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석열 정부, '검찰 통치' 심각"…10일 중 8일 압수수색
'검찰 편중인사', '국회 우회 시행령 통치', '수사 통치수단 활용' 지적
"윤 정부 들어 잦은 압수수색…표현의 자유 위축, 민주주의 퇴행 우려"
"통치자, 검찰 권한의 정치 이용 유혹 커…수사권·기소권 분리로 권한 분산해야"
윤석열 정부 출범 후 10일 중 8일 꼴로 검찰 등 수사기관이 전 정부나 야당 인사, 노동시민사회단체, 언론인 등 주요 사건 관련 압수수색을 벌였다는 조사 결과가 나왔다. 1년 6개월의 재임 기간 동안 겨우 15주(21.4%)만 빼놓고 줄곧 압수수색을 벌인 것이다.
16일 오후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는 서울 종로구 노무현시민센터에서 '검사의 나라, 다시 민주주의를 모색하다'를 주제로 좌담회를 개최했다.
좌담회는 지난 14일부터 5일 동안 노무현재단과 사회적협동조합 빠띠 등 시민단체가 공동 주관하는 2023 민주주의랩 컨퍼런스 '위기의 시대, 담대한 전환'의 일환으로 열렸다.
"윤석열 대통령, 검찰 운영하듯 국정 운영 '우려'…현실 됐다"
윤석열 대통령이 당선 직후 한동훈 법무부 장관을 지명하는 것을 시작으로 장·차관급 기관장과 대통령실, 국무총리실, 국정원, 금감원 등 주요 권력기관 요직에 검사와 검찰 수사관 출신 인사를 대거 등용해 '검찰에 의한 지배체제'를 구축한 점이 지적됐다.
특히 윤 대통령은 고위 공직자 인사 라인을 검찰 출신으로 채웠다. 인사 추천에 대통령실 복두규 인사기획관과 이원모 인사비서관, 인사 검증에 이시원 공직기강비서관 등을 기용하고 한동훈 법무부 장관이 지휘하는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을 설치하는 등 인사 추천과 검증라인 전체를 전현직 검사와 검찰 출신이 차지했다. 이것이 합리적 토론이나 견제 자체를 어렵게 하고 제대로 된 인사 검증 없이 검찰 출신 인사를 기용하는 구조적 배경이 됐다는 설명이다.
이 사무처장은 "국가수사본부장에 자신과 가까운 전직 검사 정순신을 임명했다가 자녀 학교폭력 무마 의혹으로 하루 만에 임명 철회한 사례가 대표적 부실 검증 사례"라며 "검사 출신이라는 경력이 인사 검증 프리패스가 됐던 것"이라고 비판했다.
심지어 대통령실과 법무부, 국정원 등을 넘어 검사 업무와 관련도 없는 통일부 장관, 국가보훈부 장관과 합의제 행정기관인 국가인권위원회, 국민권익위원회나 금융감독원장, 국민연금 수탁자 책임전문위원회 위원장 등 정책 전문성과 경험이 필요한 사회경제 분야까지도 '검찰 편중 인사'가 이뤄졌다.
윤석열 정부 집권 초기와 비교해 검사와 검찰 수사관이 법무부뿐 아니라 방송통신위원회, 고용노동부, 금융위원회, 교육부 등 정부 각 부처에 대거 파견되고 있는 점도 문제로 지목됐다.
참여연대가 지난 14일 기준으로 집계한 검사 또는 검찰 수사관 출신 △장·차관급과 대통령실 고위 공직자는 23명(사임자 포함) △법무부 소속 및 법무부 파견 검사 67명 △국회 등 외부 파견 검사 48명 △법무부와 외부 파견 검찰 수사관 28명 △검찰 출신 공공기관 임원 18명 등 총 182명에 달했다.
야당인 더불어민주당이 국회 의석 중 다수를 차지하자 윤석열 정부가 국회를 우회하기 위해 '시행령 통치'를 선택했다는 게 이 사무처장의 분석이다.
