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민재, 리그 베스트 선정+ 단장 지지까지…혹사 논란 속 일궈낸 성과
[포포투=김환]
김민재가 꿋꿋하게 버티고 있다.
스포츠 전문 매체 ‘스코어 90’은 독일 분데스리가가 11경기 진행된 시점을 기준으로 리그에서 뛰어난 경기력을 보여주고 있는 선수들 11명을 선정했다. 현재 리그 순위가 반영될 수밖에 없었기 때문에 베스트 일레븐 명단은 바이엘 레버쿠젠, 바이에른 뮌헨, 슈투트가르트, RB 라이프치히 선수들로 구성됐다.
포메이션은 4-4-2. 최전방에는 세루 기라시와 해리 케인이 섰다. 기라시와 케인은 현재 분데스리가에서 각각 득점 2위와 1위를 달리는 선수들이다. 기라시는 부상으로 흐름이 끊겼음에도 불구하고 9경기에서 15골을 폭발시키며 엄청난 득점 능력을 선보였다. 지난여름 토트넘 훗스퍼를 떠나 뮌헨에 합류한 케인은 곧바로 팀에 적응했고, 11경기에서 17골을 터트렸다. 지난 시즌 분데스리가 득점왕을 차지했던 니클라스 퓔크루크의 기록이 16골이었다는 점을 생각하면 기라시와 케인의 득점 페이스가 얼마나 빠른 수준인지 짐작할 수 있다.
중원에는 에세키엘 팔라시오스와 플로리안 비르츠가 배치됐다. 아르헨티나 명문 클럽 리버 플레이트 출신의 미드필더인 팔라시오스는 지난 2020년부터 레버쿠젠에서 뛰기 시작했다. 한동안 로테이션 자원으로 분류됐지만 이번 시즌 사비 알론소 감독 아래에서 빛나는 중이다. 25세이기 때문에 아직 더 발전할 가능성은 충분한 선수다.
비르츠는 독일이 기대하는 유망주다. 현재 20세에 불과하지만 벌써 프로 무대, 그것도 분데스리가에서 5년차를 보내는 중이다. 독일 국가대표팀에도 종종 소집되는 등 유망주들이 걷는 길을 그대로 걷고 있다. 타고난 천재성과 정교한 킥 능력, 그리고 수준급 온 더 볼 능력을 갖고 있는 비르츠는 이번 시즌 알론소 감독 아래에서 물 만난 물고기처럼 뛰어난 활약을 펼치고 있다.
측면에는 사비 시몬스와 르로이 사네가 섰다. 시몬스는 이강인의 소속팀인 파리 생제르맹(PSG) 소속이지만 PSG에서는 이렇다 할 모습을 보여주지 못했다. 시몬스가 재능을 발휘한 건 지난 시즌이었다. PSV 에인트호번에서 임대 생활을 하며 네덜란드 에레디비시에서 한 시즌 동안 19골을 터트렸고, 이에 힘입어 전문 공격수가 아님에도 불구하고 리그 득점왕을 수상했다.
이번 시즌에는 라이프치히로 임대됐다. 시몬스는 득점에 집중했던 PSV 때와는 달리 이번 시즌에는 밸런스를 유지한 채 공격 포인트를 쌓는 중이다. 지난 11경기 동안 시몬스가 남긴 기록은 4골 7도움으로, 현재 분데스리가 도움 1위가 바로 시몬스다.
공격 포인트 밸런스로는 사네도 뒤쳐지지 않는다. 사네는 지금까지 리그에서만 8골 6도움을 기록했다.사네는 2선의 선수들을 중심으로 공격을 전개하는 뮌헨에서 중요한 역할을 맡고 있다. 측면에서 공을 잡고 직선적인 돌파를 시도하거나 안쪽으로 들어와 위협적인 슈팅을 시도한다. 새로 합류한 케인이 2선 자원들과 호흡이 좋은 선수이기 때문에 사네와도 시너지를 만들어내는 모습을 종종 볼 수 있다.
수비진은 알렉스 그리말도, 조나단 타, 김민재, 그리고 제레미 프림퐁이 구성했다. 뮌헨 소속인 김민재를 제외하면 모두 레버쿠젠의 수비수들이다. 김민재는 케인, 사네와 함께 베스트 일레븐에 선정됐다.
그리말도와 프림퐁은 공격적인 풀백으로 유명하다. 바르셀로나 유스 출신인 그리말도는 SL 벤피카를 거쳐 올해부터 레버쿠젠에서 뛰고 있다. 바르셀로나 출신다운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을 기본으로 갖췄고, 넓은 시야와 강력한 킥을 바탕으로 시원한 크로스를 올리기도 한다.
맨체스터 시티 유스에서 축구를 시작한 프림퐁은 셀틱을 거쳐 지난 2021년 레버쿠젠 유니폼을 입었다. 22세지만 벌써 프로 무대에서 연차가 꽤나 쌓인 선수다. 상당한 스피드를 활용해 상대 측면에 균열을 내는 스타일이고, 어린 나이지만 그동안 축적된 경험에서 나오는 플레이도 종종 볼 수 있다.
타는 함부르크를 거쳐 2015년부터 레버쿠젠에서 뛰고 있다. 어린 시절부터 많은 기대를 받았지만 부상과 부진으로 인해 기대만큼 성장하지 못했다는 평가를 들었다. 그러나 레버쿠젠에서는 빠질 수 없는 선수다. 190cm가 넘는 키를 보유하고 있지만 발이 빠르고, 우수한 신체조건을 바탕으로 상대와의 경합 상황에서 우위를 점하는 스타일의 센터백이다. 안정적인 빌드업 능력도 타의 장점 중 하나다.
