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문항 빠졌지만 변별력 확보"..국·영·수 모두 만만치 않았다

세종=유효송 기자, 이창명 기자 2023. 11. 16. 18: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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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4학년도 수능](종합)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당일인 16일 오전 서울 중구 이화여자외국어고등학교에서 수험생들이 마지막 준비를 하고 있다. 올해 수능은 오전 8시40분부터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일제히 치러진다. /사진=머니S 장동규 기자

공교육 과정에서 벗어난 '초고난도(킬러) 문항'을 배제한 2024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이 베일을 벗었다. 국어가 지난해 수능보다 다소 어렵게, 수학과 영어는 비슷한 난도로 출제되면서 변별력을 갖췄단 평가가 나왔다. 다만 올해 재수생 등 'N수생(졸업생)' 비율이 27년만에 최고 수준을 기록한데다 국어와 수학의 표준점수 차가 줄어들 것으로 예상되면서 상위권에선 다양한 변수가 돌출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

올해 수능은 16일 8시40분 전국 84개 시험지구 1279개 시험장에서 치러졌다. 1교시 국어영역을 기준으로 전국 44만8228명이 수능에 응시했다. 결시율은 10.6%(5만3093명)다. 특히 세 번째로 치러진 '문·이과 통합' 수능으로 모든 수험생이 국어와 수학에서 공통 과목을 함께 본 뒤 선택 과목을 골라 응시하는 방식이다. 국어 선택 과목은 '화법과 작문', '언어와 매체' 등 2과목, 수학 선택 과목은 '확률과 통계', '미적분' '기하' 등 3과목이다.
"국어 지난해보다 어려워, 수학 최상위권 변별력 높아질 것"
수능 출제기조 분석에 나선 EBS현장교사단은 국어와 수학에서 킬러문항을 제외하고도 문항 자체의 변별력은 확보했단 분석을 내놨다. 국어영역의 경우 지난해 수능보다 어려웠다고 평가받은 9월 모의평가(모평)보다 더 까다로워졌단 게 공통적인 의견이다. EBS 수능 교재와의 연계율은 50% 정도로 유지했지만, 지문의 개념을 선지에 적용하는 사고력이 필요한데다 선지를 보다 정교하게 구성해 꼼꼼히 읽어야 정답을 고를 수 있었단 점에서다. 지난해 수능은 국어 표준점수 최고점이 134점, 9월 모평의 경우 142점이었다. 시험이 어려워 평균이 낮으면 표준점수 최고점은 상승한다.

EBS 현장교사단 소속 윤혜정 서울 덕수고 교사는 이날 정부세종청사에서 진행한 국어 영역 출제 경향 브리핑에서 "지난해 수능, 9월 모평보다 수험생들이 다소 어렵게 체감했을 것"이라며 "공교육에서 다루지 않는 소위 '킬러문항'은 확실히 배제됐지만 다양한 난이도의 문항·선지로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설명했다. 공통과목인 10번과 15번, 27번이 상위권을 가르는 문항으로 꼽혔다.

학원가 분위기도 대체로 비슷했다. 임성호 종로학원 대표는 "외형상 킬러문항은 없었지만 변별력 있게 출제됐다"면서 "EBS와 연계된 지문들도 정답을 찾기 어려웠을 것으로 보이고 시간도 9월 모평보다 부족했을 것"이라고 설명했다. 남윤곤 메가스터디교육 입시전략연구소장은 "문제 유형과 선택지에 대한 고민을 많이 해 변별력을 갖춘 문항을 만들었고 선지에 매력적인 오답이 많았다"고 했고, 이만기 유웨이 교육평가연구소장도 "9월 모평 대비 비슷하거나 약간 어려웠고 지난해 수능보다는 어려웠다"고 진단했다.

2교시 수학 영역은 난도는 지난해 수능·올해 9월 모평과 대체로 유사했단 공감대가 형성됐지만 주관식 단답형 문제가 다소 까다롭게 출제되면서 최상위권 학생들의 체감 난도는 올라갔을 수 있단 분석이다. 수학 표준점수 최고점은 지난해 수능과 9월 모평에서 각각 145점과 144점이었다. 표준점수 최고점 인원의 경우 지난해 수능의 934명에서 9월 모평에서 2520명으로 늘었난 바 있다.