실제로 윤석열 대통령은 야당 주도로 통과된 양곡관리법, 간호법 등 쟁점 법안에 대해 예외 없이 거부권을 행사하는 대신, 야당과 시민사회의 반발에도 행정안전부 경찰국 신설, 법무부 인사정보관리단 신설, 집시법 시행령 개정 등을 밀어붙였다.
"야당·시민단체 등 압수수색만 124회…검찰 수사를 통치 수단으로 활용"
참여연대가 윤 정부가 출범한 지난해 5월 10일부터 지난 10일까지 주요 수사와 압수수색 횟수를 집계한 결과, 전 정부와 야당, 노동조합, 시민단체에 대한 주요 사건 수는 22건, 압수수색 횟수는 124회에 달했다. 반면 현 정부와 측근 인사 대상 주요 사건 수는 4건, 압수수색 횟수는 24건이었다.
좌담회 발제자로 참여한 시사인 김은지 기자는 "지난 9월 윤석열 정부는 대선 당시 윤 대통령에 대한 명예훼손을 '국기문란 사건'이라고 규정하고 특별수사팀까지 꾸렸다"며 "강남 학원가 마약 사건 이후 두 번째 특별수사팀"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첫 번째 사건의 경우 강력부 검사 4명으로 구성했는데, 이번에는 10명이 넘는 검사와 수사관들이 들어간 상황"이고 덧붙였다.
김 기자는 "뉴스타파, 경향신문 등을 압수수색 했는데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고, 핵심 피의자 소환은커녕 참고인 수사도 제대로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며 "과연 무엇을 위한 수사인가라는 질문을 던질 수밖에 없다"고 꼬집었다.
또 상반기에 한동훈 법무부 장관에 대한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혐의로 MBC 기자를 상대로 압수수색한 사건도 아직 기소조차 되지 않았다고 지적하며 "복잡하고 어려운 사건이 아닌데도 아직 기소되지 않은 것을 본다면 검찰이 정말 유죄 심증을 가지고 수사에 들어간 것인지 의문"이라고 비판했다.
참여연대 사법감시센터 실행위원인 유승익 한동대 교수는 "윤석열 정부 출범 1년 반이 된 현재, 국회 국정감사에서 압수수색 횟수가 논란이 될 정도로 '눈 뜨면 압수수색' 한다는 표현이 낯설지 않다"며 "'전 정권 책임'이라는 말이 상징하듯 윤석열 정권은 철학이나 기조를 자체적으로 정립하지 못하고 검찰권으로 상징되는 권력기관에 기대서 간신히 정권을 유지하고, 이에 따라 언론 자유와 표현의 자유 위축으로 나타나고 있다"고 지적했다.
"검찰 수사권·기소권 분리 필요…민주적 통제 강화해야"
'수사를 이용한 통치'로 인해 검찰의 수사·기소권이 공익적·사회적으로 꼭 진상을 규명해야 할 사건보다 정권 비호나 정치적 목적을 달성하기 위해 이용된다는 점도 지적됐다.
민주사회를 위한 변호사 모임 검경개혁소위원장을 맡고 있는 이창민 변호사는 "10·29 이태원 참사 관련 수사는 검찰청법상 검사의 직접 수사 대상에 해당하지만, 검찰은 수사 개시조차 하지 않았다"고 지적했다.
이 변호사는 "김건희 여사와 관련한 도이치 모터스 주가 조작 사건은 영부인이라는 사회적 지위의 무게감으로 인해 더 공정한 법 집행이 필요한 사건인데 검찰은 수사 의지가 없어 보인다"며 "얼마 전 국회 국정감사에서 수사 의지를 묻는 말에 송경호 중앙지검장은 '수사 중인 사안'이라며 곤란한 상황을 모면하려고만 했다"고 말했다.
'선택적 수사, 선택적 정의'를 주제로 발제한 이 변호사는 "검찰의 권한이 재량과 맞닿아 있어 수사권과 기소권의 분리로 권한을 분산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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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BS노컷뉴스 박희영 기자 matter@cb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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