달려와 안긴 자녀, 부모는 그제야 웃었다…"밤새 게임할 거예요"[르포]

김도균 기자, 박상혁 기자, 이병권 기자 2023. 11. 16. 18:4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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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들. 아빠한테 가방 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4교시 한국사/탐구영역 시험이 끝난 직후인 16일 오후 4시45분쯤.

2024학년도 수능이 이날 오후 5시45분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4교시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가 끝나는 오후 4시37분까지 수능을 치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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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6일 오후 5시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고등학교에서 시험을 본 황도혁군(18)이 자신을 기다리던 부모와 만나 포옹하는 모습./사진=이병권 기자


"아들. 아빠한테 가방 줘."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4교시 한국사/탐구영역 시험이 끝난 직후인 16일 오후 4시45분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고에서 시험을 치른 황도혁군(18)이 나오자마자 부모는 황군을 끌어안고 "고생했다"며 연신 다독였다.

황군은 "아빠가 안아준 적은 없는 거 같은데 좋다"며 웃어보였다. 황군의 아버지는 쑥쓰러운지 아들의 가방을 둘러멨다. 이어 "뭐 먹고 싶냐"는 부모의 질문에 황군은 "갈비"라고 답했다.

2024학년도 수능이 이날 오후 5시45분 5교시 제2외국어/한문영역을 끝으로 마무리됐다. 교문 밖에서 마음 졸이던 가족, 친구들은 수험생을 맞이하며 따뜻한 포옹과 함께 격려를 건넸다. 수험생들의 얼굴에선 허탈감과 해방감이 교차했다.

이날 오후 4시쯤부터 비교적 한산했던 고사장 앞에 사람들이 삼삼오오 모여들기 시작했다. 원서 접수를 기준으로 이날 수능 응시자 50만 4588명 중 15.6%인 8만8849명이 5교시 제2외국어/한문 시험까지 응시했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4교시 한국사, 사회/과학/직업탐구가 끝나는 오후 4시37분까지 수능을 치렀다.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치러진 16일 오후 5시쯤. 서울 양천구 신정동 양천고등학교에서 수능을 치른 학생들이 어깨동무를 하고 덕담을 주고받으며 시험장을 빠져나가는 모습./사진=이병권 기자


4교시가 끝나면서 굳게 닫힌 정문이 열렸고 수험생들이 물밀듯이 고사장을 나왔다. 대부분 5교시에 응시하지 않은 학생이지만 5교시를 포기하고 나온 학생도 더러 있었다. 한 남학생은 수화기 너머 가족에게 "일본어 포기 각서 쓰고 나왔다"고 했다.

대부분 수험생은 자신을 기다리던 부모에게로 달려갔다. 수험생이 나오기 시작한 오후 4시50분쯤 부모들은 까치발을 든 채로 고개를 내밀고 자녀를 불렀다. 하나둘씩 자녀를 만난 부모들의 초조했던 얼굴에는 그제서야 미소가 번졌다.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에서 수능을 본 고3 수험생 한모군(18)은 고사장 앞을 지키던 아버지와 말없이 포옹했다. 한군은 "잘 봤을지 못 봤을지 모를 시험인데 기다리느라 고생하신 아버지한테 감사하다"고 했다.

먼저 대학을 간 친구들이 재수생을 응원하러 온 경우도 있었다. 올해 대학에 입학한 김모씨(19)는 친구 2명과 함께 재수생 친구를 마중하러 휘문고를 찾았다. 김씨는 "오늘 수능 끝났으니 맛있는 거 사주고 인생 상담 해줄 것"이라며 "내일 학교에서 퀴즈(쪽지시험) 봐야 해서 술은 같이 못 먹는다"고 말했다.

오후 5시20분쯤 되자 정문은 다시 닫히고 북적거렸던 고사장 앞에는 다시 정적이 흘렀다. 5교시까지 치르는 수험생을 기다리는 가족들만 남았다.

16일 오후 5시 58분 서울 강남구 대치동 휘문고등학교에서 정문이 열리자 대학수학능력시험을 마치고 나오는 학생들을 맞이하기 위해 학부모들이 하나둘씩 들어오고 있는 모습./사진=박상혁 기자


해가 저물고 난 5시50분쯤 정문을 열고 나오는 수험생들의 얼굴에선 지친 기색이 역력했다. 휘문고에서 수능을 치른 윤주원군(18)은 "국어 특히, 문학이 많이 어려워서 헤맸다"며 "허탈한 심정"이라고 했다.

대부분의 수험생은 수능이 끝났다는 해방감을 만끽하는 모습이었다. 한모군(18)은 고사장인 양천고를 나서며 "수능 보기 전 예상했던 해방감보다 100배, 1000배는 더 후련하다"고 했다. 같은 고사장에서 나온 김모군(18)은 "일단 놀 거다. 눈치 안 보고 잠 안 자고 게임 할 것"이라며 "치킨도 먹고 싶다"며 웃어보였다.

김도균 기자 dkkim@mt.co.kr 박상혁 기자 rafandy@mt.co.kr 이병권 기자 bk223@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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