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끝… 이젠 해방” 그동안 고생 많았다, 아들딸 [현장, 그곳&]
일부는 침울한 표정으로 빠져나와
마중 나온 가족 마주치자 눈물도
“1년 동안 못한 게임 오늘 몰아서 할 거에요!”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4교시(한국사 및 탐구영역)가 마무리 된 16일 오후 4시40분께 수원 매원고 정문은 오색빛깔 우산으로 조금씩 물들기 시작했다. 9시간에 걸쳐 시험을 치르고 있는 수험생 자녀에 대한 걱정을 떨치지 못해 조금 이르게 마중 나온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모여들었기 때문이다.
일부 학부모는 시험 종료 시간이 다 돼도 자녀가 나오지 않자 발을 동동 구르는 등 초조해하며 인터넷에 ‘제2외국어 신청 안 했는데, 제2외국어 보는 애들까지 기다렸다 가나요?’라는 질문을 올리기도 했다.
우주연씨(45·여)도 남편, 중학교 2학년 딸과 함께 활짝 핀 노란색 꽃다발을 들고 아들을 기다리는 데 여념없는 모습이었다. 우씨는 “오후 4시쯤부터 온 가족이 모여 고생한 아들을 축하하기 위해 기다리고 있다”며 “꽃은 그동안 고생한 아들에게 주는 선물”이라고 말했다.
그렇게 40분가량이 흘러 오후 5시20분이 되자 굳게 닫혔던 교문이 열리며 수험생들이 우르르 시험장을 빠져나오기 시작했다. 이들의 표정은 이날 오전 입실할 때와는 달리 대체로 밝아 보였다. 일부 수험생은 시험을 생각보다 잘 치르지 못한 탓인지 침울한 표정으로 터벅터벅 교문을 나서기도 했다.
수원고에 재학 중인 조희찬군(18)은 “생각보다 어려웠지만 무난하게 풀었다”며 “오늘은 가족들이랑 맛있는 밥 먹고 1년 동안 못한 게임 몰아서 할 예정”이라고 웃음 지었다.
같은 시각 인천 남동구 문일여고에서도 비슷한 광경이 펼쳐졌다. 가장 처음으로 교문을 빠져나온 한유진씨(20·여)는 부모님을 마주치자마자 “엄마”하고 눈물을 터뜨렸다. 한씨는 “국어가 어려워서 기분이 안 좋았다”며 “끝나자마자 엄마가 보고 싶어 달려 나왔는데, 보자마자 눈물이 났다”고 속내를 밝혔다.
5교시(제2외국어·한문)까지 진행된 일부 학교에선 어둠이 찾아온 후에야 수험생들의 행렬이 이어졌다. 오후 6시5분께 안양 인덕원고에서도 5교시를 마친 수험생들이 지침과 후련함이 공존하는 표정으로 하나둘 빠져나왔다. 이를 본 학부모들은 그동안 고생한 자녀의 손을 잡고 눈시울을 붉히거나 보듬어 안아주기 바빴다.
시험관 시술을 통해 10년 만에 어렵게 낳은 아들 박규태군(18·안양 동안고)을 기다리던 학부모 박종호씨(55)는 “아들이 좋아하는 중국집을 예약해뒀다”며 “수험기간 너무 고생해 안쓰러웠는데, 좋은 결과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박군은 “국어 과목은 기조가 바뀌면서 문학이 급격하게 어려웠고, 제가 잘했던 비문학은 쉬워져 불리했던 것 같다”며 “긴장이 돼서 피곤한지도 모르겠다. 재수를 했는데 2년 동안 부족하고 게으를 때도 있었지만 끝까지 믿어주신 부모님께 감사하다”고 마음을 전했다.
김기현 기자 fact@kyeonggi.com
황아현 기자 1cor1031@kyeonggi.com
오민주 기자 democracy555@kyeonggi.com
홍승주 기자 winstate@kyeonggi.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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