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0대부터 급증 췌장암, 영향주는 유전 및 환경위험인자 줄여야
인천힘찬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손효문 부원장은 “췌장은 복강 내 장기 중 가장 안쪽에 위치해 암 조기 발견이 어렵고, 증상이 뒤늦게 나타나 많이 진행된 상태로 진단이 되는 경우가 흔하다”며 “비만, 당뇨, 만성 췌장염 등을 앓는 50세 이상 고위험군이라면 췌장암 정기검진을 적극적으로 받는 것이 좋다”라고 말했다. ●흡연 당뇨 등 췌장암 위험인자
췌장은 명치끝과 배꼽 사이 상복부에 위치한 약 15cm 길이의 장기다. 소화에 관여하는 췌액과 혈당 조절에 중요한 호르몬인 인슐린 등을 분비한다. 췌장은 질환이 생겼을 때 나타나는 특징적인 증상이 없다는 것이 문제다. 보통 소화가 안되거나 명치끝 쪽이 아파서 대증적인 치료를 받다가 병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 간혹 등과 허리에 생긴 통증 때문에 허리 통증 약을 한참 먹다가 CT를 찍어보고 나서야 췌장에 생긴 암을 발견하기도 한다.
췌장암의 발병 원인은 아직 명확하게 밝혀지지 않았지만 흡연, 당뇨, 만성 췌장염 등을 주요한 위험인자로 보고 있다. 흡연자는 비흡연자에 비해 췌장암에 걸릴 확률이 최대 5배까지 높다. 당뇨는 췌장암의 원인이 되기도 하고 또 췌장암으로 당뇨가 생기기도 한다. 국내 췌장암 환자의 당뇨병 유병률은 약 30% 정도로 일반인의 3배 이상이다. 당뇨병이 있는 경우 췌장암 발병 위험도 2배 정도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만성 췌장염의 경우 췌장암 위험성을 증가시키고, 가족력과 나이도 위험인자로 꼽힌다.
췌장은 각종 소화기관에 둘러싸여 있어 이상 증세를 진단하기가 쉽지 않다. 암의 조기 발견이 어려운 만큼 예후도 다른 암에 비해 좋지 않다. 또한 여러 혈관과 복잡하게 연결돼 있어 수술하기도 힘들다. 췌장암 진단을 받은 환자의 20% 정도만 수술이 가능한 것으로 알려져 있다. 발병률이 급격히 증가하는 50대 이상 중장년층이라면 위험인자를 피하고, 췌장암 고위험군에 해당된다면 매년 정기검진을 받는 것이 최선책이다.
●고위험군 정기검진 필수
췌장에 문제가 생길 때 나타날 수 있는 증상이 보이면 정확한 검사를 받아야 한다. 췌장에서는 아밀라아제, 라파아제, 트립신 등 소화효소가 분비되는데 췌장의 기능이 떨어지면 이런 소화효소가 제대로 나오지 않고 소화와 영양소 흡수가 안돼 이유 없이 살이 빠진다. 1개월 이상 소화불량이 지속된다면 검사를 받아볼 필요가 있다. 또 췌장은 인슐린을 분비하는데 인슐린은 포도당과 함께 혈관을 따라다니며 포도당을 흡수시켜 혈당이 일정하게 유지되는 것을 돕는다. 췌장에 문제가 생기면 인슐린이 분비되지 않거나 제 역할을 못하기 때문에 혈액 내 포도당이 넘쳐 혈당 조절이 안된다. 따라서 당뇨병 가족력이 없는데도 갑자기 혈당 조절이 안돼 당뇨병 진단을 받았다면 췌장 문제를 의심해 볼 수 있다. 이 밖에 명치 아래나 옆구리, 등과 허리 쪽 통증이나 황달 증상도 췌장암의 증상이기 때문에 소홀히 해서는 안 된다.
췌장암은 예방을 위해서는 일상생활의 위험인자들을 피하는 것이 최선이다. 일단 담배는 췌장암을 일으키는 주요 인자이기 때문에 끊어야 한다. 음주 자체는 췌장암과 직접적인 관련은 없지만 만성 췌장염을 일으킬 수 있다. 만성 췌장염은 췌장암 발생을 높이기 때문에 금주나 절주가 필요하다. 고지방, 고칼로리 식사를 피하고 과일과 야채를 많이 먹는 등 건강한 식생활과 함께 적절한 운동으로 적정 체중을 유지하는 것도 도움이 된다. 특히 당뇨나 만성 췌장염을 앓고 있다면 식습관과 생활습관 관리를 더욱 철저히 해야 한다.
손효문 부원장은 “췌장암 사망률은 지난 10년 새 꾸준히 증가해 지난해 처음 위암 사망률을 넘어섰을 정도로 높다”며 “복통과 체중 감소가 나타나기 전에 위험인자가 있는 분들은 정기적으로 초음파와 복부 CT 검사가 필요하다”라고 당부했다.
김재범 기자 oldfield@donga.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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