AI·마약 등 쉬운것부터 손잡은 미·중… 관계 회복 첫발 뗐다[막오른 APEC 정상회의]

홍창기 2023. 11. 16. 18:1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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펜타닐 협력·군사대화 재개 합의
대만·수출 통제 놓고 입장차 여전
회담 마친 바이든 또 '독재자' 발언
해빙무드 찬물 될라 中 반응 주목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 화춘잉 엑스 캡처 연합뉴스
【파이낸셜뉴스 샌프란시스코·베이징=홍창기 정지우 특파원】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양국의 고위급 군사대화를 복원하기로 합의했다. 중국산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의 미국 유입을 막기 위한 조치에 대해서도 의견을 같이했다. 또 두 정상은 인공지능(AI)의 위험성에 공감하고 논의를 지속해 나가기로 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한반도 비핵화 문제도 강조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을 앞두고 회담장 밖에서 시 주석을 기다리는 등 그를 배려하는 모습을 보였다. 그러나 양측은 국익이 걸린 민감한 문제에선 양보하지 않았다. 핫 이슈였던 대만 문제에 대해 서로의 주장을 되풀이했고, 중국이 원했던 미국의 대중국 수출통제 완화에 대해서도 진전된 합의를 이뤄내지 못했다.

■366일 만의 만남, 군사대화 재개 등 합의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의 정상회담은 지난해 인도네시아 발리에서 열린 주요 20개국(G20) 정상회의 후 366일 만이다. 또 두 정상의 두 번째 대면 정상회담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회담장인 우드사이드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 먼저 도착, 회담장 문밖에서 기다리고 있다가 이날 오전 11시17분께 시 주석이 검은색 승용차를 타고 도착하자 반갑게 악수하며 맞이했다.

공개된 모두발언에서 바이든 대통령은 "우리는 항상 의견일치를 본 것은 아니지만 우리의 만남은 항상 솔직하고 직설적이고 유용했다"면서 "경쟁이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해야 한다.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은 "충돌과 대치는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말을 시작했다. 이어 "중국과 미국은 역사와 문화, 사회제도와 발전 경로가 서로 다르다는 것은 객관적 사실"이라며 "그러나 서로 존중하고 평화롭게 공존하고 윈윈 협력을 추구하는 한, 이견을 극복하고 양국이 잘 지낼 수 있는 올바른 길을 찾을 수 있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회담을 시작한 양국 정상은 이날 펜타닐 협력을 비롯해 고위급 군사대화 재개, AI에 대한 양국 전문가 대화 추진 등에 대해 의견을 같이했다.

양국의 군사대화 재개는 그동안 미국이 의도치 않은 무력충돌을 막기 위해 꼭 필요하다고 주장해 온 내용이었는데 중국의 동의를 얻어냈다. AI 문제와 관련, 양국은 AI 문제와 관련된 합의를 발표할 준비는 되지 않았기 때문에 추가 논의가 필요하다는 데만 인식을 같이했다.

두 정상은 이날 논의에 진전을 이룬 3가지 문제 외에 중국 당국의 미국 국적자 출국금지, 인권, 남중국해 문제 등에 대해서도 논의했다. 또 대만해협의 평화와 안정, 중국의 비시장경제 관행에 대해서도 대화를 나눴다.

■대만·수출통제 문제 해결은 미흡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국가안보에 필요한 대중 수출통제는 계속될 것이라고 재확인했다. 특히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에 미군을 상대로 사용할 수 있는 기술을 제공하지 않을 것이라고 강조했다.

할 말을 다 한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정상회담에 대해 "우리가 해온 가장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 중 하나"라고 평가했다. 이어 "우리는 일부 중요한 진전을 이뤘다"고 설명했다. 특히 그는 이날 기자회견에서 정상 간 소통을 포함, 중국과 고위급 외교를 이어갈 것이라고 힘줘 말했다. 중국과 경쟁하면서도 경쟁이 분쟁이나 우발적 충돌로 비화하지 않도록 책임 있게 관리하고 이해관계가 일치하는 분야에서는 가능한 한 협력하겠다는 입장을 재확인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나는 위기가 발생하면 전화기를 들고 서로 직접 통화하자는 데 동의했다"고 강조했다.

시 주석 역시 미중 협력과 소통을 강조하면서도 대만, 미국의 수출통제 문제에 대해선 날을 세웠다. 대만은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미국이 수출통제로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훼손하고 있다는 것이 골자다. 바이든 대통령과 입장이 갈린다.

대만 문제는 중국의 핵심이익이면서 건드려선 안 되는 '레드라인'으로 꼽힌다. 미국의 수출통제는 부동산 침체, 투자부진, 수출둔화 지속 등 현재 중국의 경기냉각과 연관이 있는 것으로 해석된다.

시 주석은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면서 "미국은 중국의 우려를 진지하게 받아들이고 일방적인 (수출)제재를 해제하는 조치를 취해 중국 기업에 공정하고 비차별적인 환경을 제공하길 바란다"고 말했다.

■성과 있었지만 양국 관계는 여전히 불안정

그러나 회담 성과에 대한 전문가들의 의견은 엇갈렸고, 향후 미중 관계에 대해서는 부정적인 의견이 더 컸다.

이번 정상회담이 극도로 경색됐던 미중 관계를 완화하는 데 어느 정도 도움은 됐지만 양국의 깊은 마찰을 해결하는 데는 도움이 되지 못했다는 분석이 나오고 있는 것이다.

워싱턴의 싱크탱크 저먼마셜펀드의 보니 글레이저 인도태평양 담당국장은 "양국 정상들은 기후문제 등에서 큰 동의를 얻었다"며 이는 양국의 관계가 진전된 것이라고 평가했다.

미국 정보장교 출신으로 현재 조지타운대 연구원인 데니스 와일더도 "오늘 회담은 미중 관계에 일종의 방화벽을 세웠다"고 긍정적으로 평가했다. 하지만 그는 "이 긍정적인 순간(미중 정상회담)은 연약하다"면서 "작은 파열 하나가 미중 관계를 큰 위기로 바꿀 수 있을 만큼 취약하다"고 지적했다.

당장 이날 기자회견 후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언급한 것이 양국 관계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된다. 공식 기자회견을 마친 뒤 퇴장하던 바이든 대통령은 '시 주석과 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독재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그는 1980년대 이래로 독재자였다"고 말했다. 이에 대한 중국측 반응은 아직 나오지 않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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