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적] 광장무
같은 음악에 같은 동작을 하는 광장무는 중국에서 인기가 높다. 참가자가 1억명이 넘는다고 한다. 주축은 1950~1960년대생 여성인 ‘따마’(큰엄마)들이다. 알록달록한 옷을 입고 춤사위를 뽐낸다. “여자가 절반의 하늘을 차지하고 있다”는 마오쩌둥 집권기에 집단생활하며 생산과 돌봄노동을 억척스럽게 병행한 이들은 공동체 경험이 각인된 세대다.
이들이 광장무를 추기 시작한 것은 1990년대 중반 중국의 개혁·개방 이후다. 국유기업 구조조정으로 인해 졸지에 평생직장을 잃은 여성들은 과거 문화대혁명기에 정규교육을 받지 못한 탓에 노동시장에서 밀려났다. 개인화된 경쟁사회는 이들에겐 낯선 현실이었다. 마음을 기댈 곳이 필요했던 이들은 이른 아침이나 해 질 녘 자발적으로 공터에 모여 춤을 추기 시작했다고 한다. 민간이 조직했다는 점에서 문화혁명 때 당국이 강제한 집단가무인 ‘충자무’와는 다르고, 춤을 매개로 일체감을 지향한다는 점에서는 1980~1990년대 유행한 사교댄스와도 달랐다. 이들이 광장무를 추는 곳은 곧 광장이 됐다. 주로 정치행사 공간이던 광장이 춤으로 어울리는 새로운 무대가 된 것이다.
중국 당국은 광장무의 체육적인 이점에 주목해 2015년 12가지 건강체조댄스를 보급하기도 했다. 사회학자들은 광장무를 통한 공동체에 주목한다. 배움에 대한 갈증을 가진 ‘따마’들이 자기실현 수단으로서의 광장무에 참여하고, 춤추는 참가자들끼리 동등한 신분을 가진 풀뿌리 사회적 집단을 구성한다는 것이다. 한 시간쯤 춤추다 지치면 서로 모여 살아가는 이야기들을 나누며 위안을 주고받는다. ‘따마’들은 ‘묻지마 투자’하는 드세고 무식한 여성으로 비하되곤 하는데, 이들의 문화인 광장무는 급격한 자본주의 전환기 속 심리적 완충공간으로서 적잖은 역할을 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서울 대림동의 중국동포 여성들도 매일 오후 두 번 공원 공터에 모여 춤판을 연다고 한다. 중국의 광장무와 달리 춤의 모양은 제각각이지만 함께 슬픔과 우울을 떨쳐낸다. 음악과 춤을 아우르는 악(樂)은 사람들이 서로 감정을 내보이며 이해하고 공감하는 절도 있는 방식이다. 광장무 문화가 한국에서 둥지를 틀 수 있을지 궁금하다.
최민영 논설위원 min@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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