자를 목표로 한다.

또한 IPEF 참여국들은 부패 방치와 조세 투명성 제고 등을 골자로 하는 ‘공정경제 협정’도 타결했다. 이로써 인도·태평양을 아우르는 IPEF 경제권이 한층 구체화하게 됐다.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가 열리는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에서 13일(현지시간) '인도·태평양 경제프레임워크'(IPEF) 각료회의가 진행돼 참석자들이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왼쪽부터 가미카와 요코 일본 외무상, 니시무라 야스토시 일본 경제산업상,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 캐서린 타이 미 무역대표부(USTR) 대표, 안덕근 산업통상자원부 통상교섭본부장, 자프룰 아지즈 말레이시아 국제통상산업부 장관.   샌프란시스코 AFP=연합뉴스

산업통상자원부 등은 지난 13∼14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IPEF 장관회의에서 청정경제 협정(필라3)과 공정경제 협정(필라4)이 타결됐다고 16일 밝혔다.

지난 5월에 체결된 ‘공급망 협정’(필라2)까지 포함하면 IPEF 참여국들은 지난해 5월 출범 1년 반 만에 4개 분야 중 3개 분야에서 성과를 냈다. 다만 환경 등 쟁점이 많은 ‘무역협정‘(필라1) 분야는 아직 타결에 이르지 못하고 협상이 진행 중이다.

필라3에 해당하는 청정경제 협정에는 IPEF 참여국들이 청정에너지원을 포함한 에너지 생산 과정에서부터 탄소 저감 기술, 탄소 거래 시장까지의 에너지 산업 전 단계에서 기술·규범·표준 협력을 강화하는 내용이 포함됐다.

주요국이 시대 조류인 탄소중립 전환을 추진하는 가운데 참여국들은 청정에너지 저장, 재생에너지, 탄소 제거 등 핵심 분야에 민간 투자를 포함해 2030년까지 1550억달러(약 202조원)의 신규 투자 창출 노력을 약속했다.

청정경제 협정은 IPEF 진영 내에서 커다란 청정에너지 협력 사업을 추진하는 구상으로, 미국과 우방국을 중심으로 한 ‘그린블록’ 형성의 성격을 가진다. 또한 참여국들은 매년 ‘IPEF 청정경제 투자자 포럼’을 개최해 공동시장 조성에 나서기로 했다. 대규모 투자를 지원하기 위한 금융 상호 운용도 강화한다.

한국 정부는 원자력발전, 수소 플랜트, 에너지저장장치(ESS) 등 에너지 산업 역량을 가진 한국 기업들이 IPEF 진영에서 수주할 기회가 생길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공정경제 협정(필라4)은 부패 신고자 보호 강화와 정부 조달 과정에서 불법 행위 처벌 규정 도입 등 부패 방지와 조세 투명성 등을 제고하는 내용을 담고 있다.

한국 정부는 공정경제 협정으로 IPEF 참여국 중 국내 투자 기업에 우호적인 사업 환경이 조성되고, 해외 시장 진출 시 이중과세 우려 등 불확실성이 감소할 것으로 전망했다.

앞서 IPEF 참여국들은 지난 5월 공급망 협정(필라2)을 타결한 바 있다. 공급망 위기가 발생할 경우 15일 안에 정부 간 고위급 협의체인 ‘위기 대응 네트워크’를 활용해 대체 공급처와 조달 방안을 마련하는 등 공동 대처에 나선다는 내용이 포함됐다.

아울러 IPEF 4대 분야 중 첫 번째인 무역 협정은 참여국 간 이해관계를 좁히는 데 상당한 진전을 이뤘지만, 타결에는 이르지 못하고 추후 협상을 이어나갈 방침이다.

무역분야 협상은  전자 인증 확대를 통한 통관 효율화 등 ‘무역 원활화’, 규제 도입시 이해관계자 참여 제고 등 ‘모범규제 관행’, 농업, 디지털, 환경 등 여러 하위 세부 의제를 포함한다.

앞서 타결된 공급망 협정은 올해 말이나 내년 상반기, 이번에 타결된 청정·공정경제 협정은 법률 검토 등을 거쳐 내년 중에 발효될 것으로 예상된다.

IPEF는 지난해 5월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중국의 영향력을 견제하고 자국 중심의 경제 질서를 구축하고자 조 바이든 미국 행정부의 주도로 출범했다. 미국과 한국, 일본, 호주, 인도, 태국, 말레이시아, 인도네시아, 베트남, 필리핀, 싱가포르, 브루나이, 뉴질랜드, 피지 등 14개국이 참여하고 있다.

IPEF는 참여국들이 공급망 위기, 기후변화 등 새 도전 과제에 대응해 공동 규범을 형성하고, 중점 분야 협력을 강화하는 데 초점을 맞추고 있다. 전통적 무역협정과 달리 관세 인하 등 시장 접근 확대 논의를 제외다.

김범수 기자 sway@segy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