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타니 없어도 OK"…불륜 스캔들에서 돌아온 '664승' 사령탑, 자신감 내비쳤다
[마이데일리 = 노찬혁 기자] "오타니 쇼헤이(29)가 FA로 나가더라도 우승하겠다"
LA 에인절스는 지난 9일(이하 한국시각) 론 워싱턴 감독을 선임했다. 그리고 16일 미국 캘리포니아주 애너하임의 에인절스타디움에서 론 워싱턴 감독 취임 기자회견을 열었다.
에인절스는 올 시즌 팀을 맡았던 필 네빈 감독이 성적 부진을 이유로 지휘봉을 내려놓았다. 에인절스는 마이크 트라웃, 오타니 쇼헤이와 함께 포스트시즌 진출을 목표로 2023시즌을 출발했다. 오클랜드 어슬레틱스와 개막전에서 선발 투수로 나온 오타니가 6이닝 10탈삼진 무실점으로 호투했으나, 불펜이 승리를 지키지 못해 1-2로 역전패를 당했다.
개막전에서 암울한 스타트를 끊은 에인절스는 4월말까지 29경기 15승 14패 승률 0.517로 아메리칸리그(AL) 서부지구 3위로 나름 잘 버텼다. 당시 2위였던 휴스턴 애스트로스와 0.5경기 차로 바짝 추격하며 시즌 초반 팬들에게 희망을 안겨줬다. 5월과 6월에도 순항했다. 에인절스는 5월 28경기 15승 13패로 승패 마진 +2승, 6월 27경기 14승 13패를 승패 마진 +1승을 올리며 지구 3위를 유지했다.
그러나, 올스타 브레이크 전 전반기 마지막 10경기에서 1승 9패라는 처참한 성적표를 받아들이며 5할 승률이 붕괴된 상태로 전반기를 마무리했다. 다행히 후반기 첫 12경기에서 9승 3패를 거둬 5할 승률 이상으로 돌아왔다. 포스트시즌 진출 가능성이 보이자 제안을 들어보겠다고 했던 오타니도 트레이드하지 않겠다고 선언. 오히려 루카스 지올리토를 트레이드로 영입하며 '윈 나우'를 노렸다.
에인절스의 작전은 완벽한 실패로 돌아갔다. 8월말까지 에인절스는 승패 마진 -6승으로 승률 0.478을 기록해 텍사스와 11.5경기 차이로 AL 서부지구 4위로 떨어졌다. 반면, 같은 지구 라이벌 시애틀 매리너스는 후반기 무서운 상승세를 보이며 휴스턴, 텍사스 레인저스와 함께 지구 우승은 물론 포스트시즌 진출까지 넘보고 있었다.
설상가상으로 오타니가 팔꿈치 인대 파열로 투수로서 시즌 아웃이 확정됐다. 타자에 전념한 오타니는 9월 초 옆구리 통증으로 결장했고, 결국 투·타 모두 시즌 아웃 판정을 받아 팔꿈치 수술을 결정하며 일찌감치 시즌을 마감했다. 오타니에 이어 앤서니 렌던, 마이크 트라웃까지 시즌 아웃이 확정됐고, 결국 9월 27경기 8승 19패로 무너진 에인절스는 162경기 73승 89패로 AL 서부지구 4위로 시즌을 마감했다.
올 시즌 포스트시즌 진출 실패로 에인절스는 9년 연속 가을야구 무대를 밟지 못했고, 8년 연속 5할 승률 미만으로 시즌을 마쳤다. 동시에 필 네빈 감독이 성적 부진에 책임을 지고 사령탑에서 물러났다. 특히 더 뼈아팠던 부분은 팀 자체가 제대로 돌아가지 않고 있다는 것이 여실히 드러났다는 것이다. 렌던은 워크에식 결함을 보여주며 태업 논란을 불러일으켰고, 페이롤을 줄이기 위해 영입한 선수들을 모두 웨이버공시 처리하기도 했다.
올 시즌이 끝나자 에인절스는 메이저리그 상위 125명 선수들의 평균 연봉인 2032만 5000달러(약 264억 원)를 퀄리파잉 오퍼(QO)로 제안했다. 그러나 3000만 달러(약 389억 원) 연봉을 받고 있던 오타니는 QO를 거절하고 FA를 선택했다. 트라웃도 올 시즌 부상이 계속 겹치며 정규시즌의 절반인 82경기 출전에 그쳤다.
팀이 어수선한 상황에서 에인절스가 선택한 감독은 론 워싱턴 감독이다. 지난 9일 미국 'MLB.com'은 "론 워싱턴 감독이 2년 계약을 맺으며 에인절스의 새로운 감독으로 선임됐다"고 전했다. 워싱턴 감독은 텍사스 레인저스 감독으로 있었던 2014년 이후 10년 만에 AL 서부지구 감독으로 복귀했다.
워싱턴 감독은 감독으로서 성적이 뛰어나다. 2007년 텍사스의 지휘봉을 잡아 2014년까지 1275경기에서 664승 611패 승률 0.521을 올렸다. 2010년과 2011년에는 텍사스를 AL 서부지구 우승으로 이끌었고, 팀을 2년 연속 월드시리즈에 올려놓으며 지도력을 인정받았다. 그러나 마지막 시즌이었던 2014년 3할 대의 승률로 지구 꼴찌를 기록했고, 불륜 스캔들에 휘말리며 시즌 도중 사퇴했다.
그리고 16일 에인절스타디움에 열린 에인절스 취임 기자회견에서 10년 만에 공식적으로 감독 첫 일정을 소화했다. 기자회견에서 워싱턴 감독은 "오타니 쇼헤이가 없어도 아메리칸리그 서부지구를 무너뜨리겠다"고 밝혔다. 에인절스는 2018년 이후 6번의 감독 교체를 단행했다. 이 기간 동안 에인절스는 단 한 번의 우승도 기록하지 못했고, 포스트시즌 무대도 밟지 못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워싱턴 감독은 에인절스를 AL 서부지구 정상에 올려놓겠다고 단언했다. 그는 "일단 우리가 팀을 정비하고, 선수들이 스프링캠프에 모이면 우리의 모든 초점은 서부지구 우승에 모일 것이다"라고 다짐했다. 미국 'CBS 스포츠'는 "워싱턴은 선수들을 규합하고, 선수들이 최대한 집중력과 에너지를 갖고 경기에 임할 수 있도록 해야 한다"고 전했다.
과연 오타니를 FA로 떠나보낸 에인절스가 새로운 론 워싱턴 감독과 함께 2024시즌 반전을 일으키며 AL 서부지구 우승을 차지할 수 있을 것인지 야구 팬들의 관심을 모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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