李 팬덤정치 결별 촉구한 비명계… ‘국민의당 악몽’ 재현은 친명계에 달려 있다
친명계, 내부 단속부터… 탈당 여지 없다고 못박기도
국민의당 ‘집단 탈당’ 악몽 재현 가능성도 나와
전문가들 “비명계 요구 관철 안 되면 ‘탈당 배수진’ 칠 것”
더불어민주당 내홍이 격화되는 모양새다. 비명(비이재명)계는 내년 4월 총선을 앞두고 이재명 대표의 강성 팬덤 정치 결별과 함께 당 쇄신안을 내달 안으로 제시하라고 촉구했다. 아직은 ‘탈당’ 의지가 없다고 선을 긋지만 친명(친이재명)계는 내부 단속에 총력을 기울이고 있다. 이른바 ‘국민의당 악몽’이라는 ‘집단 탈당’ 선례(先例) 때문이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은 탈당하지 않더라도 친명계로부터 원하는 답을 듣지 못할 시 비명계 의원들이 ‘탈당 배수진’을 칠 수 있다고 전망한다.
16일 민주당에 따르면 대표적인 비명계 인사로 분류되는 김종민·윤영찬·이원욱·조응천 의원은 모임 ‘원칙과 상식’을 출범했다. 이들은 “누구를 반대하기 위해서가 아니라 당의 무너진 원칙과 국민이 요구하는 상식의 정치를 세우겠다”며 “대표 개인의 사법 방어에 당을 동원하는 방탄 정당, 이제는 그만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당 지도부에 ▲도덕성 회복 ▲당내 민주주의 회복 ▲비전 정치 회복 등 3대 쇄신안을 12월 내로 마련하라고 요구했다. 이들은 “돈 봉투 사건, 코인 사건 등 당의 도덕성을 훼손한 사건에 대해 국민 눈높이에 따라 조사하고 단호하게 조치해야 한다”며 “강성 팬덤 정치와 과감히 결별하고 당내 민주주의를 회복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어 “민생과 미래를 위한 비전을 내놓고 선도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현재 이들은 탈당 가능성엔 선을 그은 상태다. 윤 의원은 이날 회견을 마친 직후 기자들과 만나 “4명의 의원이 탈당 부분에 대해서는 이야기를 해 본 적이 없다”고 말했다. 단 지도부가 한 달 내로 변화의 모습을 보이지 않을 경우 결단을 내릴 수 있다고 부연했다.
향후 다른 비명계 의원들까지 대거 합류할 것이라는 전망도 나오자, 총선 공천을 위한 행보를 받기 위한 압박이 아니냐는 지적도 나왔다. 조 의원은 “어이가 없다”면서 “이 대표를 중심으로 똘똘 뭉쳐서 총선 승리하자고 하는 게 (공천을 받는) 가장 쉬운 방법이다. 답이 됐나”라고 말했다.
친명계는 혹시 모를 당내 혼란을 원천 차단하고 나섰다. 홍익표 원내대표는 이날 ‘비명계 의원들의 탈당 움직임이 있다’는 질문에 “그 얘기는 잘 모르겠다”면서도 “탈당 얘기를 한 분이 한 명 있다고는 들었지만, 당장 탈당하겠다는 얘기는 아니었다. 다른 분은 탈당 얘기 자체를 하지 않은 걸로 알고 있다”고 답했다. 친명계를 중심으로 당 내홍이 더 이상 격화되지 않도록 단속에 총력전을 기울일 것으로 보인다.
이처럼 민주당이 내부 단속부터 하는 건 이미 한 차례 경험한 ‘탈당 러쉬’ 전례 때문이다. 제20대 총선 당시 문재인 새정치민주연합(민주당 전신) 대표 시절 계파 갈등으로 비문(비문재인)계가 집단 탈당해 국민의당을 창당해 총선에서 돌풍을 일으켰다. 그 결과 의석 수 38석을 확보하고 당시 새정치민주연합의 텃밭이었던 호남을 뺏기기도 했다.
전문가들은 지금 당장 비명계 의원들이 탈당 움직임을 보이지는 않을 것이라면서도 마지막까지 자신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으면 마지막 카드로 ‘집단 탈당’까지 던질 수 있다고 전망한다.
박상병 정치평론가는 “국민의당 때 안철수 의원과 같이 구심점 역할을 하는 사람이 없을 뿐만 아니라 탈당하는 명분이 약하다. 당장 탈당하지 않겠다는 건 그 의미”라면서도 “당내에 적어도 40명 정도가 비명계다. 지도부에 요구한 협상안, 비전안을 지도부가 들고 오지 않거나 이들의 뜻이 관철되지 않는다면 탈당해 제3지대와의 연대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이준한 인천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오늘 비명계의 행보는 당내 계파 갈등에서 타협과 양보가 전혀 없다는 것을 보여준다”며 “지금 당장은 탈당을 할 생각이 없을 수 있어도, 앞으로 당 지도부가 이들이 요구한 것들을 어떻게 받아들이냐에 따라 그 생각이 달라질 수 있다. 문제 제기를 해도 바뀌는 게 없으니 막판에는 배수진까지 치는 격”이라고 설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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