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안보 저해 땐 기술 통제”···시진핑 “중국 이익 훼손”
시 “대만 침공 계획은 없다”···바이든 “총통 선거 개입 자제를”
양국 ‘갈등 관리’ 국면으로···한반도 문제는 ‘비핵화’ 강조 그쳐
미국과 중국은 15일(현지시간) 조 바이든 대통령과 시진핑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계기로 군사 당국 간 소통 복원 등을 통해 충돌을 방지하는 데 공감했다. 하지만 장기 패권 경쟁에 돌입한 양국은 이익이 첨예하게 부딪히는 문제에선 여전한 인식차를 드러냈다. 대내외적 이유로 안정적인 양국 관계 관리가 필요한 두 정상이 미·중 갈등의 잠재적 불씨는 그대로 남겨둔 채 추가 상황 악화를 막는 데 방점을 찍었다는 관측이 나온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양국이 회담 결과 “중요한 진전”을 이뤄냈다고 강조했다. 지난해 11월 발리 회담에서 이렇다할 합의사항이 없었던 것에 비하면 이번 회담에선 군 소통선 복원을 비롯해 펜타닐 등 마약 단속 협력, 인공지능(AI) 정부간 대화 개설, 기후 위기 공동 대응 등 손에 잡히는 결과가 나온 것은 사실이다.
특히 미국으로선 이번 회담의 최우선 목표였던 군사 대화 복원에 합의한 것에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양국은 국방장관·합참의장 등 고위급을 비롯해 사령관급 소통, 국방부 실무회담, 해상군사안보협의체 회의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 미·중 정상이 ‘핫라인’에 준하는 직접 소통에 나설 가능성도 있다. 바이든 대통령은 “양국 간 및 역내 어떤 일이든 우려가 있으면 누구든 수화기를 들어 직접 전화를 걸고 받기로 했다”고 말했다. 우크라이나와 중동에서 ‘두 개의 전선’에 직면한 바이든 대통령은 대만,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지역에서 추가 충돌이 발생하는 상황을 차단하는 게 급선무였다.
그러나 군사 대화 복원이나 마약 퇴치 협력은 중국이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일방적으로 끊었던 것을 재개하는 수준이라는 점에서 새로운 진전으로 보기 어렵다는 지적도 나온다.
이번 회담은 지난 6월 토니 블링컨 국무장관의 방중 이후 수개월 간 고위급 접촉을 거쳐 성사됐지만, 개별 이슈에 대한 합의 외에 포괄적인 공동성명은 도출하지 못했다. 특히 양측은 핵심 갈등 현안에서 기존 입장을 재확인하면서 신경전을 벌이기도 했다. 미·중 전략경쟁의 실상이 고스란히 드러났다는 평가가 나온다.
미·중의 인식차가 가장 극명하게 드러난 분야는 대만해협과 미국의 수출통제 등 경제 분야다. 바이든 대통령은 중국의 불공정 무역 정책, 비시장적 경제 행위, 미국 기업들에 대한 징벌적 조치를 거론하며 비판했다. 또 “무역, 투자를 과도하게 제한하지 않는 범위”라는 단서를 달았지만 “미국 첨단기술이 국가안보를 저해하는 데 사용되는 것을 막도록 계속해서 필요한 조치를 취하겠다”고 했다.
반면 시 주석은 “미국이 수출통제, 투자검토, 일방적 제재 등 지속적으로 중국을 겨냥한 조치를 해 중국의 정당한 이익을 심각하게 훼손하고 있다”고 비판했다. 시 주석은 회담 모두발언에서 “중국과 미국 같은 두 대국이 서로에게 등을 돌리는 것은 선택지가 아니며, 어느 한 쪽이 다른 쪽을 개조하려는 시도는 비현실적”이라며 미국의 대중 조치에 대한 불만을 표출했다.
시 주석은 대만 문제와 관련 미국의 태도 변화를 촉구했다. 대만 무장 중단 및 대만 독립을 지지하지 않는다고 천명할 것을 요구한 것이다. 미 고위 당국자는 시 주석이 대만에 대해 무력 사용 조건을 언급하면서도 2027년이든 2035년이든 대만을 침공할 계획은 없다고 밝혔다고 전했다. 바이든 대통령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재확인하면서도 중국에 내년 1월 대만 총통 선거 개입 자제를 주문하며 중국을 우회적으로 압박했다.
그럼에도 미·중이 고위급 대화를 이어가기로 하면서 양국 갈등은 당분간 관리 국면에 접어들 것으로 보인다. 우크라이나와 중동 전쟁 와중에 내년 대선을 치러야 하는 바이든 대통령과 부동산 경기 악화 등으로 경제적 난관에 봉착한 시 주석 모두 관계 안정화가 필요한 상황이다.
회담에서 북한 문제는 비중있게 다뤄지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 미·중 간 북한의 도발이나 북·러 군사협력 움직임에 대한 공동 대응 방침도 언급되지 않았다. 백악관은 회담 보도자료에서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 원칙을 강조하는 데 그쳤다. 시 주석은 모든 이해 당사국들이 북한의 합리적인 우려를 들어야 한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워싱턴 | 김유진 특파원 y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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