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빨리’ K속도, 영국도 주목…임정덕 前 교수 英서 출판

박주영 기자 2023. 11. 16. 17: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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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기적의 뿌리”
임정덕 부산대 명예교수.

‘빨리 빨리’, ‘K-스피드’가 한국을 넘어 영국에서도 주목을 받고 있다.

부산대학교 경제학부 임정덕(78) 명예교수가 한국인의 ‘빨리빨리 문화’를 경제학 등 다양한 관점에서 분석한 책,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이하 K속도)가 최근 영국에서도 출간됐다.

임 명예교수는 “지난해 4월 국내에서 책이 나온 뒤 연말쯤 영국 출판사(Ethics International Press)에서 ‘영문판으로 출간할 생각이 없느냐’고 제안해와 번역 과정을 거쳐 최근 영국 현지에서 발간됐다”고 16일 밝혔다. 영국에서 출간된 제목은 ‘K-SPEED The Source of Korean Competitiveness’다. ‘K속도 한국 경쟁력의 원천’쯤 된다.

임 명예교수는 “세계경제사에서 겨우 반세기 동안 최빈곤국에서 선진국으로 도약한 나라는 한국이 유일한데 그 원인, 원천을 ‘K속도’라 분석한 나의 시각에 서양 사람들이 흥미와 관심을 가진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서양인들도 ‘대한민국 기적’의 뿌리, 원천, 비결에 대해 궁금해한다는 얘기다.

임 명예교수는 이 책에서 대한민국 기적의 뿌리가 우리의 ‘빨리 빨리 문화’라고 진단한다. ‘빨리 빨리’는 조급하고 성마른, 그래서 실수하기 쉽고 디테일이나 깊이에 소홀하기 쉬운 부작용 탓에 부정적·냉소적으로 쓰여 왔다. 이른바 ‘엽전근성’ 처럼 우리의 현대 문화가 가진 단점을 자조하는 용어 중 하나로 꼽혔다.

그러나 그는 역설적으로 “‘빨리 빨리’가 대한민국을 만들었다”고 주장하고 있다. “자본·노동·기술이든 경제나 사회·제도·기업·정부·문화든 끊임없이 혁신해야 숙성하고 나아가는데 그 동력은 속도에 있다”며 “우리가 우습게, 낮춰봤던 ‘빨리 빨리’가 속도였고 그 속도가 지금껏 혁신을 만들어내 대한민국을 있게 한 것”이라고 얘기한다.

임 명예교수는 책에서 “모든 것은 변화하고, 변화는 물리적으로, 공간적으로, 거리적으로, 사상적으로, 제도적으로, 경제적으로, 기능적으로 또 문화적으로 모든 분야에서 진행된다. 그 변화의 핵심은 속도다”라고 밝히고 있다.

이어 인종적·유전적·성격적·경제적·사회적·문화적 근거들을 제시한다. 지난 70년간 우리의 의식주 등 생활 속 속도, 경제·산업·복지·경영 부문에서의 의사결정 등 속도, 유통배달·서비스업과 의료서비스 그리고 K팝 등 한류(韓流)에서의 속도 등을 분석한다.

임정덕 부산대 경제학과 명예교수의 'K속도, 한국 경쟁력의 뿌리' 영문판.

“20여년 전 부산발전연구원장 시절, 부산시 고위공무원 교육 프로그램 강연 중 들은 ‘우리 만화가 먼저 출시한 뒤 결점과 오류를 고치고 보완하면서 더 나은 개정판을 내는 방식으로 일본 만화를 앞지르고 있고, 부산항도 그런 속도로 생산성을 높여 경쟁력을 만들어 가고 있다’는 얘기가 이 책의 출발점이 됐어요.”

처음엔 그 역발상이 ‘참 흥미롭다’는 정도였는데 이후 여러 일을 겪고 연구를 하면서 ‘빨리 빨리’가 우리의 흠이 아니라 장점·강점일 수 있겠다는 생각이 깊어졌다고 한다.

임 명예교수는 부산고·서울대 경제학과를 나와 미국 남캘리포니아대학원에서 경제학 박사 학위를 받았다. 미국 윈게이트대 조교수를 하다 한국으로 건너와 부산대 교수를 지냈고 2010년 정년 퇴임했다. 1998~2001년 부산시의 싱크탱크격인 부산발전연구원장(현 부산연구원)을 맡았다.

퇴임 후에 시간이 많아지자 그동안 모아둔 자료를 정리하고 연구했다. 그 결과가 ‘K속도’ 책이 됐다. 임 명예교수의 꾸준함은 주변에 정평이 나있다. 타고 다니는 차의 나이가 25세쯤 됐고 팔순을 내다보는 나이에 아직도 이틀에 한번 꼴로 테니스를 친다.

“디지털 시대엔 혁신 속도가 ‘더’, ‘제곱’으로 빨라지고 있어요. ‘K속도’에 딱 맞는 상황이지요. 하지만 ‘K속도’라고 완전무결하진 않아요. 부작용과 반작용, 문제점과 폐단이 있지요.”

임 명예교수는 “이제 우리는 ‘K속도’를 유지하면서 ‘안전한 속도’, ‘신뢰할 수 있는 속도’, ‘정직한 속도’로 질과 품위를 높이는데 집중해야 할 때인 것 같다”며 “예전에 로마가, 한나라가, 영국이나 미국이 인류사회에 던진 미래의 빛을 우리가 만들 수 있을지 누가 아느냐”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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