그 옆에는 김민재가 있다. 지난 시즌 나폴리에서 맹활약을 펼치며 나폴리가 33년 만에 이탈리아 세리에A 우승을 차지하는 데 기여한 김민재는 여름 이적시장을 통해 뮌헨에 입단했다. 이적시장이 열리는 내내 자신에게 러브콜을 보냈던 뮌헨의 손을 잡은 김민재다.
김민재는 뮌헨 유니폼을 입고도 지난 시즌과 비슷한 수준의 활약을 이어가는 중이다. ‘빌트’, ‘키커’ 등 독일 현지 매체들은 어째서인지 김민재에게 높은 평점을 주지 않고 있지만, 김민재가 뮌헨 수비진의 기둥처럼 단단한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는 건 자명한 사실이다. 이런 활약에 힘입어 김민재는 ‘스코어 90’이 선정한 분데스리가 베스트 일레븐에 포함됐다.
걱정되는 건 김민재를 둘러싼 혹사 논란이다. 김민재는 뮌헨에 합류한 이후 제대로 쉰 적이 없다. 동료인 다요 우파메카노와 마타이스 데 리흐트가 번갈아 부상을 당하며 전력에서 이탈했기 때문이다. 성과를 내야 하는 상황에서 전문 센터백이 없이 경기를 치르기 힘들다고 판단한 토마스 투헬 감독은 김민재에게 휴식을 줄 수 없었다. 결국 김민재는 최근 14경기 연속 풀타임을 소화했다. 더욱 길게 보면 김민재는 나폴리에서 뛸 때부터 쉬지 못했기 때문에 상당히 지친 상태일 가능성이 높다.
김민재는 A매치 기간에도 휴식을 취하기 힘들어 보인다. 11월 A매치 기간 동안 싱가포르, 중국을 상대로 2026 국제축구연맹(FIFA) 북중미 월드컵 아시아 지역 2차예선을 치러야 하는 김민재는 이 기간 내내 선발로 출전할 공산이 크다.
위르겐 클린스만 감독은 김민재의 체력 우려에 대해 “선수는 12시간 이상의 비행 후가 가장 피곤하다. 첫 번째 날에는 회복 훈련을 진행했다. 휴식을 취하면 다음날 선수의 컨디션이 회복된다고 생각한다. 다섯 경기 연속 출전하는 게 더 기분이 좋지, 선수 입장에서 훈련만 하면 기분이 좋지 않다”라며 김민재의 컨디션이 괜찮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월드컵 예선은 누구나 죽기살기로 뛰고 싶어하는 경기지, 쉬고 싶어하는 경기는 아니다. 그런 점에서 김민재도 출전을 원할 것이다. 독일 매체에서도 기사를 써야 하기 때문에 그런 기사(김민재 혹사 관련 기사)를 쓴 것 같다. 하지만 김민재는 준비가 되어 있다고 생각한다”라고 덧붙였다.
많은 사람들이 김민재를 응원하고 있다. 국내에서 지켜보는 팬들은 물론 최근에는 뮌헨 단장이 직접 김민재를 언급하며 구단이 김민재를 얼마나 아끼는지 확인시켰다. 뮌헨의 크리스토프 프로인트 단장은 최근 독일 ‘빌트’와의 인터뷰에서 “올여름 우리는 훌륭한 영입을 이뤄냈다. 난 김민재의 열렬한 팬이다. 김민재는 팀에 훌륭한 정신력을 더해준다”라며 김민재를 칭찬했다.
팬들의 기대도 크다. 김민재의 최근 경기력이 좋기 때문이다. 뮌헨 소식을 전문적으로 전하는 ‘FCB 인사이드’는 김민재가 뮌헨의 ‘비밀 플레이 메이커’라며 김민재의 전진 패스 능력을 조명했다. 김민재는 현재 유럽 5대리그에서 뛰는 선수 중 가장 많은 전진 패스를 기록하고 있는 것으로 확인됐다.
전진 패스 능력은 김민재의 장기 중 하나다. 김민재는 오른발잡이지만 나폴리에서 왼쪽 센터백으로 뛰며 왼발 킥 능력도 단련했다. 국가대표팀에서도 지난 2022 카타르 월드컵까지 오른쪽 센터백으로 나섰지만, 현재는 왼쪽 센터백을 소화하고 있다.
이는 김민재의 수상으로도 드러났다. 김민재는 2023 발롱도르 시상식에 앞서 발롱도르 최종 명단 30인에 포함됐다. 아시아 수비수로는 김민재가 유일했다. 김민재는 시상식에서 최종 22위를 차지했다. 후벵 디아스, 요슈코 그바르디올 등 한해 동안 최고의 활약을 펼친 쟁쟁한 실력자들을 제치고 센터백 중에서 가장 높은 순위를 기록한 김민재다.
또한 김민재는 아시아축구연맹(AFC)이 선정하는 ‘AFC 국제선수상’을 수상하기도 했다. AFC 국제선수상은 아시아 밖에서 뛰는 아시아 선수 중 최고의 선수에게 주는 상이다. 여기에서 김민재는 일본의 미토마 카오루(브라이튼, 잉글랜드)와 이란의 메흐디 타레미(FC 포르투, 포르투갈)를 제치고 당당히 1위를 차지했다. 이 모든 것들이 김민재가 혹사 논란 속에서도 이뤄낸 성과다.
김환 기자 hwankim14@fourfourtwo.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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