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 '갈등관리' 가시화…한국 외교공간도 확장될까
(서울=연합뉴스) 김효정 기자 = 미국과 중국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 정상회담에서 우발적 충돌을 막기 위한 '갈등 관리' 초석을 놓으면서 한국을 둘러싼 외교안보 환경에도 긍정적 변수로 작용할지 관심이다.
다만 북한 문제에 대한 중국의 태도 변화 여부나 협력 가능성은 이번 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물음표'로 남아 있다는 평가다.
이번 정상회담에서 가장 눈길을 끄는 결과는 미국의 주요 관심사였던 군사 소통 채널 복원에 양국이 합의한 것이다.
양측은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이후 중국이 단절한 미중 군 대 군(軍對軍) 고위급 소통, 국방정책조정대화, 전구(戰區) 사령관 소통 등을 재개하기로 했다. 남중국해나 대만해협 등에서 오판에 따른 위기 상황이 벌어지는 것을 막기 위해서로 풀이된다.
또 미중이 대만 문제에 대해 각자 입장을 견지하면서도 정상 차원에서 솔직한 대화를 주고받은 것은 서로의 의도를 더 확실히 파악하는 계기가 되고, 오해에서 비롯한 충돌 가능성을 줄일 수도 있다.
대만해협이나 남중국해 등 인도·태평양 내 분쟁지역을 둘러싼 미중 대결이 당분간 고조되지 않으면 한국의 외교적 환경도 비교적 안정화될 수 있다.
최근 한국은 인태 지역 현안에 대해 이전보다 적극적인 역할을 할 것을 요구받아 왔다. 특히 윤석열 정부 들어서는 미국과 함께 목소리를 내는 경향이 더 뚜렷해졌다.
지난 9월 서울에서 열린 한미 외교장관 기자회견에서 토니 블링컨 미 국무장관은 "남중국해, 동중국해, 대만해협 문제 등에서 우리 공동의 대중국 접근법이 서로 전략적으로 수렴되고 있는 데 대해 논의했다"고 언급하기도 했다.
이런 상황에서 미중 대립과 불확실성이 고조되면 한국의 대(對)중국 관계 부담이 늘어나지만, 미중이 갈등을 적절히 관리해 나간다면 한국으로서도 운신의 폭이 넓어진다고 할 수 있다.
황재호 한국외대 교수는 "(이번 미중 회담의) 가장 큰 성과는 적어도 우발적 충돌 가능성에 따른 불확실성을 제거한 것"이라고 말했다.
황 교수는 "한동안은 미국이 여러 개의 전쟁을 동시에 수행할 수 없다는 것이 확실해지고 있다. 우크라이나, 중동에 더해 대만과 한반도에서도 동시에 문제가 생기면 감당하기 어렵기 때문에 상황을 관리해야 할 필요가 있는 것"이라며 "문제를 더 확대하지 않고 관리해 가자는 컨센서스가 생기면 한국 입장에서도 나쁘지 않다"고 말했다.
다만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국과 중국의 긴장관계가 이번 회담을 통해 '협력 모드'로 변할 수 있다는 신호는 아직 없다.
백악관은 발표문에서 조 바이든 대통령이 인태 동맹국 방어에 대한 '철통같은 공약'을 재확인했다고 밝힌 뒤 남중국해·동중국해 평화 안정에 이어 '한반도의 완전한 비핵화'에 대한 의지를 강조했다고 언급했다.
미중 발표문을 통틀어 한반도 문제가 언급된 것은 이 대목이 전부다. 중국 측은 북핵을 비롯한 한반도 문제에 대한 시진핑 주석의 언급 내용을 아예 공개하지 않았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중국이 북핵 문제 해결을 위해 건설적인 역할을 하지 않으면 동맹 방어를 위해 한미 확장억제 강화, 한미일 안보협력 등의 조치를 취할 수밖에 없다고 강조해 왔다. 반면 중국은 미국의 이런 동맹강화 조치는 결국 중국을 겨냥한 것이고 역내 긴장을 고조시킬 뿐이라며 강한 경계감을 표출해왔다.
한반도 문제를 둘러싼 미중의 이번 발표문 차이에서도 이런 긴장 관계가 엿보인다.
다만 최근 러시아와 협력을 강화하며 지역 불안정을 적극적으로 부추기고 있는 북한에 중국이 어떤 태도를 취해 나갈지는 앞으로도 계속 지켜봐야 하는 문제다.
미중 갈등관리 국면에서 새롭게 열리는 공간을 활용해 정부가 이전보다 적극적인 대중국 관여 외교에 나설지도 관심이다. 우선은 APEC 회의를 계기로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윤석열 대통령의 만남이 성사될지 주목된다.
정부가 의욕적으로 추진하는 한중일 3국 정상회담을 통해 중국 고위급 인사가 방한하게 되면 본격적인 대중국 관여 외교를 위한 '시작점'이 될 수 있다는 관측도 나온다.
kimhyoj@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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