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르포]‘꿈의 배터리 소재’ 우수수…CNT 키우는 금호석화
철의 100배 인장강도…이차전지 소재로 각광
아산 공장 연 120t 생산→여수 공장 360t 증설
시장 확대 발맞춰 연산 5000t까지 확장 가능성
‘음극 도전재’ 영역까지 도전…2027년 상용화
[아산=이데일리 김은경 기자] 새끼손톱 반 만 한 검은 알갱이들이 투명한 관을 타고 쏟아져 내려온다. 손바닥으로 쓸어보니 연탄을 만질 때처럼 미세한 검은 가루가 묻어 나온다. 겉으론 평범해 보이는 이 물질은 석유화학업계에서 ‘꿈의 소재’로 불리는 탄소나노튜브(CNT)다.
지난 7일 방문한 충남 아산 금호석유(011780)화학 CNT 공장에서는 사람 몸통 몇 배나 되는 거대한 수직 반응기들이 에틸렌과 촉매를 반응해 나온 CNT 제품을 24시간 쉼 없이 쏟아내고 있었다. CNT는 철의 100배에 이르는 인장강도와 구리보다 1000배 높은 전기전도성을 지닌 물질이다.
CNT 자체는 눈으로 확인하기 어려운 미세 입자다. 금호석유화학은 제품이 공기 중으로 흩어져 유실되는 것을 막고 고객사가 쉽게 가공할 수 있도록 CNT를 결정화하면서 알갱이(펠릿) 형태의 제품을 개발했다. 분말을 압축해 고밀도 원료를 만드는 것 자체가 기술력인 셈이다.
CNT 생산 과정은 금속 이물질과의 전쟁으로 요약된다. 특히 이차전지용 CNT에는 금속이나 자성을 띤 이물질이 조금만 섞여도 화재 위험이 발생할 수 있어 민감하다. 금호석유화학은 생산라인 곳곳에 필터와 영구자석을 배치해 분석 장비로 봐야 보일 정도의 미세한 쇳가루까지 모두 잡아내는 노하우를 터득했다.
금호석유화학의 CNT는 합성고무나 합성수지 복합 소재로 쓰이는 범용 소재와 이차전지용 소재 두 종류로 나뉜다. 범용 CNT를 합성수지 복합 소재로 활용하면 정전기 방지(ESD) 성능과 전자파 차폐(EMI) 성능을 강화할 수 있다. 최근에는 전기차 전기·전자 장치에서 발생하는 특정 주파수대 전자파를 차단하기 위해 배터리 팩 케이스 등 차량 내외부에 사용되는 플라스틱, 즉 합성수지에 CNT를 융합하는 용도로 쓰이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20년 자체 연구개발을 통해 리튬이차전지용 CNT 제품 상업화에 성공했다. 2021년 고객사 판매까지 달성하며 본격적인 이차전지 CNT 소재 생산에 나서기 시작했다. 최근에는 CNT를 주요 신사업으로 낙점하고 생산량 확대에 드라이브를 걸고 있다.
금호석유화학은 2013년 아산에 연산 50톤(t) 규모의 CNT 생산공장을 완공하고 상업 생산을 시작했다. 이후 2018년 60t 라인을 추가로 증설해 총 120t 생산능력(CAPA)을 갖추게 됐다. 내년 상반기에는 여수 율촌산단에 360t 규모 공장을 준공해 생산능력을 3배로 키운다. 이날 방문한 아산 공장은 연말을 끝으로 지난 10여 년간 이어온 가동을 중단한다. 설비와 일부 인력은 여수 공장으로 이전할 예정이다.
금호석유화학이 율촌산단으로 이전하는 이유는 연산 360t 외에 최대 5000t까지 생산 인프라를 구축할 수 있는 부지를 확보했기 때문이다. 향후 시의성과 사업성을 고려해 단계적으로 CNT 생산능력을 확대해 나갈 것으로 관측된다. 고객사 협의에 따라 생산량을 조정해 규모의 경제 우위를 점하겠다는 포석이다.
생산능력 확대에 신중한 이유는 글로벌 경기침체 속 전기차 보급 둔화 우려와 함께 시장이 급속도로 변하고 있어서다. 남 상무는 “고객사는 원활한 제품 공급을 위해 우리가 일정 규모 이상 생산능력을 확보하고 안정적으로 공장을 가동할 수 있길 원한다”며 “반면, 회사 입장에서는 이차전지용 CNT 수요가 빠르게 늘어나는 상황일지라도 시장 변동성을 살피며 단계적으로 생산능력을 확대해 나가는 것이 필요해 고객사와 입장차를 줄여야 하는 점이 어렵다”고 했다.
범용 제품과 달리 이차전지용 CNT의 경우 고객사별로 맞춤형 제품을 별도로 개발하는 과정도 필요하다. 남 상무는 “같은 완성차 브랜드도 차종마다 사용하는 CNT 제품이 다르기 때문에 전부 맞춤형으로 개발해야 한다”며 “개발에만 2~3년이 걸리고 테스트에도 오랜 시간이 필요하다”고 설명했다.
한편 금호석유화학의 이차전지용 CNT는 현재 음극이 아닌 양극 도전재 위주로 활용된다. 회사는 향후 음극 도전재로 활용할 수 있는 음극재용 단일벽 CNT(SWCNT)까지 확보하기 위해 연구소 차원에서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남 상무는 “음극 도전재는 아직 높은 가격 탓에 적극적으로 상용화된 단계는 아니다”라며 “우리는 2027~2028년 상업화를 목표로 제품을 개발하고 있다”고 했다.
김은경 (abcdek@edaily.co.kr)
Copyright © 이데일리.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 공매도 개편안에 뿔난 배터리 아저씨 왜?[최훈길의뒷담화]
- "내 아들 거에요!"...'추락사 중학생' 패딩 입고 법원 온 10대 [그해 오늘]
- 10대 딸 태우고 음주운전…역주행 사고낸 40대 엄마
- [누구집]블랙핑크 제니, 50억 주고 산 집…원래 분양가는?
- 도쿄돔 야구 한일전서 또 욱일기 등장…“파시즘 상징”
- 갓난아기 두고 집나간 아내…양육비 소송할까요[양친소]
- 황희찬, 울버햄프턴과 장기 동행?...현지언론 "재계약 논의 중"
- 개포동 현대 21억, 성수동 주유소 350억[경매브리핑]
- 檢, 이재용에 "초격차 반칙" 일갈…'재벌 3·5법칙' 적용될까[판결왜그래]
- 유엔사 확대는 종전선언 걸림돌?…文정부의 유엔사 '힘빼기'[김관용의 軍界一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