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이네임' 악역→'정신아' 로맨티스트, 장률 "다른 건 몸무게 뿐, 감사한 숙제죠" [TEN인터뷰]
"대본 읽고 눈물 멈추지 않아, 감정 요동쳤죠"
"키스신은 처음이라, ♥이이담 대신 감독님 붙잡고 연습"
"연우진은 사랑, 박보영은 기둥
[텐아시아=태유나 기자]
넷플릭스 '마이 네임'에서 신들린 악역 연기로 강렬한 눈도장을 찍더니 '정신병동에도 아침이 와요'(이하 '정신아')에서는 훈훈한 대학병원 정신과 의사이자 직진 로맨티스트로 여심을 사로잡았다. 매 작품 180도 다른 새 얼굴을 갈아끼우는 '천의 얼굴' 장률이다.
16일 서울 삼청동의 한 카페에서 넷플릭스 오리지널 시리즈 '정신아'의 배우 장률을 만났다. 지난 3일 공개된 '정신아'는 정신건강의학과 근무를 처음 하게 된 간호사 다은(박보영 역)이 정신병동 안에서 만나는 세상과 마음 시린 사람들의 다양한 이야기를 담은 작품. 실제 간호사 출신인 이라하 작가의 동명 웹툰을 원작으로 한다. 넷플릭스 시리즈 '지금 우리 학교는', 드라마 '다모', '베토벤 바이러스', 영화 '완벽한 타인' 등을 연출한 이재규 감독과 '힙하게', '눈이 부시게' 등을 집필한 이남규 작가가 의기투합했다.
극 중 장률은 유능하고 부족함 없는 정신의학과 의사 황여환 역을 맡아 열연했다. 장률은 대본을 처음 읽었을 때 "너무 좋았다"며 "시나리오를 보고 많이 울기도, 웃기도 했다. (자살 생존자) 최준기님 에피소드를 읽어나갈 때 눈물이 멈추지 않았다. 의사로서 어떻게 연기할 수 있을까 감정이 많이 요동쳤다"고 회상했다.
캐릭터 연구를 위해 촬영 전 '정신아' 팀에서 연결해 준 강남성모병원에 가서 직접 참관도 하고 자문도 구했다. 장률은 "짧게나마 의사선생님들이 어떻게 생활하는지, 정신의학과에서 정신과 환자를 어떻게 대하는지 볼 수 있는 시간을 가졌다"며 "의사 선생님과 친해져서 연락처도 주고 받았다. 작품을 촬영 하면서 환자를 대하는 태도들에 궁금한 점이 생기면 연락 드렸고, 필요한 애드리브 등의 자문을 구했다"고 밝혔다.
"여환이라는 인물은 병원에서는 프로페셔널하지만, 개인적인 삶인 사랑에 있어서는 서툴고 부족한 순수한 모습들을 있어요. 그러한 모습에서 차이를 두려고 했습니다,"
장률은 극중 차기 수간호사로 촉망받는 에이스 간호사 민들레(이이담 분)와 풋풋한 로맨스를 선보였다. 장률은 "누군가를 그렇게 좋아하는 감정을 가지는 게 어려운 일이지 않나. 여환이가 너무 좋아하는 모습이 보여서 나도 많이 빠져들려고 노력했다"며 "이이담 배우가 실제로는 굉장히 밝고 재밌고, 웃음도 많다. 극중에서는 들레가 처한 상황이 있다보니 실제 모습과 대비가 되더라. 촬영장에서 이이담 배우를 보면서 저 사람을 웃게 해주고 싶다는 생각이 많이 들었던 것 같다"고 밝혔다.
대대로 의사 집안인 여환과 어려운 처지에 어머니 도박 빚을 갚고 사는 들레. 집안 환경이 완전히 다름에도 여환은 '직진 로맨스'를 보여 여심을 설레게 했다. 장률은 실제 본인이라면 직진할 수 있냐고 묻자 "여환처럼 직진하지는 못할 것 같다. 난 조심스러운 성격이라"며 "직진하는 인물을 연기하면서도 조심스러움을 담아내려고 했다. 어찌할 바를 모르고, 서툴고 부족하지만 어떻게든 용기내는 순간들을 그려내려고 했다"고 말했다.
여환은 자신에게 돈을 달라는 들레 어머니의 요구를 거절하고, 들레에게 '어머니 버려요'라고 말하는 강단 있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이에 장률은 "장률은 여환이 들레에게 '어머니 버려요'라는 대사를 하는 것에 대해 "나도 굉장히 좋아하는 대사 중 하나다. 솔직히 어려운 일이지 않나. 천륜에 대한 이야기를 한다는 자체가. 말에는 책임감이 따르니까"라며 "어려운 말이지만 들레를 사랑하기 때문에, 들레가 엄마에게 말도 잘 못하고 휘둘리는 모습에 그런 결정을 내려도 된다고 응원해주고 싶었던 것 같다"고 이야기했다.
