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외선 러브콜, 국내선 찬밥신세 K문학

김형주 기자(livebythesun@mk.co.kr) 2023. 11. 16. 17:12
음성재생 설정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세계적 문학상 후보 오르고
한류에 번역본 인기끌지만
예스24 문학 판매 점유율
올해 상반기 14.7% 급감
교보 판매 톱10에 3권 뿐
독자 줄어 발전 토대 흔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2023년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 천명관의 '고래'(2023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 정보라의 '저주토끼'(2023년 전미도서상 최종 후보, 2022년 맨부커상 최종 후보) 등 해외에서 한국 문학 작품에 대한 호평이 이어지고 있지만 정작 국내에서 한국 문학 작품은 잘 읽히지 않고 있다. 한국 문학이 지속적으로 발전하기 위해 좋은 작가와 작품을 뒷받침할 수 있는 독자층을 확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2023년 교보문고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상위 1~20위에 한국 문학은 김호연의 '불편한 편의점1, 2'(4, 8위)와 최진영의 '구의 증명'(9위), '아버지의 해방일지'(13위) 3편에 불과했다.

같은 기간 예스24 종합베스트셀러 상위 1~20위에서는 '불편한 편의점1, 2'(4, 6위), '아버지의 해방일지'(8위) 2편이었다. 독서량(연 4.5권·2021년 국민독서실태)이 계속 감소하는 상황에서 한국 문학을 독자들이 찾지 않고 있는 것이다. 올해 상반기 예스24의 문학 도서 분야 판매 점유율은 5.1%로 전년 동기 대비 14.7% 급감했다.

한국인이 많이 읽는 책은 자기계발서였다. 교보문고 올해 상반기 종합베스트셀러 상위 1~10위를 '세이노의 가르침'(1위) 등 7권의 자기계발서가 차지했다. 이 기간 예스24에서 자기계발 분야 도서의 판매 점유율은 전년 동기 대비 35.6% 증가했다.

문학계에서는 국내 독자층이 계속 위축되는 상황에 우려를 제기한다. 한국 문학 작품이 국내에서 읽히지 않으면 작가들이 좋은 작품을 쓸 수 있는 자생적 기반이 사라진다는 지적이다. 정과리 문학평론가는 "지금 해외에서 주목받는 한국 작품들은 페미니즘(김혜순), 동성애(박상영), 엽기(정보라) 등 소재주의적인 측면이 강하다"며 "전 세계에 '자포니즘' 현상을 일으킨 일본 문학, 한류를 만든 K대중문화처럼 한국 문학만의 특성을 보여주기 위해서는 발전을 뒷받침할 국내 저변이 튼튼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부족한 독자층으로 자생적 발전이 어려워지면서 한국 문학은 우수 문학 작품을 도서관 등에 보급하는 문학나눔, 우수 도서에 보조금을 지원하는 세종도서 등 정부 지원 사업에 의존하는 실정이다. 이마저도 최근 정부가 문학나눔을 세종도서 사업에 통합한다고 발표하면서 축소될 위기에 처했다. 국제PEN한국본부, 한국문인협회, 한국작가회의 등 5개 문인 단체는 지난달 25일 "한국 문화예술 콘텐츠에 대한 주목이 지속되기 위해서는 문학과 기초 예술의 역량이 강화돼야 한다"며 문학나눔 사업의 복원을 요구하는 성명을 발표했다.

문단 관계자들은 한국 문학의 다양성이 약화되는 현상도 문제라고 지적했다. 평소에 문학을 읽는 독자층이 적다보니 국제적 문학상을 받은 작품이나, 미디어에 소개된 책들에만 관심이 집중된다는 것이다. 한강의 '작별하지 않는다'는 지난 9일 밤 메디치 외국문학상 수상이 발표된 뒤 하루 만에 전월 전체 판매량의 3배가 넘는 판매량을 기록했다. tvN의 '유퀴즈 온 더 블록' 등 인기 방송 프로그램에 출연한 박준, 정유정 등의 작가들은 도서 판매량이 수십 배 증가하기도 했다. 문학평론가 이광호 문학과지성사 대표는 "문학 향유층이 적으니 안 그래도 적은 관심이 일부 도서에만 집중되는 것"이라며 "한국 문학에 두터운 독자층이 형성돼야 다양한 작품이 나올 수 있다"고 토로했다.

한국 문학과 대중의 괴리를 학교 문학교육의 탓으로 설명하는 의견도 제시됐다. 문학을 감상하게 하지 않고 시험 문제를 맞히는 데 집중하게 하는 교육 방식이 독자들을 문학에서 멀어지게 했다는 설명이다. 이광호 평론가는 "문학은 읽는 과정 자체를 즐기는 것인데 어린 시절부터 문학에서 의미와 정답을 찾는 교육을 받으니 (문학을) 어렵고 지루한 것으로 느끼게 된 것"이라며 "문학의 즐거움과 가치를 가르치는 교육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김형주 기자]

Copyright © 매일경제 & mk.co.kr. 무단 전재, 재배포 및 AI학습 이용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