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소심서 형량 높였다”…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 ‘성범죄 판례’ 공개

조희대 전 대법관이 8일 오후 서울 종로구 성균관대학교 법학전문대학원에 있는 사무실에서 동료교수들의 축하를 받고 있다. 윤석열 대통령은 이날 차기 대법원장 후보자로 조 전 대법관을 지명했다. [연합]

[헤럴드경제=주소현 기자] 조희대 대법원장 후보자가 또다시 자신이 맡았던 성범죄 사건의 주요 판례를 자진 공개했다. 성범죄에 관대한 것 아니냐는 비판 여론을 잠재우기 위해 적극적인 선제 대응에 나선 것으로 풀이된다.

조 후보자 측은 16일 기자들에게 배포한 8쪽 분량의 설명 자료를 통해 “법과 원칙에 입각해 증거 관계에 따라 범죄 성립 여부 및 양형 등에 관해 엄정하게 판단해 왔다”고 밝혔다.

2019년 9월 주심 대법관을 맡은 조 후보자는 업무상 위력을 이용해 비서를 강제추행한 혐의로 기소된 회사 대표에게 무죄를 선고한 원심 판결을 파기했다. 피해자가 범행 상황을 정확히 진술하지 못해 신뢰할 수 없다고 본 항소심 재판부의 판단이 틀렸다고 봤다.

당시 대법원 판결문에서 “표현 상의 차이로 인해 사소한 부분에 일관성이 없는 것처럼 보이는 부분이 있거나 최초의 단정적인 진술이 다소 불명확한 진술로 바뀌었다고 해서 그 진술의 신빙성을 특별한 이유 없이 함부로 배척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이를 두고 조 후보자 측은 “성범죄 사건 피해자의 입장을 충분히 고려해야 하고 그 진술의 신빙성을 쉽게 배척하면 안 된다고 강조한 사례”라고 설명했다.

조 후보자가 항소심 재판부였던 2007년 4월 피고인들의 형량을 일제히 높인 판례도 예로 들었다. 여성을 납치해 집단으로 강간하고 추행한 사건에서 “피해자가 쉽게 극복하지 못할 정도의 극심한 정신적·육체적 고통을 느꼈을 것으로 보인다”고 봤다.

성범죄로 피해자를 다치게 한 사건의 피고인들이 증거가 부족하고 피해자와 합의했다는 이유로 1심에서 공소 기각됐으나 항소심에서 면밀한 증거 검토 끝에 유죄로 판단을 뒤집은 사례도 있다고 밝혔다.

조 후보자 측이 성범죄 사건 판결과 관련해 공식 대응에 나선 것은 지난 10일에 이어 두 번째다.

앞서 조 후보자는 ‘주한미군 성폭행 사건’ 항소심에서 형량이 줄었다는 지적이 나오자 “증거 관계에 따라 혐의가 달라졌기 때문”이라는 취지로 해명한 바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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