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BC 악몽 재현될 뻔…호주에 연장 승부 끝 3-2 진땀승 "참 힘든 경기했다" [MD도쿄]
[마이데일리 = 도쿄(일본) 김건호 기자] "참 힘든 경기를 했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 야구대표팀은 16일 일본 도쿄의 도쿄돔에서 열린 카넥스트 아시아 프로야구 챔피언십 2023(APBC) 조별리그 1차전에서 호주를 만나 3-2로 승리했다.
APBC는 한국, 일본, 대만, 호주 총 4개국이 참가한다. 젊은 선수들의 국제 대회 경험을 쌓기 위한 '교류전' 형태의 대회다. 물론, 나라를 대표해서 나가는 만큼 자존심도 걸려있다. 우승팀에 2000만 엔의 상금이 주어지며, 준우승팀은 500만 엔을 받는다.
만 24세 이하 또는 프로 입단 3년 차 이내의 선수가 대표팀의 주축을 이룬다. 와일드카드는 총 3명 선발할 수 있다.
2017년 같은 장소에서 열린 1회 대회는 한국, 일본, 대만 3개 국가가 우승을 위해 다퉜다. 한국은 조 2위로 결승전에 진출했지만, 결승에서 일본에 패배하며 준우승으로 대회를 마쳤다.
한국은 다시 한번 결승 무대에 도전하기 위해서 반드시 호주를 잡아야 했다. 호주는 지난 2023 월드베이스볼클래식(WBC)에서 한국을 8-7로 꺾은 팀이다. 설욕에 나선 한국의 젊은 선수들은 힘들고 어려운 경기를 펼쳤지만, 연장 승부 끝에 웃었다.
1회초 문동주가 흔들리며 실점했다. 선두타자 리암 스펜스에게 볼넷을 허용했다. 애런 화이트필드를 2루수 뜬공으로 잡았지만, 릭슨 윙그로브의 타석에서 폭투가 나왔다. 스펜스가 3루까지 진루했다. 이어 윙그로브는 볼넷으로 출루했다. 1, 3루에서 알렉스 홀을 3루수 파울플라이로 처리했지만, 클레이턴 캠벨에게 1타점 적시타를 허용하며 끌려갔다.
한국은 2회말 1사 주자 1루 상황에서 나승엽이 볼넷으로 출루하며 1, 2루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김형준이 1타점 적시타를 터뜨려 균형을 맞췄다. 하지만 6회초에도 마운드를 지킨 문동주가 홀에게 홈런을 허용하며 1-2로 뒤졌다.
좀처럼 터지지 않았던 한국 타선은 8회말 기사회생했다. 8회말 선두타자 김도영이 좌측 외야 깊은 곳으로 타구를 날렸고 여유 있게 2루 베이스를 밟았다. 대타 박승규는 삼진으로 물러났지만, 김형준의 진루타로 2사 3루 기회를 만들었다. 이어 김주원이 2루수와 중견수, 우익수 사이에 떨어지는 안타를 때려 동점을 만들었다.
이후 양 팀은 정규이닝에 점수를 뽑지 못하며 연장 승부에 돌입했다. APBC 연장전은 1, 2루에 주자를 두고 진행하며 12회까지 승부가 나지 않을 경우 무승부로 경기가 끝난다. 단, 우승팀을 가려야 하는 결승전을 끝장 승부를 펼친다.
한국은 10회초를 실점 없이 깔끔하게 막았다. 정해영이 캠벨을 삼진으로 잡았다. 이어 크리스 버크의 타구가 3루수 김도영에게 향했다. 김도영은 타구에 맞았지만, 끝까지 후속플레이를 해 더블 플레이로 이닝을 끝냈다.
이어 10회말 선두타자로 나온 노시환이 초구부터 과감하게 방망이를 돌려 좌중간에 떨어지는 안타를 만들었고 2루 주자 최지훈이 득점하며 경기를 끝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진행된 공식 기자회견에서 "참 힘든 경기를 했다. 문동주가 홈런을 하나 맞았지만 잘 던져줬다. 승부처는 7회 1사 만루에서 잘 막아준 것이라고 생각한다. 흐름이 우리 쪽으로 오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말했다.
7회초 1사 후 등판한 신민혁이 스펜스에게 2루타, 화이트필드에게 볼넷을 허용한 뒤 최지민에게 바통을 넘겼다. 최지민은 윙그로브를 볼넷으로 내보냈지만, 홀을 유격수 뜬공, 캠벨을 우익수 뜬공으로 처리하며 실점하지 않았다.
이날 한국 타선은 좀처럼 터지지 않았다. 8안타를 기록했으며 특히, 2회부터 5회까지 연속으로 득점권 기회를 만들었고 7회와 8회에도 점수를 뽑을 기회를 만들었지만, 단 2점을 뽑는 데 만족해야 했다.
류중일 감독은 "타선에서는 처음 보는 투수들이라 그런 것 같다. 변화구가 낮게 오는 것이 인상적이었다"며 "마지막에 노시환이 결승타를 쳐서 기쁘다"고 말했다.
이어 "국제대회에 나온 투수들은 처음 보는 투수다. 어린 선수들이다 보니 타이밍을 잘못 잡은 것 같다"며 "상대 투수가 공은 빠르지 않은데 볼이 낮게 형성되다 보니 고전했다"고 밝혔다.
한국이 역전승을 거둘 수 있던 이유는 마운드가 버텨줬기 때문이다. 문동주가 내려간 뒤 김영규~신민혁~최지민~최승용~정해영이 차례대로 올라와 실점하지 않았다. 정해영은 9회초 2사 1, 2루 위기에서 등판해 홀을 삼진으로 돌려세웠다. 10회초 역시 무사 1, 2루를 실점 없이 틀어막았다.
류중일 감독은 "7회 최지민도 잘 막아 줬고 8회, 9회 최승용도 잘 막았다. 역시 마무리 정해영도 잘 막았다"며 "그런 부분 덕분에 우리가 승리할 수 있지 않았나 생각한다"고 전했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 문동주에 대해 "5~6회까지 잘 막아줬으면 좋겠다. 투구 수는 80~90개를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하지만 이날 문동주는 102개의 공을 던진 뒤 마운드에서 내려왔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전에는 경기를 오랫동안 안 했기 때문에 90개를 생각했는데, 5회 끝나고 밸런스가 좋아서 100개까지 생각했다. 개인적으로 미안하다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한국은 오는 17일 같은 장소에서 일본과의 2차전을 치른다. 선발 투수는 이의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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