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경의 창] 우리에겐 희망이 있는가

2023. 11. 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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희망은 중요하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희망을 행복의 3대 조건 중 하나로 꼽았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와 이에 따른 중국 경제의 성장을 지렛대 삼아 발전해왔다.

세계화가 퇴조하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 관계로 바뀌면서 낙수 효과를 주었던 중국 경제는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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역동적 성장 지속했던 한국
3년간 잠재성장률 밑돌아
인구감소·산업·기후변화
불확실성 키우는 요소 산적
미래전략과 중장기 비전 시급
내년 총선이 논의의 장 되길

희망은 중요하다. 독일 철학자 칸트는 희망을 행복의 3대 조건 중 하나로 꼽았다. 가진 것이 많아도 늘어날 여지가 없는 사람보다 가난해도 수입이 좋아질 것이 예견되는 사람이 열심히 일하고 행복을 느낀다는 뜻이다.

국가도 마찬가지다. 20년 전에 만난 프랑스 공무원은 개도국 관료인 우리를 부러워했다. 늘 제자리인 프랑스에 비해 한국은 역동적인 성장을 지속하니 미래에 대한 기대가 크다는 것이다. 그의 말처럼 지난 20년간 우리 경제는 큰 성취를 이루었다. 글로벌 금융위기와 코로나 위기를 극복하고 세계 10위권 내 선진 경제로 도약했다. 불편한 진실은 짧은 시간 내 프랑스처럼 희망을 찾기 어려운 나라로 변해가고 있다는 점이다. 지난 3년간 우리 경제는 지속적으로 잠재성장률을 밑돌았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국가 평균 이하의 성장을 계속했고 급기야 올해는 20여 년 만에 처음으로 일본보다 성장률이 낮을 것으로 예상된다. 좀 더 길게 내다보면 이 정도라도 성장하고 있는 것이 다행일지도 모른다. 무엇보다 글로벌 경제 환경이 근본적으로 바뀌고 있기 때문이다. 우리는 미국 주도의 세계화와 이에 따른 중국 경제의 성장을 지렛대 삼아 발전해왔다. 세계화가 퇴조하고 미국과 중국이 경쟁 관계로 바뀌면서 낙수 효과를 주었던 중국 경제는 오히려 위험 요인이 되고 있다. 앞으로 오랫동안 지속될 이러한 구조적 변화를 헤쳐나갈 적절한 생존 방식을 찾고 있는지 걱정된다.

인력, 기술, 산업 등 경제의 구성 요소를 뜯어보면 답답함은 더 심해진다. 저출산·고령화로 미래 인력 공급이 원활하지 않을 것으로 예견된 지는 오래되었다.

인적 자원의 질도 문제다. 교육이 수월성 위주의 엘리트 인재 양성과 평등한 전인교육 사이에서 갈팡질팡하고 있기 때문이다.

산업 또한 힘들고 불안하기는 마찬가지다. 성장을 주도해온 반도체, 자동차, 철강, 조선 등 주력 산업이 미래에도 경쟁력을 가질 것인지는 불확실하다. 세계는 디지털이나 인공지능(AI)으로 급격하게 변화하고 있는데, 우리가 잘 대응하는지는 불확실하다. 기후변화도 미래 불확실성을 높이는 요소이다. 지구의 미래를 위한 대의명분을 넘어 유럽연합(EU)의 탄소국경조정제도(CBAM)처럼 무역 규제로 변해가고 있기 때문이다. 단기적으로는 국내 산업에 부담이 될 수밖에 없는 탈탄소화를 지혜롭게 추진해서 신산업을 육성하고 보호주의에 대응해야 하지만 뚜렷한 방향성을 찾기 힘들다. 산적한 불안 요인을 딛고 희망 회로를 다시 돌리기 위해서는 적어도 20~30년 앞을 내다보는 비전을 만들고 이를 달성하기 위한 대책을 지금부터 강구해야 한다. 이를 국민에게 적극적으로 제시해서 공감대를 모으는 노력도 반드시 필요하다.

그런 면에서 윤석열 정부가 대통령 직속 국민경제자문회의와 저출산고령사회위원회를 구성하여 활동을 시작하고, 지난 6월 기획재정부를 중심으로 중장기전략위원회도 출범한 것은 늦었지만 다행스러운 일이다. 안타까운 것은 이러한 위원회들이 고민의 성과물을 내놓지 않고 있다는 점이다. 중장기 비전이나 해법을 단기간 내에 만들기 어려운 면도 있을 것이다. 하지만 혹시라도 내년 총선을 앞두고 정치적 이해타산을 고려해 비전을 제시하는 데 소극적인 것은 아닌지 걱정된다.

미래를 대비할 수 있는 골든타임은 무한하지 않다. 윤석열 정부는 자신감과 책임감을 가지고 미래 비전과 대비책을 조속히 제시해주기 바란다. 내년 총선이 이러한 정책 어젠다를 논의하고 국민적 공감대를 형성하는 장이 될 수 있으면 최상일 것이다.

[최광해 칼럼니스트·전 국제통화기금 대리이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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