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객석] 연주자와 숨결까지 소통하며 무대바닥서 듣는 클래식 공연

디지털뉴스부 2023. 11. 16. 1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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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년 연희동 자택서 첫 콘서트 
무대 위 계단석에 관객자리 마련  
1000회 하콘 후 대표직 사퇴
박창수

월간객석과 함께하는 문화마당 더하우스콘서트 대표 박창수

"조금은 믿어지지도 않고, 그러면서 기대도 되고, 또 앞으로의 일이 조금 걱정스럽기도 하고요. 여러 감정이 섞여 있어요" 무려 20년 넘게 지속돼, 10월 중순 1000회를 맞은 공연에 대한 감회를 묻자, 그의 눈빛은 어느새 부드러워져 있었다. 2002년부터 꾸준히 공연을 이어온 더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의 대표인 박창수를 만나 '하콘'에 관해 묻고 들었다.

-첫 하우스콘서트는 2002년 연희동 자택에서 시작됐습니다. 집을 단순히 개방한 것이 아니라 벽을 허물고 개조도 했습니다. 그때의 결심이 궁금합니다.

"제 성격이 외향적이지 않아서, 집을 공개하고 사람들을 맞이하는 것이 굉장히 걱정스러웠는데, 용기 내봤어요. 이 과정에서 아내의 역할이 컸죠. 2002년 월드컵을 거치면서 우리나라에도 대규모 공연장이 많이 생겼어요. 사실 음악은 작은 공간에서 적절한 연주를 했을 때 가장 좋은 소리를 내는데, 사람들이 그걸 잘 모르는 것 같더라고요. 하우스콘서트(이하 '하콘')란 형식의 좋은 문화도 향유할 수 있다는 걸 알리고자 시작했습니다."

-시간이 흐르면서 하콘도 변화를 맞았습니다. 그 과정에서 타협하지 않고 지켜온 하콘의 가치가 있나요.

"관객과 연주자의 직접적인 소통 방식입니다. 연주석과 객석이 따로 구분되지 않는 하콘의 공연은 관객과 연주자를 물리적으로도, 심리적으로도 가깝게 만들어요. 공연이 끝난 후엔 서로 친밀해질 수 있도록 와인 파티도 이어집니다. 몇 년 전부터 유튜브 스트리밍을 시작하고, 음반 발매는 중지하는 등 조금씩 변화가 있었지만, 거리감 없는 소통 방식은 끝까지 지켜질 거예요."

-'한 번도 수익을 남겨야겠다고 생각하지 않았다'라는 각오가 인상적이었습니다.

"평균적으로 1년에 1억 원씩 적자를 봤어요. 사실 하우스콘서트는 구조적으로 흑자를 내기가 쉽지 않아요. 그리고 수익을 내려고 거기에 집착하면 '결국 저 사람도 장사꾼이었네'하는 소리를 들을 테니…. 예전에 '문화가 있는 날'을 통해 흑자가 남았을 때도, 그 돈으로 다른 공연을 다시 많이 만들어 '적자'로 돌아갔습니다."

-바이올리니스트 정경화, 피아니스트 조성진 등 하콘에는 유명 연주자들이 많이 출연하는 것으로 유명한데, 그중 특별히 기억에 남는 공연이 있으신지요.

"2020년, 무관중으로 진행했던 첫 번째 줄라이 페스티벌(7월 1~31일)이 가장 애착이 갑니다. 그때 베토벤 피아노 소나타 32곡을 32명의 피아니스트가 13시간 동안 연속해서 연주했었고, 1번부터 32번까지 전곡을 듣는 관객이 40명 정도나 있었습니다. 그분들을 보면서 '우리나라가 아직 희망이 있구나' 그런 생각을 했죠."

