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고] 방송3법, 내용보다 절차가 더 문제

2023. 11. 16. 17: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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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같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출 방식을 바꾸는 개정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이번에 통과된 방송3법은 야당이 언론개혁이란 이름으로 지난 정권 말부터 추진해온 것이지만, 소극적 태도와 국민의 저항에 부딪쳐 방치돼 있던 것이다.

이번에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공영방송 관련 개정법안은 내용적으로는 물론이고 절차적 정당성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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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일 국회 본회의에서 KBS와 방송문화진흥회 같은 공영방송 이사회 구성과 사장 선출 방식을 바꾸는 개정법안이 야당 단독으로 의결됐다. 이번에 통과된 방송3법은 야당이 언론개혁이란 이름으로 지난 정권 말부터 추진해온 것이지만, 소극적 태도와 국민의 저항에 부딪쳐 방치돼 있던 것이다. 그런데 이번에 180석에 가까운 무소불위의 의석수로 본회의에서 통과시켰다.

이렇게 무리하게 야당이 공영방송 지배구조를 바꾸려고 하는 의도는 충분히 짐작이 간다. 집권 여당이 합법적으로 공영방송 이사의 다수를 확보할 수 있게 돼 있는 현행법이 자신들에게 절대 불리하기 때문이다. 실제로 민주당은 야당 시절 승자독식 구조를 개선하기 위해 발의했던 개정법안을 포기하고, 집권 이후 기존의 구성 방법을 그대로 고수하였다. 이것도 내로남불인 셈이다.

그 이유는 공영방송이 대선에서 승리한 정파에 주어지는 일종의 전리품처럼 인식되어 왔기 때문이다. 아마도 야당은 대선에서 패배해 정권을 내준 이후, 집권 여당 시절 구축했던 공영방송 지배체제가 와해되는 것을 수수방관할 수 없었을 것이다.

공영방송은 공적 재산인 주파수를 사용한다는 기술적 속성과 함께 사회 구성원들의 합의가 중요한 '사회적 기구'라고 할 수 있다. 그러므로 관련 법·제도를 개선하기 위해서는 내용적 정당성과 절차적 정당성이 함께 담보돼야만 한다. 사회적 합의가 결여된 공영방송 제도는 필연코 정치적 통제 수단으로 악용될 수 있기 때문이다.

이번에 야당 단독으로 통과시킨 공영방송 관련 개정법안은 내용적으로는 물론이고 절차적 정당성도 담보하지 못하고 있다. KBS와 MBC 방송문화진흥회 이사 추천을 국회, 학계, 관련 단체 그리고 시청자위원회로 다원화하고 있다. 하지만 내면적으로 들여다보면 언론 노조를 비롯해 야당에 친화적이거나 활동을 같이해온 단체가 다수를 차지하도록 돼 있다. '공영방송 영구 장악법'이라는 비판을 받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내용적 문제보다 더 심각한 것은 절차적 정당성 문제다. 특히 공영방송처럼 공익을 목적으로 존재하는 기구들은 공정한 논의 절차와 합의 과정이 중요하다. 하지만 이번에 개정된 방송3법은 작년 말 상임위에서도 합의는커녕 논의조차 없이 야당 단독으로 밀어붙인 법이다. 다수 의석으로 자행된 입법 난동이라 해도 크게 틀리지 않을 듯싶다.

이처럼 절차적 정당성이 담보되지 못한 방송법 개정은 공영방송의 정치적 독립성과 공영성을 민주당 스스로 부정하는 일이다. 공영방송 이사회는 국민을 대신해 공영방송을 감독하는 유일한 기구다. 구성 방법이나 과정에서 국민 대표성과 다양성이 충실히 반영돼야 하는 것도 이 때문이다.

무엇보다 추천단체들을 특정해 법에 규정하고, 그것을 특정 정파가 다수 의석을 가지고 독단적으로 처리하는 것은 공영방송 이념에 완전히 배치된다.

인터넷 미디어가 성장하면서 거의 모든 나라에서 공영방송의 존립 근거가 위협받고 있다. 시청 점유율과 영향력 모두 급속히 하락하고 있다. 이념적 정체성 훼손과 재정적 위기가 동시에 증폭되면서 무용론이 커지고 있다. 여기에 공영방송이 국민을 위한 방송이 아니라 정쟁의 장으로 전락하게 된다면 그 결과는 뻔해 보인다.

[황근 선문대 미디어커뮤니케이션학부 교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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