LG 상속분쟁 속내는?···“경영권 참여 위해 지분 다시 받고 싶다”
LG그룹 상속 소송과 관련, 구본무 LG 선대회장의 장녀인 구연경 LG복지재단 대표(45)가 “(구 선대회장의) 유지(遺旨)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드러났다. 또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받고 싶다”는 뜻까지 밝힌 것으로 확인됐다. 반면 구광모 회장 측은 ‘구 대표 측이 충분한 정보를 받은 상태에서 3차례나 상속분할 협의서에 서명까지 했다’는 입장이다.
16일 오후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 심리로 열린 LG가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에서는 작년 구 대표를 포함한 원고 측이 구광모 LG 회장(45)을 상대로 상속 분할에 이의를 제기하는 과정에서 가족 간 대화를 녹음한 녹취록이 공개됐다.
피고 측은 추가 심문을 위해 증인으로 출석한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에게 녹취록을 토대로 “구 대표가 ‘아빠(구 선대회장)의 유지와 상관없이 분할 합의는 리셋해야 한다고 생각한다’고 말한 것이 맞느냐”고 물었고, 하 사장은 이런 대화가 있었다고 확인했다.
원고 측은 “유언장이 있는 것으로 속았기 때문에 이번 소송을 제기했다”고 주장한다. 반면 녹취록을 보면 원고 측이 오히려 기존에 3차에 걸쳐 이뤄진 ‘상속 합의’를 번복했다는 것이 피고 측 입장이다.
녹취록에는 구 선대회장의 부인인 김영식 여사(71)가 구광모 회장에게 “내가 주식을 확실히 준다고 했다”고 말하며 사실상 가족 간 합의를 인정하는 장면도 나오는 것으로 확인됐다.
특히 김 여사가 “구연경 대표가 잘 할 수 있다. 경영권 참여를 위해 지분을 다시 받고 싶다”고 말한 사실도 녹취록을 통해 공개됐다. 앞서 원고 측은 소송 제기 당시 “경영권 분쟁을 위한 것이 아니다”라고 밝힌 바 있으나 반대 정황이 나온 셈이다.
가족 간 대화 녹취 당시에는 구 대표의 남편인 윤관 블루런벤처스 대표도 배석했던 것으로 알려졌다. ‘이번 소송이 언론에 보도되며 경영에 지장이 있나’라는 질문에 하 사장은 “아무래도 (지장이) 있다”고 답했다.
구 회장 측은 앞서 지난달 5일 열린 첫 변론기일에서는 3차에 걸친 ‘상속분할 협의서’를 공개하며 “(구 대표 측이) 분할 협의 과정에서 충분한 정보를 제공받고 자유롭게 의사를 개진해서 협의서 작성에 이른 것”이라고 주장한 바 있다.
당시 공개된 협의서에는 ‘본인 김영식은 고 화담 회장님(구 선대회장)의 의사를 좇아 한남동 가족을 대표해 ㈜LG 주식 등 그룹 경영권 관련한 재산을 구광모에게 상속하는 것에 동의함’이라는 문구와 함께 김 여사의 서명이 담겼다.
반면 구 대표 측은 지난 재판에 이어 차명재산 존재 여부와 구 선대회장의 유지가 담긴 메모의 파기 경위와 시점 등을 거듭 캐물었다.
구 대표 측 대리인은 구본능 희성그룹 회장(구 회장의 친부)이 하 사장 참관 하에 구 선대회장의 금고를 열어 본 것과 관련, “직계 유족에게 연락도 안 하고 연 이유가 뭐냐”며 “그게 이 사건 분란의 씨앗”이라고 강조했다. 구 회장은 26세인 2004년 큰 아버지 구본무 회장의 양자가 됐다.
이에 하 사장은 “금고는 회사 재산이며 안에는 별것이 없었다”며 “구본능 회장이 2∼3일 뒤에 사위(구 대표의 남편)에게 금고를 연 취지와 안에 있는 물품에 대해 얘기했다고 들었다”고 설명했다.
이날 증인 심문을 마친 뒤 재판장은 양측에 조정을 제안했다.
원고 측 대리인은 “원고 측을 설득해보겠다”고 말했고, 피고 측 대리인은 “이미 1년 넘게 협의를 거치는 중에 원고 측이 일방적으로 소를 제기한 것”이라며 곤란하다는 입장을 내비친 뒤 “피고(구 회장)에게 의사는 물어보겠다”고 답했다.
재판부는 강유식 전 LG경영개발원 부회장 증인 심문에 앞서 다음달 19일 변론준비기일을 갖기로 했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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