심주석 인천하늘고 교사는 "최상위권 학생들에겐 난이도가 9월 모평과 지난해 수능 사이 수준이라고 보고 있다"며 "(어려웠던) 지난 6월 모평보다는 분명히 쉽고 9월 모평 보다는 최상위권 변별력 때문에 (수능의) 무게감은 느껴질 것"이라고 강조했다. 주관식 단답형인 22번, 30번을 과도하게 복잡한 계산을 요하지 않으면서도 9월 모평과 비교해 더 어렵게 출제해 만점자 수를 조절하려는 노력이 엿보였단 설명이다.

절대평가인 영어도 지난해 수능에 비해 다소 어려웠단 평가가 지배적이었다. 지난해 수능 1등급 비율은 7.8%, 9월 모평은 4.4%였다. 김보라 삼각산고 교사는 "추상도가 높은 소재를 배제하고 공교육 과정에서 다루는 내용으로 지문을 충실하게 읽고 이해해야만 하는 문항을 다수 배치해 전체적인 변별력을 확보했다"고 말했다.
'27년만에 최대' N수생이 변수.."국·수 모두 중요해져"
이번 수능의 가장 큰 변수로 'N수생'의 비중이 27년만에 가장 높았단 점이 꼽혔다. 수험생 50만4588명이 원서를 냈고 이 중 N수생으로 불리는 재수생 등 졸업생은 15만9742명(31.7%)으로 집계됐다. 정부가 킬러문항 배제 방침을 예고하면서 수능을 다시 보려는 수험생이 늘어난 가운데 의대 선호 현상까지 겹친 결과로 풀이된다.

특히 출제당국이 그간 6월과 9월 모평을 주관하고 결과를 분석했지만, 대통령이 지난 6월 '공정수능'을 지시한 이후엔 사실상 9월 모평에서만 킬러문항이 배제된 상황이다. 수험생 학력에 대한 정보가 그만큼 줄었다는 의미다. 이에 대해 정문성 수능 출제위원장은 "6월·9월 모평에서 수험생 특성을 분석했다"며 "(출제과정에서) N수생도 최대한 고려했다"고 밝혔다.

입시업체들은 수학이 최상위권을 좌우했던 지난해와 달리 올해 수능에선 국어와 수학 모두 중요해질 것으로 보고 있다. 임 대표는 "지난해엔 수학의 표준점수가 국어보다 11점 높아 더 중요했지만 올해의 경우 양 과목 다 중요한 상황으로 변환됐다"며 "수능이 변별력있게 출제되면서 정시에 상대적으로 강한 재수생 강세가 예상되며 수학 뿐만 아니라 국어에서도 이과 학생의 강세가 있을 것"이라고 내다봤다. 김병진 이투스 교육평가연구소장도 "국어와 수학 모두 중요한 변수로 활용될 가능성이 높아졌다"고 같은 맥락으로 짚었다.

하지만 수학에선 선택과목별 난이도 차이가 있어 문·이과 간 유불리가 갈릴 것이란 전망도 있다. 수학 선택과목 중 이과생들이 주로 보는 미적분과 기하는 9월 모평보다 비슷하거나 다소 어렵게 출제된 반면 문과생들이 주로 택하는 확률과 통계는 그보다 쉽게 출제됐단 관측이 나와서다. 임 대표는 "미적분과 기하는 9월 모평 대비 비슷하거나 어려웠지만 확률과통계는 쉬웠다"고 말했다. 김 소장도 "확률과통계는 작년 수능보다 쉽고 9월 모평과는 비슷하게 출제됐다"고 덧붙였다.

수능을 주관하는 한국교육과정평가원은 오는 20일 오후 6시까지 평가원 홈페이지에서 문제와 답에 대한 이의 신청을 받고, 28일 오후 5시에 정답을 확정해 발표한다. 수능 성적은 다음 달 8일 수험생들에게 통지된다.

세종=유효송 기자 valid.song@mt.co.kr 이창명 기자 charming@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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