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석] 역대급 롤드컵에 보여준 최고의 응원 문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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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LOL 팬들께서 모이는 커뮤니티를 살펴보면, 본인의 선행을 인증하면서 응원 팀의 선전을 기원하는 글이 연이어 올라왔습니다. 가깝게는 길거리의 쓰레기를 줍거나 헌혈을 하는 것부터, 본인의 상황에 맞춰 기부를 진행하는 모습까지 선행의 종류는 다양했습니다. 팬분들의 바람은, 본인의 선행이 쌓은 '덕'이 응원 팀의 경기에서 좋은 운으로 돌아오길 바라는 것입니다. '길에 있는 쓰레기를 줍자. 티원의 cs에 보탬이 되게'라는 팬의 다짐글이 이런 바람을 요약한 문장이라고 할 수 있겠죠.
이러한 응원 밈의 시초는 야구 MLB의 오타니입니다. MLB에서 역대급 기록을 써내려가고 있다는 오타니는 그라운드 바닥에 버려진 쓰레기를 줍는 모습이 포착되자 "다른 사람이 버린 운을 줍는 것"이라는 말을 남겼습니다. 선행을 쌓아 운을 가져온다는 '아이디어'를 제공한 셈이죠.
그러나 이번 롤드컵의 응원 문화는 오타니의 선행보다 어떤 면에선 업그레이드 됐다고 생각합니다. 본인의 운을 위해서 선행을 하는 것이 아니라, 본인이 응원하는 팀을 위해서 선행을 쌓는다는 이번 선행 문화는 팬들 개개인의 삶에서 선행을 확장시킬 수 있었으니까요. 그야말로 '선한 영향력'이라는 단어가 어울리는 장면이었습니다.
커뮤니티 특성 상 공격적인 언어나 비하, 다툼이 많은 경우가 있는데, 선행 응원 문화는 커뮤니티 자체의 자정 작용을 가져왔다는 점도 긍정적입니다. 실제로 e스포츠 선행 문화의 시발점이 된 글의 주인공은 본인 팀이 떨어진 상황에서 남은 LCK 팀을 위해 기부를 했다는 분이셨습니다. 다투고 반목하기보단 선전을 비는 문화의 시작이었죠. 이후에도 팬 분들은 지나치게 분위기가 과열될 때마다 "덕을 쌓아야 한다"는 말과 함께 자정에 나섰습니다.
선행 문화는 선수들에게도 큰 자부심이 될 것이라고 생각합니다. 팬들이 본인들을 응원하기 위해 선행을 하고 있다는 것은, 선수들에게 팬들을 더 자랑스럽게 하고 또 동시에 팬들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싶다는 생각을 가지게 합니다. 실제로 이번 결승 미디어데이에 나온 선수들 역시 "팬분들의 선행에 대해 감사하게 생각한다"면서 "팬들의 선행 덕에 승리할 수 있었다"고 말하기도 했습니다.
물론 모든 유행이 그렇듯이, 이런 선행 문화의 유행이 언제까지나 계속 될 수는 없을 것입니다. 선행을 통해 응원한다는 팬들의 문화가 한 때의 유행이 끝나더라도 e스포츠의 아름다운 전통으로 남아 소소하게 이어지길 바래봅니다.
허탁 기자 (taylor@dailyesport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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