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대만선거 개입 말라”… 習 “넘어선 안 될 레드라인 있다” [미·중 정상회담]

박영준 2023. 11. 16. 18: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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美·中 정상, 쟁점별 입장은
“경쟁이 무력충돌로 비화 안돼” 공감
시진핑, 대만 문제엔 강경입장 고수
美 수출통제엔 “中 발전 억압” 지적
백악관 “美 안보 위해 필요한 조치”
美, 이란 도발 자제 ‘中 역할’ 강조에
中 당국자 “이란과 대화했다” 밝혀

1년 만에 성사된 미·중 정상회담은 양국 간 군사 대화 재개를 통해 전략 경쟁이 무력 충돌로 번지는 것을 차단했지만 중국이 ‘핵심 이익’으로 간주하는 대만 문제나 첨단 기술 분야의 수출 통제 조치 등 주요 현안에서 이견을 좁히지 못했다. 소통 재개를 통한 ‘현상 유지’ 수준에 그쳤다는 평가가 나온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은 15일(현지시간) 미국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연안의 사유지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만나 약 2시간20분간 정상회담을 갖고, 핵심 참모를 대동한 업무오찬, 1시간가량의 산책까지 4시간 동안 회담했다.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오른쪽 첫번째)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왼쪽 첫번째)이 15일(현지시간) 파일롤리 에스테이트에서 열린 정상회담에서 양측의 입장을 얘기하고 있다. 우드사이드=AP연합뉴스
미·중 양국이 군의 고위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사령관급 전화통화 등을 재개하기로 한 것은 이번 회담의 주요한 성과물이다. 미 고위당국자는 정상회담 직후 기자들과 만나 바이든 대통령이 시 주석에게 양국 간 군사 대화를 제도화해야 한다고 매우 분명하게 요청했고, 중국이 이에 응했다고 설명했다. 이 당국자는 현재 공석인 중국 국방부장이 임명되는 대로 로이드 오스틴 미 국방장관과 만나기로 했다고 말했다. 중국 외교부도 회담 결과 자료에서 미·중 군사 대화 재개를 공식화했다.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은 각각 정상회담 모두 발언을 통해 “책임 있게 경쟁을 관리해야 한다”, “갈등과 충돌은 양쪽 모두에게 감당하지 못할 결과를 가져올 것”이라고 밝혔다. 미·중 모두 무력 충돌은 피해야 한다는 공감대를 형성한 것이다. 다만 중국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전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을 계기로 미국과의 군사 대화를 중단했던 것을 고려하면 군사 대화 재개가 미·중 관계 개선으로 곧장 이어지긴 어렵다는 평가도 나온다.

중국 외교부 발표 자료에 따르면 시 주석은 “중국은 미국을 추월하거나 대체할 계획이 없으며 미국 역시 중국을 압박하고 억제하겠다는 계획을 하지 말라”며 중국의 ‘핵심 이익’을 존중하라는 메시지를 던졌다.
바이든 대통령도 기존의 입장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그는 이날도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는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양안 문제의 일방적 현상 변경에 반대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미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이 내년 1월에 있을 대만 총통선거와 관련, 시 주석에게 개입하지 말 것을 요구했다고 전했다.

시 주석은 회담에서 “중국은 결국 통일될 것이고 반드시 통일될 것”이라고 밝히는 등 대만과 관련한 강경한 입장을 굽히지 않았다.

시 주석은 특히 회담에서 미·중 관계에서 △올바른 인식 발전 △이견 관리 공동 노력 △상호 이익 협력 공동 추진 △주요국으로서 공동 책임의식 △인적 교류 공동 추진 등 다섯 가지 기둥을 함께 구축해야 한다고 주장했다. 그중 첫번째로 꼽은 ‘올바른 인식 발전’을 통해 “중국에는 반드시 지켜야 할 이익과 지켜야 할 원칙, 넘지 말아야 할 레드라인이 있다”고 언급했는데 이는 대만 문제를 겨냥한 것이다.
중국 외교부 발표문에 따르면 시 주석은 이날 회담에서 미국의 첨단 기술 분야 대중국 수출 통제 조치를 강한 톤으로 비판했다. 시 주석은 “중국의 과학기술을 억압하는 것은 중국의 발전을 억제하고 중국 인민의 발전 권리를 박탈하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반면 백악관은 성명을 통해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정책, 비시장적 경제 관행, 미국 기업에 대한 징벌적 조치에 대해 지속적인 우려를 표명했다”면서 “미국의 첨단 기술이 미국의 국가 안보를 저해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기 위해 (대중 수출 통제 같은) 필요한 조치를 계속할 것”이라고 밝혔다고 전했다.

이날 회담에선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 무장정파 하마스의 전쟁, 러시아의 우크라이나 침공 문제도 테이블에 올랐다. 미 고위당국자는 바이든 대통령은 이란이 중동에서 도발로 여겨질 수 있는 행동을 하지 않도록 중국이 영향력을 행사하면 좋겠다고 밝혔고, 중국 당국자들은 중국이 중동 지역의 위험과 관련해 이란과 대화를 했다고 설명했다고 전했다. 이 당국자는 우크라이나 전쟁과 관련해서는 바이든 대통령이 우려를 표명했다고 밝혔다. 중국의 러시아 지원에 대한 반대 입장을 밝힌 것으로 해석됐다.

워싱턴·베이징=박영준·이우중 특파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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