"저였어도 제가 사랑하는 사람이 그런 상황에 놓여있다면 그렇게 말할 수 있을 것 같아요."
장률은 이번 '정신아'를 통해 처음으로 키스신을 찍게 됐다. 그는 "연극해서는 한 적 있는데 매체에서 키스신은 처음이었다. 어떻게 해야 잘할까 고민했는데 떠오르지 않더라. 연습을 해볼 수도 없고"라고 웃으며 "현장에 가서 감독님을 붙잡고 '이런 각도일까요?' 하면서 연습했다. 촬영에 들어갈때는 인물의 감정에만 집중했다. 막상 할때는 아무 생각이 안들더라"고 밝혔다.
시즌2가 나온다면 들레와의 로맨스를 더 볼 수 있는 걸까. 장률은 "그랬으면 좋겠다. 시즌2가 "꼭 나와서 들레와의 로맨스가 계속 됐으면 좋겠다"고 소망했다.
장률은 가장 기억에 남는 에피소드로 아이와 아내를 연이어 잃고 힘든 시간을 겪다 병동을 찾게 되는 '자살 생존자' 최준기 편을 꼽았다. 장률은 해당 에피소드를 촬영하며 돌아가신 할머니를 많이 떠올렸다며 "내가 할머니 손에서 자랐다. 같이 살다가 내가 20대 후반 쯤 할머니가 돌아가셨다. 한때 그런 마음들이 피어나더라. 내가 더 잘했으면 어땠을까, 할머니가 카스테라 빵을 진짜 좋아했는데"라며 말을 잇지 못했다.
'마이 네임', '금수저', '몸값', '정신아' 등 매 작품 강렬한 존재감을 뽐내며 새로운 얼굴을 보여주고 있는 장률. 그는 "작품마다 새롭게 봐주시는 것도 감사한데 고민이기도 하다. 많은 분들이 알아봐주셔야 하는데"라고 웃으며 "앞으로의 숙제들이 많은 것 같다. 사실 나는 그때그때 인물에 집중하는 것 말고는 특별히 하는 게 없다. 작품마다 몸무게 차이만 조금 있다"고 밝혔다.
장률은 '몸값'에 이어 '정신아'에서도 평소 몸무게 보다 5kg 정도 빠진 상태로 촬영에 임했다. 그는 '몸값'이 재난 스릴러다 보니 작품을 찍으면서 살이 좀 빠졌다. 바로 이어 '정신아' 촬영을 하니까 살이 빠진 상태로 들어갔다. 열심히 먹으려고 했는데 중간에 살이 오르지는 않더라. 동료들도 나보고 밥 먹어야 한다고, 밥차가 오면 늘 나를 챙겨줬다"고 말했다.
"'마이네임' 때보다는 쪘던 상태인데, 그때가 좀더 건강미는 있었던 것 같아요. 하하. '몸값' 찍고 '정신아' 찍을 때는 운동을 요하는 캐릭터는 아니라서 몸을 만들거나 하지는 않았습니다."
박보영, 연우진(동고윤 역)에 대한 애정과 감사도 잊지 않았다. 장률은 "박보영 배우와 연기할 수 있어서 영광이었다. 작품에 적응해나가는데 도움을 정말 많이 받았다. 기둥 같은 존재로 존재해줬다. 박보영 연기에 의지하면서 적응해나갔다"며 "너무 밝고 주변을 알뜰살뜰 챙긴다. 진짜 아름다운 배우고 좋은 배우, 좋은 사람이자 멋진 사람"이라고 고마워했다.
이어 "연우진은 사랑이다. 우진이 형 진짜 좋아한다. 실제로도 너무 부드럽고 자상하다"며 "친한 친구 사이로 나오는데 고민이 많았다. 내가 현장에서 선배들을 대할 때 어려워하는 편이다. 빨리 다가가지를 못하는데 찐친 바이브가 나와야 하니까. 초반에 우진이 형에게 다가가려고 노력했는데, 형이 걸으면서 바로 어깨동무를 해줬다. 백마디 말보다 많이 와닿더라. 이 형이라면 모든지 할 수 있겠다 싶었다"고 덧붙였다.
"항상 제 연기를 보면 아쉬운 부분이 많이 있어요. '정신아'를 촬영한 게 33살 때인데, 그때의 제가 생각한 인물을 잘 담아낸 것 같아서 만족스럽습니다."
태유나 텐아시아 기자 youyou@tenasi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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