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ESG 공시는 반드시 가야할 길… 기업고충에도 귀 기울여야"
■ 패널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
이승환 ㈜LG ESG 총괄책임
이준희 법무법인 지평 경영컨설팅센터장
정신동 KB저축은행 상근감사위원
■ 사회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高哲연구소장)
김광일 "글로벌 ESG 규율 강화 韓경제에 큰 영향… 기업 적응력 제고위해 공시제 개선"
이승환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의미 없어… 통로 만들고 지표화하는 게 ESG 선결 조건"
이준희 "이젠 기업 비재무적 데이터가 중요한 시대, 누구나 동일 데이터 산출 가능해야"
정신동 "데이터 핵심은 정확·신뢰성… ESG 관련 내부 통제 시스템 점검에도 관심 필요"
"ESG(환경·사회·지배구조) 공시는 거스를 수 없는 대세지만, 내년 1분기 구체적인 공시안 발표 전 당국이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의 의견을 충분히 반영해야 한다." 방수인 SK C&C 디지털ESG그룹장은 16일 서울 중구 대한상의 국제회의장에서 열린 'ESG성패, 데이터에 달렸다' 포럼 토론회에서 "중소중견 기업들이 대응할 수 있게 해야 한다"며 이같이 밝혔다. 지속가능 경영을 위한 프로세스가 제도적으로 공용화된다면 ESG 수준에 대한 실질적인 개선 활동이 더 순항할 수 있을 것이라는 설명이다.
이날 토론회에는 공공 부문과 민간 부문을 아우르는 ESG 전문가들이 모여 다양한 관점에서 심도 있는 토론을 벌였다. 사회를 맡은 김경식 ESG네트워크 대표는 "ESG 관련 포럼에서 정확하게 '데이터'를 키워드로 제시한 것은 디지털타임스가 처음"이라며 "'측정할 수 있어야 검증할 수 있다'는 게 ESG의 기본인 만큼, 오늘 포럼의 의미가 매우 크다"고 운을 뗐다.
김 대표는 "ESG라는 용어는 2004년 코피 아난 전 유엔 사무총장 주도로 유엔글로벌콤팩트(UNGC)에서 발간한 'Who Cares Wins(배려하는 자가 승리한다)'는 보고서에서 처음 공식화됐다"며 "9개국 20여개 금융기관이 보고서 작업에 참여했는데, 이를 계기로 기관 투자자들이 ESG 관점에서 종합적으로 기업을 평가하고 투자를 결정하게 됐다"고 말했다.
이승환 LG ESG 총괄책임은 "ESG 경영의 본질은 '경영'의 정의 앞에 ESG라는 수식어를 붙인 것"이라며 "ESG 경영의 선결조건은 현장에서 생성되는 ESG 데이터의 규정적 요건과 절차적 요건, 기능적 요건을 충족하고 이들을 정렬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데이터 자체만으로는 아무런 의미가 없다"며 "데이터가 의미를 가질 수 있도록 통로를 만들고, 추상적으로 지표화를 해서 그 의의를 밝혀내는 것이 ESG 경영의 핵심이자 요체"라고 덧붙였다.
김광일 금융위원회 공정시장과장은 "최근 ESG 이슈는 시장의 자율 움직임이라는 측면도 있지만, 정부 차원의 규제로 진화하는 측면이 강하다"며 "유럽연합(EU)은 ESG 공시대상을 역내 기업뿐 아니라 EU에서 일정 규모 이상의 사업장을 운영하는 글로벌 기업과 그 밸류체인에 대해서까지 의무를 부과해나가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글로벌 ESG 규율 강화는 대외 의존도가 높고 글로벌 자본시장에 대한 편입이 큰 우리 경제에 광범위한 영향을 미칠 것"이라며 "이에 따라 정부는 이런 변화에 대한 우리 기업의 적응력을 제고하고, 지속가능한 성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을 위해 ESG 공시제도 개선을 추진 중"이라고 설명했다.
법무법인 지평에서 ESG전략그룹을 맡고 있는 이준희 경영컨설팅센터장은 "기존에는 재무제표에 나온 숫자로 기업의 성장성을 읽었다면 이제는 기업의 비재무적 데이터들이 필요한 시대"라면서 "각 ESG 지표의 산출방식이나 출처에 대한 관리로 누구나 동일한 데이터 산출이 가능해야 한다. 향후 ESG 데이터베이스(DB) 자동 추출을 위한 자료로 활용 가능한 ESG경영정보관리의 골격과 프레임이 ESG 경영관리의 경쟁력 요소 중 하나가 될 것"이라고 설명했다.
