尹 “APEC 공급망 안정, 조기경보시스템 만들자"
"세계경제 변곡점 APEC이 중심"
교역투자·디지털 등 협력안 제시
'청년 과학자 이니셔티브'도 제안
애플·GM 대표 만나 투자 논의도
윤석열 대통령이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 참석을 계기로 역내 경제 교역 분야에서도 대한민국을 중추 국가로 자리매김하기 위한 외교 전략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 세계 경제성장의 핵심 변수로 떠오른 공급망 안정을 위해 ‘조기경보시스템 도입’ 등을 제안해 주목 받았다.
윤 대통령은 15일 미국 샌프란시스코 모스코니센터에서 열린 APEC 최고경영자(CEO) 서밋에서 기조연설자로 나서 “세계경제가 역동성을 회복하고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서는 APEC을 중심으로 세계경제의 연결성을 가속해야 한다”고 말했다. 특히 △교역·투자·공급망△디지털△미래 세대 등 3대 분야에서 협력 방향을 제시했다. 특히 윤 대통령은 “회복력 있는 공급망이 다자 무역 체제의 핵심”이라며 “APEC 내 조기 경보 시스템 구축을 포함, 공급망 회복력을 위한 각 회원국의 경험을 공유하자”고 강조했다.
윤 대통령은 “연결성과 즉시성이 핵심인 디지털 심화 시대의 실현을 위해 데이터가 국경 간 막힘없이 연결되고 국가 간 디지털 격차가 사라져야 한다”며 “이를 위해 디지털 시대에 적합한 새로운 규범과 질서가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이밖에 “혁신적인 아이디어 발굴과 새로운 비즈니스 기회 창출을 위해 과학기술 분야 학위를 취득하고 연구개발(R&D)에 종사하는 아태 지역의 청년들이 역내국을 자유롭게 왕래하며 교류할 수 있도록 ‘청년 과학자 교류 이니셔티브(가칭)’를 APEC 차원에서 논의하자”고도 제안했다.
윤 대통령이 공급망 안정 문제를 화두로 꺼낸 것은 유럽과 중동에서 발생한 안보 리스크 여파로 자유무역마저 위축되고 있기 때문이다. 윤 대통령은 우크라이나 전쟁, 이스라엘-하마스 사태, 심화돼가는 기술패권주의와 자원 무기화로 세계경제의 블록화가 가속화하고 있다는 점을 환기했다. 따라서 세계경제의 변곡점마다 방향성을 제시한 APEC이 중심이 돼야 한다고 제안했다.
윤 대통령은 이날 CEO 서밋을 계기로 한국 주요 기업 및 소상공인들과 긴밀한 관계를 맺고 있는 제조·금융 분야 글로벌 대기업 경영인들을 각각 접견하며 협력 지원에 대한 의지를 밝혔다. 이는 대한민국 기업들의 해외 판로 확충 및 국내 제조업 생산 역량 확충을 통한 공급망 안정화 전략의 차원으로 풀이된다. 특히 팀 쿡 애플 CEO는 이날 APEC CEO 서밋 행사까지 불참하면서 면담을 요청해 윤 대통령을 접견했다. 이 자리에서 쿡 CEO는 한국에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며 지속적인 투자 의지를 밝혔다. 그가 대한민국 대통령을 만난 것은 이번이 처음이다. 이날 환담 분위기는 시종일관 훈훈했다. 윤 대통령은 접견장에 먼저 도착, 쿡 CEO 일행을 맞이했다. 윤 대통령이 악수하며 “반갑습니다”라고 말하자 쿡 CEO는 “영광입니다”라고 답했다. 윤 대통령은 “이렇게 저도 만나게 돼서 기쁘다”며 “한번 뵙고 싶었다”고 부연했다.
쿡 CEO가 윤 대통령과의 만남에 집중한 것은 미중 패권 갈등에서 공급망 안정 및 판매 확대에 어려움을 겪고 있는 애플의 상황을 한국과의 협력을 통해 돌파하려는 차원일 것이라고 경제계는 분석했다. 애플은 전 세계 매출 1위를 달리는 정보통신기술(ICT) 기업이다. 애플 생태계의 가장 중요한 한 축인 스마트 기기 제조는 국내 기업에 대한 의존도가 매우 높다. 실제로 국내 200개 이상의 기업이 애플의 파트너사로 알려져 있다. 애플이 구매하는 부품의 30%를 국내 기업이 공급하고 있다. 미국에 이어 두 번째로 높은 비중이다. 3위는 중국이다. 업계에 따르면 애플의 최신 스마트폰 아이폰15에는 LG이노텍의 카메라 모듈, 삼성디스플레이의 유기발광다이오드(OLED) 디스플레이, LX세미콘의디스플레이구동칩(DDI), 삼성전기의 적층세라믹콘덴서(MLCC), LG화학·삼성SDI의 배터리, 삼성전자·SK하이닉스의 메모리 반도체가 들어가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윤 대통령은 APEC CEO 서밋에서 실판 아민 GM 수석 부회장과도 만나 향후 협력 강화 방안도 논의했다. 아민 부회장은 “한국 정부의 과감한 규제 개혁과 제도 개선으로 기업 활동에 자신감이 생겼다”며 “한국 생산을 늘릴 것”이라고 전했다. 최상목 경제수석은 “국내에 투자하는 대표 외국 기업이 윤석열 정부 들어 제도 개선 여건이 나아지고 있다고 한 것은 매우 좋은 메시지”라고 설명했다. 알프레드 캘리 비자 회장 역시 “한미일 3국의 교류 협력이 완전히 달라진 것을 곳곳에서 체감한다”고 평가했다고 최 수석은 전했다.
한편 최 수석은 이날 예정됐던 투자 신고식이 열리지 않은 데 대해서는 “일부 기업이 내부 사정으로 맞추기가 어려운 사정이 생겼다”며 “연기나 취소가 아니고 장관이 연내 하는 것으로 대체했다”고 답했다.
샌프란시스코=강도원 기자 theone@sedaily.comCopyright © 서울경제.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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