파두 IPO과정 엄정 조사 필요하나 ‘교각살우’는 안돼 [핫이슈]

김병호 기자(jerome@mk.co.kr) 2023. 11. 16. 18:5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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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지효 파두 대표이사(오른쪽 3번째)가 7일 오전 9시 한국거래소 서울 홍보관에서 코스닥시장 상장기념식에 참석해 사진을 찍는 모습. <한국거래소>
최근 국내 자본시장은 김범수 카카오 창업자의 ‘SM엔터테인먼트 시세조종’ 혐의 조사와 함께 반도체 설계(팹리스) 업체인 파두의 ‘뻥튀기 상장’ 논란으로 시끄럽다. 파두가 지난 8월 기술특례를 받아 기업공개(IPO) 됐을 때만 해도 올 매출 1200억원 등 장밋빛 전망이었지만 2분기와 3분기 매출이 각각 5900만원과 3억2081만원에 그치면서 과대 포장 논란이 일고 있다. 실적이 뒷받침되지 않으면서 16일 파두 주가(1만8500원)는 공모가(3만1000원) 대비 2배 가까이 폭락했다. 실제 가치보다 훨씬 높은 가격에 상장됐다는 의혹이 일면서 또 한번 자본시장에 대한 신뢰를 떨어뜨리고 있다.

주로 정보기술(IT)과 바이오 기업들이 기술특례 상장을 한 후 주가 급락은 과거에도 있었지만 파두가 주목받는 이유는 우리나라가 부진한 반도체 설계 분야에서 유니콘(1조원 이상 가치 기업)이 될 것이라는 기대가 컸기 때문이다. 2015년 설립된 파두는 데이터센터용 데이터 저장장치 ‘SSD(solid state drive)’와 낸드(NAND) 메모리에 쓰이는 ‘컨트롤러’가 주력 생산제품이다. 파두가 관심을 끈 것은 미국 빅테크 기업인 메타(페이스북 모회사)를 고객사로 두면서다. 2021년 말부터 기업용인 eSSD 컨트롤러 솔루션을 메타에 공급해왔다. 낸드 메모리를 생산하는 다수의 해외 업체들도 고객사로 두었다. 하지만 파두가 만드는 컨트롤러는 낸드와 SSD 가격에 사실상 연동돼 있다. 컨트롤러를 붙여 파는 구조라 낸드나 SSD 가격이 떨어지면 동반 하락한다. 파두 측 해명도 마찬가지다. “낸드와 SSD 시장의 격한 침체와 함께 인공지능(AI) 강화 등을 위한 데이터센터들의 대대적인 시스템 재점검으로 인해 고객사들이 부품 수급을 전면 중단했다”는 것이다.

현재 논란의 포인트는 지난 8월 상장 전에 2분기 매출과 3분기 상황을 알고도 높은 가격에 IPO를 강행했다는 ‘도덕적 해이’ 여부다. 파두와 상장을 주관한 NH투자증권, 한국투자증권을 상대로 집단 소송을 준비중인 법무법인 한누리 측은 “올해 2분기 매출이 사실상 제로에 해당한다는 사실을 감추고, 지난 8월 7일 IPO를 강행했다”며 “파두와 주관 증권사는 7월 초 상장 및 공모 절차를 중단하고 이후 수요 예측과 청약 등 후속 절차를 진행하지 말았어야 했다”고 밝혔다.

실제 상장 당시에도 세계 팹리스 시장에서 한국 점유율이 1%에 불과한 상황에서 창업한 지 10년도 안된 팹리스 스타트업 가치가 고평가됐다는 지적이 없었던 것은 아니다. 주관사인 NH투자증권과 한국투자증권은 파두의 공모가를 산정하는데 미국 업체들을 비교 대상으로 했는데 실적과 수주 능력에서 무리라는 지적이 나왔다. 하지만 상장 주관사는 공모가가 높을수록 수수료를 많이 받을 수 있어 기업 가치나 실적 전망을 높게 하려는 의도가 있다. 이것도 당국의 조사를 통해 가려져야 할 부분이다.

하지만 업계 일각에서는 파두가 메타 뿐만 아니라 다수의 글로벌 업체에 제품을 공급할 정도로 기술력을 인정받고 있는 상황에서 파렴치한 기업으로 몰고가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다. 한 국내 반도체 업체 임원은 “메모리 반도체 말고 반도체 설계 분야가 매우 약한 우리나라에서 파두 같은 업체는 시간을 갖고 키울 필요가 있다”며 “지금처럼 낸드 가격 하락에 따른 불가피한 실적 감소를 놓고 기술력을 재단해서는 안된다”고 말했다.

파두가 만드는 컨트롤러 특징은 낸드나 SSD 가격에 연동된다는 것이다. 낸드 가격에 따라 실적이 좌우되는데 최근 재고가 많다 보니 낸드 가격이 폭락했다. 메모리 반도체 업황은 바닥을 찍고 상승 전망이 나오고 있지만 낸드플래시는 아직 어렵다는 게 업계 전반의 평가다. SK하이닉스에 따르면 미국 낸드 법인은 지난 3분기까지 3조6724억원의 누적 적자를 기록했다. 작년 연간 적자인 3조 3256억원보다 크다. 적자 원인은 솔리다임인데 이 회사는 2020년 10월 SK하이닉스가 10조3000억 원을 주고 인수한 미국 인텔의 낸드플래시 사업부다. 일본 낸드 업체 키옥시아도 지난 4∼9월 1891억 엔(약 1조6555억원) 순손실을 기록했다. 키옥시아 전신인 ‘도시바 메모리’가 설립된 2017년 이후 같은 기간 내 최대 규모 적자라고 한다. 전문가들은 내년에도 낸드 시장이 빠른 회복은 힘들 것으로 보고 있다. SK하이닉스는 최근 컨퍼런스콜에서 “낸드는 D램 대비 재고 수준이 높고, AI 수요 영향도 D램보다 제한적”이라며 “낸드는 업황 회복에 시간 더 소요될 것”이라고 말했다.

파두 측은 시간을 갖고 기다려 달라는 입장이다. 올 4분기부터 낸드 가격이 안정세에 접어들고 고객사 발주가 재개돼 매출이 늘고 있다는 것이다. 소송이 제기되면 글로벌 수주도 타격을 받게 된다고 우려한다. 법적 리스크를 가진 기업과 거래를 꺼릴 것이기 때문이다. 파두 측은 낸드 재고가 소진돼 안정적인 흐름이 나타날 2024년 하반기부터 본격적인 성장이 일어날 것으로 본다. 파두 측은 “당사의 고객 수가 아직 한정적이기 때문에 불안정한 실적 흐름을 보일 수 있다”며 “2024년 하반기로 가면서 매출 및 수익 안정세가 점차 개선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10월 말 기준 메모리카드와 USB향 범용 128Gb 낸드 가격은 1.59% 상승했다. 모건스탠리는 지난달 파두에 대해 “차세대 데이터센터용 eSSD에 특화됐다”며 목표주가 5만 3000원에 비중확대 의견을 제시하기도 했다.

파두의 IPO 과정에서 불법 여부는 금융당국의 철저한 조사와 법무법인이 제기한 집단소송 등을 통해 밝혀질 것이다. 자본시장을 혼탁하게 만든 흠결이 있다면 엄정한 법적 심판을 받아야 할 것이다. 반면 반도체가 국가산업에 중추 역할을 하는 우리나라에서 기술력있는 스타트업을 쉽게 내팽개칠 일은 아니다. 교각살우(矯角殺牛) 하는 우(愚)는 없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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