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독] 총선전 ‘표퓰리즘’엔 여야 쿵짝 잘맞네…11조 달빛철도 예타면제 추진

전경운 기자(jeon@mk.co.kr), 문지웅 기자(jiwm80@mk.co.kr) 2023. 11. 16. 19: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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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68석 거야 원내대표 대구행
홍준표 만나 “정기국회서 처리”
민주당 동의하면 통과는 수순
달빛철도·5호선·신공항 등
선거철 반복되는 대형사업 퍼주기
예타 무력화에 재정 살살 녹는다
홍준표 대구시장(왼쪽)이 16일 대구시청에서 달빛고속철도 논의를 위해 홍익표 더불어민주당 원내대표와 만나 인사를 하고 있다. [사진=연합뉴스]
여야 의원 261명이 찬성하고 있는 달빛고속철도 사업비가 애초 알려진 것보다 3배 가까이 늘어날 것으로 알려지며 논란을 예고했다. 지역갈등 해소를 명분으로 내걸고 있지만 사실상 총선을 염두에 둔 포퓰리즘 정책 아니냐는 우려의 목소리가 나온다.

달빛고속철도는 대구의 옛 명칭인 ‘달구벌’과 광주의 순우리말인 ‘빛고을’의 첫 글자를 따서 지어진 이름이다. 철도건설 아이디어가 나온 뒤 20여년이 흐르는 동안 번번이 좌절됐으나 영·호남 지역갈등 해소, 남부지역 발전 명분에다 2038년에 대구·광주가 공동으로 아시안게임 유치에 나서기로 하면서 급물살을 탔다.

선거 때마다 정치권은 선심성 지역 사회간접자본(SOC) 사업을 추진한다. 이 때 브레이크 역할을 하는 것이 기획재정부의 예비타당성조사(예타)다. 그러나 이마저도 정치권은 ‘예타 면제’라는 특별조항을 법에 규정하는 방법을 통해 무력화하고 있다.

국회에 제출된 ‘달빛고속철도 건설을 위한 특별법안’에는 복선 고속철도로 추진한다고 명시돼 있다. 특별법에 명시된 사업 방향에 따라 국토교통부가 추산한 총사업비 규모는 12년 간 최소 11조2999억원에 이른다. 1년에 1조원 가까운 돈이 필요하다는 얘기다.

국회와 관계부처 등에 따르면 11조2999억원이라는 금액도 최소한으로 잡은 수치인 것으로 전해졌다. 실제 특별법대로 사업에 착수하면 추가로 얼마가 더 소요될지 모른다는 의미다.

대구 출신인 윤재옥 국민의힘 원내대표가 대표 발의한 법안에 야당도 올라타면서 법안 처리는 시간문제로 보인다.

홍익표 민주당 원내대표는 이날 홍준표 대구시장을 만나 정기국회 내에 특별법 처리를 약속했다.

애초 총사업비로 알려졌던 4조5158억원은 2019년 당시 기준으로 산출된 사업비다. 만일 여야와 정부가 현실적 여건을 감안해 ‘단선’, ‘일반철도’로 사업을 전환해 비용을 낮춘다고 해도 4조원대 비용으로는 이제 철도를 놓을 수 없다. 국토교통부가 추산한 단선·일반철도 기준 사업비도 이미 6조원대를 넘었다.

국토부의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는 달빛고속철도가 단선·일반철도로 건설하는 것으로 반영돼 있다. 교통수요 등을 고려해 내린 판단이었다.

그러나 특별법에는 “영호남 간 여객·물류의 확장과 향후 미래 수요를 반영한 복선화 및 첨단화를 추진한다”고 못을 박았다. 국토부가 추산한 달빛고속철도의 수송 수요는 2035년 기준으로 주중 하루 7800명, 주말엔 9700명 수준이다.

국토부는 사업 구간을 일반철도로 하든 고속철도로 하든 시간단축 효과는 크지 않다는 입장이다. 특별법 검토보고서는 “달빛고속철도 사업 노선 구간을 고속철도로 운행하는 경우 84분이 소요되는 반면, 일반철도를 고속화해 운행한다고 가정하면 86분이 소요돼 시간 단축 효과가 크지 않다”며 “예상 여객 수요를 고려할 경우 단선으로도 충분할 것으로 보인다는 입장”이라고 설명했다.

철도가 개통되면 광주에서 대구까지 1시간대 이동이 가능하지만 이미 1984년 개통된 88올림픽고속도로가 있어 중복 투자가 될 수 있다는 우려가 있다. 지난 2015년에는 고속도로 명칭을 광주·대구고속도로로 바꾸고 2조원 이상의 예산을 들여 2차선을 4~6차선으로 확장했다.

예타 주무부처인 기획재정부는 최대 11조원 이상이 소요될 수 있는 달빛고속철도 사업 예비타당성조사 면제에 대해 소극적으로 반대 입장을 밝히고 있다.

기재부는 국회에 낸 의견서에서 “예비타당성조사 관련 기본법인 국가재정법과 별도로 특별법에 예타 특례를 규정하는 것은 신중한 검토가 필요하다”고 했다.

현행 국가재정법에 따르면 총사업비 500억원(국비 300억원) 이상인 신규 사업은 예타를 거쳐 착수 여부를 결정하도록 돼 있다. 국토부 추산대로라면 달빛고속철도 사업은 예타 면제 기준에 비해 사업 규모가 무려 220배에 달한다.

특별법이 국회를 통과하더라도 최종적으로 예타 면제 결정권은 기재부에 있는 것으로 분석된다. 그러나 기재부는 어느 쪽을 택하더라도 정치적으로 큰 부담을 지게 될 전망이다.

기재부가 ‘명분’을 내세운 대규모 사업에 대해 이미 예타 면제를 한 전례가 있는 만큼 이번에도 정치권 압력을 이겨내지 못할 것이라는 관측이 나온다. 예를 들어 가덕도신공항은 13조원대 사업비에도 불구하고 2030부산세계박람회 일정에 맞춰 2029년 조기 개항을 목표로 한다는 이유로 예타를 면제받았다.

문제는 조 단위 대형 사업의 예타 면제 요구가 총선을 앞두고 계속 나오고 있다는 점이다. 민주당은 최근 여당의 김포시 서울시 편입 추진에 대응해 서울 지하철 5호선의 김포 연장 예타 면제를 당론으로 추진하기로 했다.

기재부는 “현재 제4차 국가철도망구축계획에는 58조8000억원 규모의 총 44개 신규사업 등이 포함됐다”며 “타지역 철도사업 등도 특별법을 통한 예타 면제를 추진해 과도한 재정 부담을 초래할 가능성이 있다”고 지적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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