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설악산케이블카’ 시공사도 안 정하고 3억짜리 착공식부터

박수혁 2023. 11. 16. 17:5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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총선 앞두고 보여주기식 대대적 행사
부채 눈덩이 ‘제2의 알펜시아 될까’ 우려
케이블카반대설악권주민대책위 등이 지난 8월 양양군청 앞에서 지방재정에 부담을 주고 환경을 파괴하는 설악산케이블카를 중단하라고 촉구하고 있다. 설악산국립공원지키기국민행동 제공

김진태 강원지사가 ‘첫눈 오기 전’ 첫 삽을 뜨겠다던 설악산케이블카 착공식이 20일로 확정됐다. 하지만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제기되는 등 ‘제2의 평창 알펜시아’가 될 것이란 우려가 커지고 있다. 2018 평창겨울올림픽 유치를 위해 강원도가 건설한 평창 알펜시아 리조트는 분양 저조로 부채가 1조원까지 늘어나는 등 강원도 재정에 큰 부담을 줬다.

강원도와 양양군은 20일 오후 2시 양양군 서면 오색리에서 케이블카 사업 착공식을 연다고 16일 밝혔다. 케이블카 착공은 1982년 사업계획이 처음 수립된 뒤 41년 만이다. 2026년 초 상업 운영을 시작하는 게 목표다.

문제는 아직 어느 업체에 공사를 맡길지도 정하지 못했다는 점이다. 시공사 선정을 위해 조달청과 협의 중인 양양군은 본공사 돌입 시기를 내년 3월로 잡고 있다. 일단 성대하게 착공식을 해 여론부터 일으켜보겠다는 식이다. 양양군이 이날 착공식에 쓴 돈은 3억원. 살림살이가 넉넉하지도 않은 기초자치단체가 1시간짜리 보여주기 행사에 거액의 혈세를 쏟아부은 것이다.

설악산케이블카 사업에 들어가는 돈은 전액 지방비다. 총사업비가 1172억원에 이르지만, 국비 지원 없이 양양군이 948억원, 강원도가 224억원을 분담하는 구조다. 국비 지원을 받으려면 예비타당성 조사를 받아야 하는데, 현재로썬 조기 통과를 자신할 수 없기 때문이다. 김진태 강원지사는 지난해 12월 지방비 투입 계획을 밝히며 “사업이 40년 지체되다 보니 사업비가 많이 늘었고, 예비타당성 조사까지 받게 되면 2∼3년 내 착공이 어렵다. 오색케이블카는 1년이라도 먼저 건설하면 연 매출 200억원을 바라보고, 3년이면 600억원의 수익을 올릴 수 있어 지방비를 투입하는 것으로 방향을 바꿨다”고 했다.

설악산케이블카 노선도. 강원도 제공

하지만 김 지사의 장밋빛 전망과 달리 지역사회와 정치권에선 벌써부터 사업성이 떨어진다는 지적이 나온다. 장혜영 정의당 의원은 최근 보도자료를 내어 양양군이 행정안전부의 지방재정투자사업 평가를 통과하기 위해 서류를 거짓으로 작성하는 방식으로 적자 사업을 흑자 사업으로 둔갑시켰다고 지적했다. 양양군이 연도별 수익과 비용만 단순 계산해 연간 42억7600만원의 수익이 발생한다고 했는데, 이는 총사업비 1172억원을 회수하는 것을 고려하지 않은 계산으로 실제로는 372억원 적자가 발생한다는 것이다.

케이블카 이용 수요를 부풀리기 위해 해마다 감소할 것으로 전망되는 이용 수요를 30년간 동일하게 잡은 것도 문제다. 케이블카 설치는 전국의 다른 지자체들도 앞다퉈 추진하고 있어 더는 ‘황금알을 낳는 거위’가 될 수 없다는 게 전문가들 진단이다. 한국교통안전공단 누리집에 등록된 전국 관광용 케이블카는 41곳(2023년 1월 기준)이다. 지역별로는 경북과 경남, 전남이 6곳으로 가장 많고, 경기·강원이 5곳, 부산·대구 3곳 등이다. 이 가운데 절반 이상인 24곳은 2007년 ‘케이블카 사업의 모범’으로 불리는 통영케이블카 개통 이후 생겨난 것들이다.

설악산케이블카 정류장. 강원도 제공

실제 전국 곳곳에 케이블카가 우후죽순처럼 늘자 전국의 케이블카 사업자들이 수지타산을 맞추지 못하고 있다. 통영케이블카를 운영하는 지방공기업인 통영관광개발공사는 2020년 처음으로 적자를 기록했다. 통영케이블카는 2013년 탑승객 137만명을 기록하는 등 해마다 100만명이 넘는 이용객을 유치하며 통영시에 30억원 안팎의 이익 배당을 안겼지만, 이용자가 2019년 90만명, 2020년 43만명, 2021년 42만명으로 급감했다. 2022년 55만명을 기록하며 반등하는 듯했지만, 올해 또다시 적자가 예상되자 통영관광개발공사는 지난 7월 비상 경영을 선포하고 긴축 경영에 돌입했다.

경북 울진에 있는 왕피천케이블카는 민간 위탁을 맡은 업체가 시설 임차료를 제때 내지 못해 지난 7월부터 운행이 중단됐다. 전북 군산시의 고군산군도케이블카 사업은 첫 삽도 뜨지 못한 채 제동이 걸렸다. 관광객 수요를 부풀리고 운영비는 축소하는 등 엉터리로 사업을 추진하다 감사원 감사에 적발됐기 때문이다. 2013년 개통한 경남 밀양 얼음골케이블카와 하동케이블카도 적자에 허덕이고 있다.

빗발치는 우려에 대해 강원도와 양양군은 “공공사업은 원래 적자를 감수하는 것”이란 논리로 대응하고 있다. 양양군 관계자는 “적자니 흑자니 하는 건 민간사업일 때나 따지는 것”이라며 “설악산케이블카 같은 공공사업은 원래 적자일 수밖에 없다. 중요한 건 지역경제 활성화 같은 유발 효과”라고 말했다.

하지만 시민단체 반응은 싸늘하다. 정인철 국립공원을지키는시민의모임 사무국장은 “총선이 다가오니 사업에 대한 면밀한 검증을 회피한 채 지역에 큰돈을 가져다준다는 기대감만 부풀려 공사를 강행하려고 한다. 평창 알펜시아 사태처럼 결국 모든 뒷감당은 강원도민이 짊어지게 될 것”이라고 비판했다.

박수혁 기자 psh@hani.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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