이 센터장은 "이미 기업 현장에선 ESG 데이터의 비중이 재무 데이터와 비슷한 비중으로까지 올라오고 있는 실정"이라고 소개했다. 미국에 진출하는 국내 중소기업 IR 담당자에게 기술이나 숫자, 비즈니스 적인 측면 보다는 중장기 HR 전략 같은 비정량 데이터도 재무 데이터와 함께 묻고 있다는 것이다.
정신동 KB저축은행 상근감사위원은 ESG 관련 내부 통제 시스템의 점검에도 관심을 가져야 한다고 강조했다. 정 위원은 "글로벌 공시기준 도입이 목전에 다가오는 가운데 무엇보다 ESG 데이터는 정확성과 신뢰성이 요구된다"며 "재무 보고 수준의 엄격한 공시체계를 마련해야 하며, 내부 감사 위험성을 점검하는 증 내부 통제 시스템 점검을 위한 주요 절차를 포함해야 한다"고 밝혔다. 이어 "ESG 관련 소송 건수가 증가 중이며 당국과 사법기관에서 ESG 관련 내부 통제 역시 직접 제지 대상으로 삼고 있다는 점에 유의할 필요가 있다"면서 "ESG 투자와 데이터 관리는 기업 인지도 등 무형자산에도 큰 영향을 미친다"고 설명했다.
또 "공통 공시 구조의 부재와 최고경영자(CEO)의 인식 부족 등으로 인해 ESG 데이터의 수집, 분석, 처리 등이 수작업에 의존하고 있다"면서 "ESG 정보 유형이 다양하고 비정형화 돼있는 만큼, 국내 기업은 해외 가이드라인을 참고하되 우선 순위를 정하고 핵심 요소부터 단계적으로 도입하는 것이 바람직할 것이며, 공시 시스템에 충분한 예산 배정과 투자, 실무 담당 인재 확충 등을 먼저 추진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지속가능 투자의 반대급부로 등장한 '그린워싱'의 위험에 대해서도 지적했다. 정 위원은 "자본시장의 주류 흐름이 되고 있는 지속가능 금융이 성장하고 투자자의 인식이 달라지면서 그린워싱으로 인한 불완전 판매 이슈가 부각될 가능성이 높다"며 "금융회사 또는 금융 상품 단위의 ESG 데이터 정의, 수집, 체계적 관리와 함께 금융 부문에 적용될 공시 기준 마련도 시급하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토론 후 기업 관계자들의 질의가 이어졌다. 조동욱 한국ESG데이터 대표는 "ESG 데이터가 비교 가능하려면 지표가 표준화 돼야 하는데, 정부가 어떻게 대응하고 있는지 궁금하다"고 질의했다. 이에 대해 김광일 과장은 "ESG 공시는 기업의 액태비티나 성과를 시장에 전달하는 것이며 다양한 글로벌 이니셔티브들이 이미 존재하고 정부도 이러한 베이스를 기초로 다양한 논의들을 진행 중"이라며 "한국 기업들도 이미 글로벌 마켓에서 활동고 있어 공시 시행 전 다양한 이해관계자들이 참여해 국제 정합성에 맞추는 과정을 병행할 것"이라고 답했다.
김지섭 셀트리온 과장은 "신약 개발 성과를 사회적 가치로 환산해서 ESG의 한 요소로 강조하려고 하는데, 이를 위해 어떤 노력이 필요하겠냐"라고 물었다. 이에 이준희 센터장은 "ESG 중 S에 '제품 책임'과 '지역사회 임팩트'라는 영역이 있다"며 "'탄소 절감으로 나무를 얼마나 살렸다'는 홍보를 하는 것처럼, 신약 개발과 관련해서도 어떤 사회공헌을 했는지 명확한 임팩트를 스토리텔링할 필요가 있다"고 답변했다. 또 이 센터장은 한국 기업들의 ESG 대응 현황에 대한 질의에 "한국은 수출 의존도가 높아 법제화와는 별개로 미국이나 유럽 등 고객이 요구하는 선진화된 ESG 기준에 이미 맞춰지고 있다"며 "국내 ESG 공시 지연 역시 국내 기업이 미흡해서라기보다는 전방 산업 경쟁력을 위해 미룬 것"이라고 설명했다.
신하연기자 summer@d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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