그동안 연희동 박 대표 자택에서 시작된 하콘은 서울 광장·역삼·도곡동의 스튜디오를 거쳐, 2014년 12월부터는 대학로 예술가의 집에서 터를 잡고 매주 월요일마다 공연을 열고 있다. 그렇게 하우스 '안'에서 공연을 열던 하콘이 1000회를 맞아 하우스 '밖'으로 나왔다(10월 10일/롯데콘서트홀). 그런데 무대 배치가 하콘답게 참 독특했다. 관객이 앉는 일반 객석 1·2층 좌석이 통째로 비워져 있었다. 대신 오케스트라의 관현악 연주자들이 앉는 계단석에 관객 100명을 배치했다. 관객들은 무대 위, 그리고 무대와 가까운 합창석에 자리를 잡았다. 원래의 관객석이 텅 비자, 무대 위의 관객들은 이를 신기하게 쳐다보았다. 사람들은 모두 상기된 표정이었고, 입가엔 미소가 걸려 있었다. 그들은 '하콘의 특별한 나들이'에 기꺼이 동참한 친구처럼 보였다. 연주자가 연주에 몰입해 눈썹이 팔(八)자가 되면, 관객의 눈썹도 덩달아 일그러졌다. 연주자가 고요해지면 관객은 숨을 참았다. 객석의 사람들은 어쩌면 연주자와 한마음으로 연주 중이었을지도 모른다. 이 모든 것을 연주자 또한 느끼고 있었을 것이다. 20년 동안 그토록 많은 연주자가 하콘의 무대를 찾았던 이유를 알 수 있을 것 같았다.

-1000회를 기념하는 이번 공연을 위해 하우스 밖으로 나왔습니다.(웃음)

"객석을 모두 채우는 것도 좋지만, 우리가 지금까지 해왔던 관객과 예술가의 거리를 좁히는 방식을 고수하기로 했어요. 그래서 대관료 지불을 감수하며, 평소 하콘의 분위기와 느낌을 사랑하는 관객만 받았습니다. 사람들에게 무대 위에서의 느낌을 제공하고 싶었어요."

-프로그램은 어떻게 구성하신 건지요.

"이번 공연은 1부 1-2-3-4, 2부 4-3-2-1이라는 구조로 되어 있어요. 1번 대편성 악단(에라토 앙상블, 앙상블블랭크), 2번 신진·기성 예술가(첼로 김정아, 피아노 문지영), 3번 관·현악기(색소폰 브랜든 최·피아노 문재원, 아레테 콰르텟), 그리고 4번은 서양·동양의 파이프(오르간 박준호, 생황 김효영·하프 황세희·타악기 김정균)입니다. 대편성 악단이 처음과 끝을 받쳐줍니다. 전도유망한 신진연주자는 물론이고, 롯데콘서트홀에서 공연하니만큼 파이프오르간과, 파이프오르간의 음색을 연출하는 국악기 생황 등이 어우러질 수 있도록 했습니다."

-우리가 '하콘'을 찾아야 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가진 꾸준함과 예술에 대한 이해입니다. 하우스콘서트는 저희 이후에 이미 많이 생겼어요. 제가 헤아려 본 것만 해도 300개가 넘습니다. 근데 그 많은 하우스콘서트들이 하콘처럼 오래도록 미련하게 끌고 나가지 못해요. 그리고 우리는 하콘의 가치를 알고 있습니다. 그게 우리 공연에서도 나타나고요."

-1000회를 맞아 대표직을 물러나, 세대교체를 선언했습니다.

"젊은 사람들이 새로운 아이디어로 새로운 것을 창출해 낼 때가 왔어요. 이제 저는 후배들이 잘할 수 있게끔 받쳐주는 역할을 해야 하지, 직접 나설 때는 아니라는 생각이 들었어요. 학교 다닐 때 몸이 아파 결석도 자주 했던 제가 20년이 넘도록, 단 한 번도 하콘에 빠진 적이 없습니다. 그러다 보니 음악가로서의 활동에 제약이 많았습니다. 이제 조금은 자유로워져서, 제 작품 활동에 집중하는 시간을 가지려고 해요."

-하우스콘서트를 즐기는 팁을 준다면요?

"그 방법이라면 역시, 하콘에 대한 믿음을 갖는 거죠. 번개 콘서트와 연말 갈라 콘서트는 누가 출연하는지 알려드리지 않아요. 그런데도 저희가 인터넷으로 예약을 받았을 때 11초 만에 마감됐어요. '하콘이라면 무조건 간다'는 믿음이 생긴 것 같아요."

글=월간객석 김강민 기자·사진=더하우스콘서트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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