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능] "지문 긴 국어와 수학 어려웠다…시험 끝나 홀가분"
"맛있는 것 먹고, 보고 싶던 드라마도 몰아보겠다"
(전국종합=연합뉴스) "국어는 지문이 길어 시간이 부족했고, 수학은 킬러문항 없지만 어려웠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이 끝난 16일 오후 수험생들은 밝고 홀가분한 기분으로 시험장을 빠져나오면서 전반적으로 국어와 수학이 어려웠다고 토로했다.
일부 수험생들은 오늘만큼은 모든 것을 잊은 채 "맛있는 것 먹고 보고 싶던 드라마도 몰아보면서 쉬고 싶다"고 말했다.
이날 오후 광주 동아여고에서 수능시험을 마친 학생들은 홀가분한 표정으로 시험장을 삼삼오오 빠져나왔다.
학생들은 긴장 속에 시험장에 들어섰던 아침과 달리 편안한 표정으로 친구들과 대화를 나눴다.
흐린 날씨 속에도 1시간 전부터 학생들을 기다리던 학부모들은 반가운 표정으로 자녀를 맞았다.
일부 학생은 부모 품에 안겨 우는 모습도 눈에 띄었다.
한 수험생은 "국어는 지문이 길어서 문제 풀 시간이 부족해 어려웠지만 일부 문제는 EBS 교재에서 다뤘던 내용이어서 쉽게 풀었다"며 "영어도 평소 공부한 부분이 출제돼 쉬웠지만, 수학은 매우 어려웠다"고 말했다.
작년에 이어 올해 수능에 응시한 재수생은 "작년보다는 수학이나 영어가 쉽게 출제됐다"면서도 "특히 수학은 킬러문항이 없는 대신 중간 난도 문제가 많았다"고 분석했다.
한 학생은 "국어는 시간이 부족해 미처 풀지 못한 문제가 많았다"며 "지문 자체가 어려워 문제를 이해하는 데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경기 수원시 영통구 효원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마친 재수생 김모(20)씨는 "킬러문항이 없다고 해서 난도가 낮아질 줄 알았지만, 오히려 반대였다"며 "모의고사를 포함해 지금껏 풀어본 문제 중 가장 어려웠다"고 지적했다.
이처럼 수험생들은 전반적으로 국어와 수학이 어려웠다는 반응을 보였다.
청주 오송고 유경민 군은 "국어는 EBS 수능교재에서 연계된 지문이 많았지만, 문항이 정교하게 구성돼 정답을 찾기가 쉽지 않았다"며 "수학은 문제를 푸는 데 필요한 계산에서 시간이 오래 걸렸다"고 말했다.
같은 학교 손혜인 학생도 "국어는 킬러문항이 배제됐다는 것을 실감할 정도로 난도가 엄청 높은 문제는 없었지만, 문학이 까다로웠다"며 "탐구영역은 어려운 문제가 뒤에 배치돼 있어 끝까지 긴장을 놓을 수 없었다"고 설명했다.
강원 춘천여고에서도 수험생을 위한 꽃다발과 케이크, 격려 손팻말을 든 이들을 쉽게 찾아볼 수 있었다.
학생들은 부모, 선생님, 친구들과 얼싸안으며 서로를 격려했다. 일부 학생은 부모의 붉어진 눈시울에 함께 눈물을 훔치기도 했다.
정모(18)양은 "1교시 국어영역부터 너무 어려워 당황했고 흔들린 정신을 다잡는 데 애썼다"며 "올가을 모의평가보다 확실히 어려웠던 것 같다"고 말했다.
대전 유성고 앞에서 만난 박우진(18)군은 "지난해처럼 킬러문항은 없었던 것 같은데 국어, 수학 문제 난이도가 전반적으로 모두 높았다"며 "저는 최저기준만 충족하면 돼서 부담이 덜한데 수능이 중요한 친구들은 많이 당황할 만한 난이도였다"고 전했다.
한 수험생은 이날 마중 나온 엄마를 보자마자 "엄마 미안해. 나 국어가 처음부터 너무 어려워서 페이스 조절에 실패한 것 같아"라고 말하기도 했다.
전주 동암고등학교 앞에서 수험생 아들을 기다리던 서모(50)씨는 "오늘 날씨가 추웠는데 밥이 식진 않았을지 아프지 않고 시험은 잘 치르고 있는지 걱정됐다"며 "저녁에 가족끼리 다 같이 모여 아들이 먹고 싶어 하는 메뉴를 먹으면서 힘껏 격려하고 싶다"고 말했다.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고 앞에서 이날 서울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리는 축구대표팀 경기 티켓을 손에 들고 딸 지민(18)양을 기다리던 한지석(53)씨는 "아이가 시험을 준비하면서 고생했는데 뭘 해줘야 하나 고민하다가 딸이 공부하던 것처럼 우리도 뭔가 해보자 싶었다. 경기를 보며 하루만큼이라도 속 시원하게 스트레스를 날리면 좋겠다"고 말했다.
긴 시험을 마친 수험생들의 얼굴에는 밝은 웃음과 아쉬움이 남는 듯한 표정이 교차했다. "수고했다", "애썼다"는 격려와 박수 소리가 곳곳에서 울려 퍼졌다.
강남구 휘문고에선 수험생들이 시험을 마치고 정문을 빠져나오자 얼른 가방을 대신 둘러메고 아들의 등을 두드리는 학부모들도 있었다.
(형민우 손형주 변우열 양지웅 나보배 백나용 권준우 박세진 정종호 김상연 김용태 이주형 최재훈 정보인 김준호)
kjunho@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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