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화의 LG가 어쩌다가"…오너일가 상속분쟁 장기화할까

이인준 기자 2023. 11. 16. 17:5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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LG일가, 재산 상속재판 속개…제2차 변론준비기일
하범종 증인 "㈜LG 지분은 '경영 재산'" 입장 일관
양측 '경영권 참여' 놓고 서로 다른 입장 드러내
재계는 구본무 선대회장 '인화' 의지 퇴색될까 우려
[서울=뉴시스] 권창회 기자 = LG전자가 3분기 매출액을 발표한 28일 서울 영등포구 여의도 LG트윈타워에 깃발이 펄럭이고 있다. 이날 LG전자는 3분기 기준 매출액이 18조7867억원으로 집계돼, 분기 사상 역대 최고 매출을 기록했다고 밝혔다. 2021.10.28. kch0523@newsis.com

[서울=뉴시스]이인준 기자 = 고(故) 구본무 선대회장의 평생 소원이었던 LG 트윈스 우승의 기쁨도 잠시, LG 오너일가는 다시 상속 재산을 둘러싼 재판에 들어갔다.

구광모 LG그룹 회장과 구 회장의 모친 김영식 여사, 여동생 구연경·연수씨 사이에 벌어지고 있는 상속재판은 양측 입장이 달라 진실공방이 불거지는 상황이다.

하지만 현 상속 재산을 둘러싼 분쟁은 구 선대회장의 유지와 180도 다르게 이뤄지고 있다는 게 재계의 전반적인 평가다.

16일 재계에 따르면 서울서부지법 제11민사부(박태일 부장판사)는 이날 오후 김 여사 등이 제기한 상속회복청구 소송 2차 변론기일을 진행했다.

하범종 ㈜LG 경영지원부문장(사장)은 이날도 증인으로 참석해, "구본무 회장의 생전 의지는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 재산을 모두 물려주는 것이었다"는 답변을 일관되게 이어갔다.

하범종 사장 "구광모 경영 승계는 선대회장 유지"

하 사장은 이날 LG일가의 경영재산은 개인재산과 완전히 구분된다고 분명히 했다.

앞서 그는 지난달 5일 1차 변론기일에서도 구 선대회장이 수술을 앞두고 가족들을 물린 뒤 '내게 무슨 일이 생기면 경영재산 일체 구광모에 승계하라'고 말했다"고 밝힌 바 있다. 하 사장은 이와 관련 "(선대회장이) 경영재산을 관리하는 실무책임자인 저에게 말하면 된다고 판단하신 듯하다"고 설명했다. 이 증언은 곧 구본무 회장이 ㈜LG 지분을 비롯한 경영재산과 개인재산을 명확히 구분했던 것으로 해석된다.

김 여사와 두 딸들에게 남긴 재산에 법정상속비율을 명확하게 지키지 않은 것도 이 때문으로 보인다. 오히려 LG 지분을 여동생과 나누기로 한 것은 구광모 회장의 결정이라고 하 사장은 증언했다.

경영권 확보에 필요한 15%를 제외한 나머지를 동생들과 나눠가지게 했다는 취지다. 이에 따라 구 선대회장이 2018년 5월 별세하면서 남긴 ㈜LG 주식 11.28% 중 구 회장이 8.76%만 물려 받고, 나머지를 구연경 대표 2.01%, 구연수씨 0.51%씩 받았다.

구본무 선대회장은 상속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발생하는 것을 우려했다는 진단도 들린다.

하 사장은 이날 '구광모 회장에게 경영재산을 물려주라'는 승계메모가 현재 존재하지 않는 이유에 대해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문서를 폐기하는 관행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그는 "관리 과정에서 불필요한 오해가 생길 수 있어 구본무 선대회장이 살아 있을 때 이벤트(상속)가 끝난 후 (문서를 폐기할 수 있다는) 포괄적 허락을 받았다"며 "구 선대회장이 믿고 맡기셨기 때문에 직원들이 재량권을 가지고 해왔다. (문서 관리 규정은) 40~50년간 재무관리팀 직원들을 신뢰하고 계속 내려온 관행이 있다"고 밝혔다.

