음주車 치여 하반신 마비된 축구선수… 선배 구자철이 몰래 준 도움
음주운전 차량에 치여 하반신 마비 진단을 받고 은퇴한 전 축구선수 유연수를 선배 구자철이 남몰래 도왔던 사실이 뒤늦게 알려졌다.
앞서 유연수는 지난해 10월 18일 오전 5시40분쯤, 제주 서귀포시 표선면의 한 사거리에서 동료 선수 및 트레이너와 차를 타고 이동하던 중 음주운전 차량에 치였다. 당시 가해자의 혈중알코올농도는 면허취소 수치인 0.08% 이상이었으며, 이 사고로 유연수는 25세 나이에 하반신 마비 판정을 받았다. 결국 유연수는 지난 8일 은퇴 소식을 전했다. 당시 소속 구단이었던 제주유나이티드는 “교통사고로 큰 부상을 당해 현재까지 재활에 전념하고 있는 유연수 선수. 슬프게도 작별 인사를 한다”고 했다.
이와 관련, 유연수 아버지 유웅삼씨는 15일 YTN 뉴스라이더에 출연해 구자철이 발 벗고 나서 도움을 줬다고 밝혔다. 유웅삼씨에 따르면 지난달 26일 열린 유 선수 첫 공판에 아무도 참석할 수 없는 상황이었는데, 마침 구단 선배 구자철 측에서 연락이 와 공판에 참석하겠다고 했다. 이에 따라 구자철의 변호사가 공판에서 변론을 진행했고, 기소 내용도 당초 ‘일반상해’에서 ‘중상해’로 변경됐다.
유씨는 “연수는 재활, 저는 간병, 연수 엄마는 출근해야 해서 갈 수 없었다. 선임한 변호사도 제주도에 내려가지 않았다”며 “그런데 구자철 선수 변호사께서 저희한테 연락이 왔다. ‘아무도 안 내려오는 것 같은데 저희가 공판에 참석해서 변론할 수 있으면 해도 좋냐’ 묻길래 ‘저희야 감사하다’고 답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이후 구자철 선수 변호사님께서 변론하셔서 판사가 중상해로 다시 기소하라는 걸로 결론이 났다”고 했다.
가해자는 아직 사과조차 하지 않은 것으로 알려졌다. 방송에 함께 출연한 유연수는 “연락 한 통도 없었고 아직까지도 사과도 없었다더라. 저도 받은 게 없고 부모님도 못 들었다고 한다”면서도 “저도 계속 재활에만 신경 쓰고 있어서 아직 확실한 거는 잘 모른다”고 했다.
구자철은 유연수에게 개인적으로도 연락해 많은 위로를 건넸다고 한다. 유연수는 “사고 났을 때 자철이 형이 카타르월드컵 때문에 카타르 가 있었는데, 연락이 와서 자기도 어릴 때 외국에 나가서 인종차별도 많이 당했고 많이 힘들었는데 어떻게 이겨냈는지, 어떻게 살아왔는지 등 장문의 카톡을 보내줬다”며 “그걸 보면서 힘을 얻고 버텼던 것 같다”고 했다. 유연수는 “(재활이) 솔직히 많이 힘들기는 하다. 계속 운동해 왔으니까 다들 잘할 거라고 하는데 운동이랑 재활은 천지 차이”이라며 “0부터 시작해야 되고, 또 다리도 못 쓰고 힘이 없어 신생아 수준으로 재활을 해야 되다 보니까 좀 많이 힘들었다”고 했다.
유연수는 현재 패럴림픽으로 인생 2막을 준비하고 있다. 유연수는 “자세히 알아보니 장애인 스포츠가 잘 돼 있더라”며 “다양한 스포츠를 경험해서 저한테 잘 맞는 스포츠나 제가 좋아할 수 있는 스포츠를 찾아 꼭 패럴림픽에 나가고 싶다”고 했다. 그러면서 “아직 종목은 생각 안 해봤지만 탁구, 조정, 아이스하키, 배드민턴, 펜싱, 농구까지 다양한 스포츠가 있더라. 이 정도로 할 수 있는 스포츠가 많구나 하고 자신감을 얻었다”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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