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리뷰] 밋밋함과 담백함 사이 아쉬운 줄타기…이동욱·임수정 '싱글 인 서울'
밋밋한 것일까, 담백한 것일까. 으레 로맨스 영화를 보며 기대하는 설렘은 찰나일 뿐, 뜨뜻미지근하게 개운치 않은 뒷맛이 입안을 맴돈다.
영화 '싱글 인 서울'은 자발적으로 연애를 끊고 혼자가 된 삶을 즐기는 유명 수능 논술 강사이자 인플루언서 박영호(이동욱)가 언제나 연애를 꿈꾸는 출판사 편집장 주현진(임수정)과 함께 싱글 라이프에 관한 책을 만들면서 벌어지는 이야기를 그린 작품.
돈, 시간, 열정을 스스로에게 쓰는 싱글의 삶은 '매일이 축제'라는 영호는 "혼자가 아닌 자 모두 유죄"라 외치며 지독할 정도로 비연애 주의를 신봉한다. 반면 늘 연애에 목말라 있는 현진은 쉽게 사랑에 빠지고, 누군가와의 만남을 그리워한다. 둘은 연애관만 다른 것이 아니다. 영호가 계획적이고, 꼼꼼하고, 이성적이라면 현진은 즉흥적이고, 틈이 많고, 감정적이다. 이처럼 너무 다른 가치관과 취향의 교집합을 찾아볼 수 없는 두 사람은 함께 책을 만들며 조금씩 끌림을 느끼게 된다.
문제는 두 명의 주인공 사이에서 느껴지는 설렘이 스크린 밖 관객에게까지 닿지 않는다는 것이다. 캐릭터의 감정은 물론이고 이들이 만들어 가는 서사 역시 지나칠 정도로 평면적이다. '썸'과 '연애' 사이에서 갈팡질팡 하는 이들의 모습이 현실 속 우리와 닮아 있긴 하지만, 영화는 물을 많이 넣은 라면처럼 싱겁고 맹숭맹숭하다는 인상을 지우기 어렵다.
특히 영화 말미 '첫사랑'이 영호 앞에 다시 나타난 이유가 밝혀지는 서사는 다분히 비현실적이라 쉽사리 공감이 어렵다. 썸과 연애 사이 묘한 경계선에 서 있는 이들의 모습을 그리며, 개인주의와 자발적 비혼주의와 트렌드가 되어버린 요즘 세대의 공감대를 그리던 영화는 갑작스레 방향을 비튼다. 덕분에 후반부로 치달을 수록 관객은 현실과 동화 사이에서 마음 둘 곳을 잃고 부유하게 된다.
택시를 타고 거리를 내달리며 연거푸 초록색인 신호등을 보고 '그린라이트'라고 좋아하는 현진과 달리, 영화는 계속해서 주황색 불에 멈춰서는 느낌을 주는 이유다. 조금은 전형적이고 뻔할 지라도 매력적인 로맨틱 코미디를 기대했다면, '싱글 인 서울'은 답답할 정도로 갈팡질팡 하는 누군가의 지루한 연애담을 읽는 듯하다.
이번 작품으로 첫 스크린에 데뷔한 이상이 씨 역시 넘치는 개성과 독특한 캐릭터로 극에 활기를 더한다. 물론 주연인 이동욱 씨를 필두로 이솜, 장현성, 김지영, 이미도 씨 등 또한 부족함 없이 제 역할을 충실히 해냈다.
'싱글 인 서울'은 관계와 연애에 대해 생각할 수 있는 기회를 마련해준다는 장점과 더불어 설렘을 느끼기에는 다소 힘이 부족하다는 단점이 공존하는 만큼 관객에 따라 호불호가 갈릴 수 있는 작품이다. 최근 극장가에서 '달짝지근해: 7510', '30일' 등 로맨틱 코미디 장르의 영화가 의외의 선전을 이어가고 있는 가운데, '싱글 인 서울'이 앞선 작품들의 흥행 바톤을 이어갈 수 있을지는 미지수다.
영화 '싱글 인 서울'. 박범수 감독 연출. 이동욱, 임수정, 이솜, 장현성, 김지영, 이미도, 이상이, 지이수 등 출연. 12세 관람가. 러닝타임 103분. 2023년 11월 29일 극장 개봉.
YTN 김성현 (jamkim@yt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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