[서울=뉴시스] 고(故) 구본무 회장. (사진=LG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경영 참여 의사 있다" vs "과도한 해석"…입장 차 갈려

하 사장은 LG가 구광모 회장에게 지분을 모두 몰아주려 한 것 역시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를 위한 것이라고 설명했다.

LG는 친족 등 특수관계인 주주들이 워낙 많아 그룹 회장에게 재산을 일정 부분 위임하는 형태로 승계가 이뤄져 왔다. 앞서 언급된 '경영 재산'이 위임의 핵심이다. 이는 사실상 주식을 소유한 그룹 회장이더라도, 사사로운 이익을 위해 함부로 경영 재산을 처분할 수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단 차기 회장이 가능한 많은 지분을 확보해 안정적인 경영권 행사가 가능한 환경을 물려줘야 한다는 게 LG일가의 기업 승계에 대한 공통 의견으로 밝혀졌다. 하 사장은 이날 고(故) 구자경 명예회장이 구광모 회장에게 ㈜LG 지분을 증여한 것에 대해 "'구광모가 장차 회장이 돼야 한다', '충분한 지분을 가져야 한다'는 취지로 늘 말했다"고 강조했다.

장자승계 원칙에 대해 시대착오적이라는 논란은 있으나, 이와 별개로 그동안 이 원칙은 그동안 LG의 안정적인 성장의 토대가 됐다.

LG는 지난 1995년 3세 구본무 선대회장이 회사를 승계한 이후 75년간 동업한 GS의 허씨 가문과의 결별을 비롯해 LS·LIG·LF·LX 등 여러 차례 계열 분리를 진행하며 그룹이 잘게 쪼개졌다. 하지만 이 과정에서 그룹 매출은 1994년 말 30조원대에서 지난해 168조원대로 5배 이상 증가했다. 이런 계열 분리 상황에서도 형제나 친족 간 경영권 분쟁은 단 한 번도 없었다.

이에 대해 원고 대리인 측은 이날 "원고들이 피고의 경영권 자체를 노리고 있다는 건 과하다"고 주장했다.

또 한편으로 김 여사와 세 모녀의 재산은 현재 1조3000억원에 이르는 것으로 알려졌다. 사실상 이번 소송이 단순히 재산 분할을 요구하려는 것에 그치지 않는다는 주장이 나오는 이유다.

특히 구광모 회장 등 피고 측은 이번 소송의 목표가 상속 분할보다 LG그룹 경영 관여로 이해하고 있다. 이날 공개한 가족들간 대화 녹취록을 보면 김 여사는 "구연경 대표가 전문적으로 해온 일이나, 제가 한 일이면 (경영을) 자신있게 잘할 수 있다"고 밝혔다.

LG, 29년 만에 우승…다시 재조명 되는 구본무 선대회장의 의지

최근 LG 트윈스의 29년 만에 한국시리즈 우승을 계기로 '인화'를 추구하던 구본무 회장의 생존 의지는 다시 한번 주목을 받고 있다. 하지만, 재계는 LG일가의 경영권 반목에 대해 안타까움을 보이고 있다.

구 선대회장이 야구라는 스포츠를 유독 사랑한 배경에 대해 아구계에선 LG그룹의 '인화' 정신과 일맥상통한다고 본다.

구광모 회장이 이끄는 LG는 코로나19, 미중 무역분쟁, 전쟁 등으로 경영 불확실성이 어느 때보다 높은 상황에서도 주력 사업의 역대 최대 실적을 올리는 등 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특히 전기차 배터리, 자동차 전장,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등 구본무 선대회장이 뿌린 씨앗이 구광모 회장대에 이르러 결실을 맺고 있다.

하 사장은 이날 재판장에서 "(LG) 가족들간에 분쟁이 언론에 보도될수록 경영에 지장이 있느냐"고 묻자, "아무래도 있다"고 답했다.

재계 관계자는 "야구 사랑으로 유명했던 구본무 회장의 뜻을 아들인 구광모 회장이 이어받아 우승이라는 결실을 맺으며 LG그룹 전체에 긍정적 영향을 미치고 있다"며 "LG의 기세를 끊는 무리한 소송은 중단하고, 구광모 회장에 힘 실어줘야 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공감언론 뉴시스 ijoinon@newsi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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