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家 구연경 "선대회장 유지와 관계없이 상속분할 리셋하자"

이재윤 기자 2023. 11. 16. 19: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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구광모 LG회장 상대 상속회복청구 2차 변론기일...김영식 여사와 두딸 총 1조 상속받고도 더 나누자


당초 순수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으로 알려졌던 LG 상속 소송이 고 구본무 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경영권 다툼으로 번질 조짐이다.

구광모 LG그룹 회장을 상대로 한 고 구본무 회장의 부인과 두 딸이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에서 당초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던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가 경영에 참여해야 한다는 뜻을 강력하게 비친 가족간의 대화 녹취록이 공개됐다. 이 발언은 재판 말미에 나온 원고 대리인 측의 "경영권에는 관심이 없다"는 입장과도 배치된다.

당초 세 모녀 측은 故(고) 구본무 LG선대 회장의 유언장이 있다는 말을 믿고 상속에 합의했으나 실제 이같은 유언장이 없다는 것을 알고 상속권을 회복해야 한다는 취지로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했다. 또 LG의 경영권을 침해하려는 것은 아니라는 입장을 견지해 왔다. 하지만 이날 대화당사자 몰래 녹음한 녹취록 속에서 경영 참여의지를 드러낸 대목이 공개돼 논란이 예상된다.

서울서부지법 민사합의11부(부장판사 박태일)는 16일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의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구본무 선대 회장의 부인 김영식 여사와 두 딸 구연경 대표, 구연수씨는 상속 재산 분배과정에서 문제가 있다며 구광모 회장을 상대로 소송을 제기했다. 구 회장과 세 모녀는 이날 재판엔 출석하지 않았다.

이날 변론에서 관심은 세 모녀의 상속 소송 목적에 쏠렸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이 지난달 5일에 이어 증인으로 재차 출석해 세 모녀가 LG그룹의 경영권 참여를 목적으로 상속 분쟁을 제기했다는 사실을 인정했다. 구 회장 측 변호인(피고)이 제시한 2022년 6월 30일자 대화 녹취록의 내용에 대해 사실이 맞다고 설명했다.

녹취록에 따르면 구연경 대표는 "아빠(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와 관계 없이 상속 분할 협의는 리셋(초기화)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하 사장에게 말했다. 하 사장은 이와 관련해 재판 이후 구연경 대표의 경영권 참여 의사를 밝힌 적이 있었냐는 기자의 질문에 "(재판에서) 말씀 드린 내용 그대로"라고 말했다. 세 모녀는 올해 초 상속 분쟁을 제기하기 전부터 경영권 참여를 요구했다는 얘기다.

김영식씨는 같은 자리에서 하 사장에게 "우리가 지분을 찾아오지 않는 이상은 주주 간담회에 낄 수가 없다"고 말했다. 이어 "(첫째딸) 연경이가 아빠 닮아서 전문적으로 할 수 있는 사람이다. 연경이나 제가 뭘 하게 되면 자신있게 잘 할 수 있다"며 "그래서 다시 지분을 좀 받고 싶다"고 말했다.

이는 당초 '경영권 지분은 구광모 회장에게 전부 넘기라'는 구본무 회장의 유지와는 무관하게 재산분할을 다시 하자는 취지다. 하 사장은 구본무 회장이 자필서명한 유지를 담은 메모를 두 모녀에게 보여줬다고 증언했지만 두 사람은 이를 본 기억이 없다며 다투는 중이다. 하 사장은 이번 상속 소송이 알려지면서 LG 그룹의 경영에 차질이 있다고도 말했다.

구광모 LG회장./사진=뉴스1


세 모녀의 지분이 늘어나면 구 회장의 경영권에 차질이 불가피하다. 세 모녀 측은 통상적인 법정 상속 비율에 따라 김 여사와 구광모 회장을 포함한 두 딸이 '1.5대1대1대1'의 비율로 지분 상속을 받아야 한다고 주장한다. 이에 따라 지분구조가 달라지면 구 회장의 보유지분은 6%포인트(15.9→9.7%)가량 낮아진다. 반면 김 여사는 3%포인트(4.2→7.95%) 뛰어 2대 주주 자리에 오르게 된다.

구 회장 측은 4년 전 상속 협의 당시 '원만하게 합의가 이뤄졌다'고 재차 주장했다. LG그룹은 장자 승계원칙에 따라 3대째 경영하고 있는데,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지에 따라 합의가 진행됐다는 설명이다. 특히 세 모녀가 구광모 회장에게 LG경영권을 넘겨주는 내용에 대한 상속 관련 합의를 마무리 하고도 지분을 확보하기 위해 분쟁을 제기했다고 강조했다.

구광모 회장은 구본무 선대회장의 LG지분 11.28% 중 8.76%를 받았다. 구연경 대표와 구연수씨는 각각 LG 주식 2.01%와 0.51%를 받았다. 여기에 김씨와 두 딸은 5000억원 규모 부동산·미술품 등 유산을 받았다. 이날 공판에서 세 모녀가 보유한 상속 재산의 가치가 대략 1조원 가량으로 추산된다는 내용도 제기됐다.

구본무 선대 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에 대해서도 공방이 오갔다. 구 회장 측은 장자 승계 원칙을 골자로 한 구본무 선대회장의 유지 메모가 있었다고 주장했으나, 세 모녀 측은 이를 인정하지 않았다. 하 사장은 세 모녀도 이 메모에 대해 인지하고 있었다고 증언했다. 구 회장 측은 이 메모는 효력을 다해 관행대로 구본무 선대회장 사망 이후 상속세 신고를 모두 마친 후 폐기했다고 밝혔다.

재판부는 증인 심문 이후 조정을 권고했으나 구 회장 측은 이미 재판이 시작되고 증인신문까지 이뤄진 상태에서 최종적으로 법원의 판단을 받는 게 옳다며 재판 속행을 요구했다. 구 회장 대리인 측은 "재판 이전에 여러 차례 상호협의 과정이 있었는데 원고 측에서 소송을 제기했다"며 "이 단계에서 조정을 한다면 잘못한 게 있는 것처럼 보일 수 있어 재판부의 판결을 받는 게 옳다"고 말했다.

이어 "구광모 회장으로의 경영권 승계의 정당성을 확보하는 것이 중요해 의뢰인에게 확인해야겠지만 현재로선 재판을 통해 잘잘못을 가리는 게 옳다"고 말했다. 세모녀 측도 재판부의 조정 권고에 대해 당사자에게 확인하기로 했다. 재판부는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 증인 신문에 앞서 다음 달 19일 비공개로 변론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이재윤 기자 mton@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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