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통 성공'에도 협력 한계 드러낸 美中…"미미한 진전" 평가도
미중, 대만·남중국해 문제에 이견 팽팽…정상회담 후 '디리스킹' 언급도 안돼
우크라전·이스라엘-하마스전에 미중 협력 쉽지 않을 듯…갈 길 먼 '미중 관계'
(서울=연합뉴스) 인교준 기자 = 1년 만에 마주 앉은 미중 정상이 다양한 이슈로 머리를 맞댔으나, 서로 손에 쥔 성과는 많지 않다는 평가가 나온다.
정상회담 후 "건설적이고 생산적인 대화"(미국) 또는 "솔직하고 심도 있는 의견 교환"(중국)이었다는 양국의 레토릭(외교적 수사)을 봐도 이견 좁히기가 쉽지 않았음이 드러난다.
협상 테이블엔 미중 무역 제재와 디리스킹(위험 제거 등), 군사·안보 채널 복원과 협력, 남중국해와 대만, 인공지능(AI) 사용 금지와 핵탄두 통제, 합성마약 펜타닐 등 미중 간 대부분의 경제·안보 이슈가 오른 것으로 보인다.
그러나 군대군(軍對軍) 통신 복원과 펜타닐 근절 협력 합의에 그쳤다.
우크라이나와 가자지구에서 '두 개의 전쟁'에 맞닥뜨린 미국에 중국의 협조가 필요하고, 경기 침체로 어려움을 겪는 중국에 미국의 도움이 절실하지만, 결과적으로 협력엔 한계를 보였다는 지적이 나온다.
미중 군 통신 복원에도 협력은 '글쎄'…'펜타닐 합의'는 성과
미중 양국이 국방부 실무회담과 해상군사안보 협의체 회의, 전구 사령관 간의 통화를 재개키로 합의한 점이 주목된다.
작년 8월 낸시 펠로시 당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에 반발해 중국이 일방적으로 단절한 걸 복원한 것이다.
조 바이든 미 대통령은 미중 군사대화 재개에 대해 "우리는 직접적이고 열려 있으며 투명한 소통을 복원하기로 했다. 중국이나 어떤 주요 국가와의 중대한 오판은 정말 큰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지난 2월 미국 상공에서 중국의 정찰풍선(중국은 과학연구용 비행선이라고 주장) 격추 사건을 계기로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간에 우발 충돌로 인한 일촉즉발의 상황이 발생하는 걸 차단할 수 있게 된 걸 강조한 것이다.
그러나 미국은 못내 아쉬운 눈치다. 국방장관 회담 재개를 포함한 미중 군사·안보 채널의 완전한 복원과 함께 이를 통해 굵직한 국제 분쟁 이슈와 관련해 중국의 협조를 얻으려 했으나, 중국이 소극적으로 응했기 때문이다.
사실 미국은 러시아-우크라이나 전쟁은 물론 이스라엘-하마스(팔레스타인 무장정파) 전쟁 속에서 러시아, 그리고 하마스와 그 배후인 이란과 긴밀한 관계를 유지해온 중국이 조기 종전을 위해 모종의 역할을 해주길 바라고 있으나, 중국이 응하지 않고 있다.
중국으로선 자국을 겨냥한 반도체·인공지능(AI)·양자컴퓨팅 등의 첨단 기술에 접근 금지를 골자로 한 디리스킹에 대해 미국이 태세 전환을 하지 않고 있는데 서운함이 커 보인다. 미국은 정상회담 사전 조율 과정에서 중국과 디커플링(공급망 등 분리)을 안 한다고 공식적으로 밝히면서도 사실상 디리스킹을 국가 안보 차원의 문제로 규정하며 중국과 논의할 사안이 아니라고 선을 그은 바 있다.
그럼에도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과 관련한 미중 양국의 합의는 눈길을 끈다.
미국은 작년에 약물 과다복용 사망자 11만명 중 3분 2 정도가 펜타닐 약 때문으로 확인되는 상황에서, 그 원료 공급지인 중국의 협력을 강력하게 요구해왔는데, 이번에 이 요구가 성과를 본 것이다.
이번 회담에서 시 주석은 멕시코를 거쳐 미국에 유입되는 자국의 펜타닐 원료 제조사를 직접 단속하겠다고 밝힘으로써, 미국의 펜타닐 근절 노력이 탄력을 받게 될 전망이다.
미중, 대만·남중국해 문제로 표류…'시진핑 독재자 발언'도 화근
그러나 대만 문제에서 미중 두 정상은 얼굴을 붉힌 듯하다.
시 주석이 회담에서 "대만 문제는 항상 중미 관계에서 가장 중요하고 가장 민감한 문제"라며 "미국은 대만독립을 지지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구체적인 행동으로 구현해야 한다. 대만 무장을 중단하라"고 강조했다고 중국 외교부가 밝힌 데서도 이런 분위기가 묻어난다.
시 주석의 이런 언급은 '하나의 중국' 원칙을 준수한다는 미국이, 중국의 특별행정구 격인 대만에 첨단무기 등을 판매해 무장력을 강화해주는 것은 잘못됐다는 중국의 입장을 되풀이한 것이다.
자국 법인 대만관계법과 '6개 보장'(Six Assurances) 등을 바탕으로 대만과 비공식 관계를 유지해 온 미국은 무기 판매는 중국에 의한 대만과 대만해협의 현상 변경을 막기 위해 불가피한 조치라는 입장을 유지해왔다.
바이든 대통령은 정상회담에서 대만 해협의 평화와 안정이 중요하며 어느 일방의 현상 변경을 반대한다는 내용의 '하나의 중국' 정책에 변화가 없다고 재확인했다. 그러면서 중국이 대만 선거 절차를 존중하라고 요구했다.
이 발언은 내년 1월 13일 치러질 대만 총통 선거에 중국은 개입하지 말라고 경고한 것이라는 해석이 나온다.
전날 친중 세력인 국민당과 중도 노선의 민중당 간 단일화 합의로, 중국이 원하는 야당 단일후보가 당선될 가능성이 커진 가운데 중국의 노골적인 선거 개입 전망이 나오는 상황에서 바이든 미 행정부가 던진 '견제구'라는 점에서 차후 대응이 주목된다.
중국의 2027년 또는 2035년에 대만을 침공할 준비를 한다는 관측에 대해 시 주석이 "그런 계획이 없다"고 말하면서도 필요할 경우 무력 통일 의지는 여전하다는 입장을 밝혀 국제사회를 긴장시키고 있다.
군 통신 복원으로 남중국해 등에서 미중 간 우발적인 충돌 우려는 해소됐지만, 시 주석이 남중국해 영유권과 관련해선 기존 입장을 고수한 것으로 보여 남중국해 영유권을 두고서 미중 갈등과 대립은 지속될 전망이다.
미중 정상회담 후 바이든 대통령의 입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시진핑 독재자' 발언도 '화근'이 될 가능성이 작지 않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에서 '시 주석과 회담 이후에도 여전히 독재자로 보느냐'는 질문에 바이든 대통령은 "알다시피 그는 그렇다"며 "그는 1980년대 이래로 독재자였다"고 말한 것이다. 바이든 대통령은 지난 6월 한 모금 행사에서 시 주석을 '독재자'라고 칭해 중국 정부의 강한 반발을 샀던 터다.
'미중 미래 밝다'는 中매체 평가에도 미중 관계는 '산 넘어 산'
중국 관영통신인 신화사는 이날 미중 정상이 중미 관계와 관련된 전략적·전반적·방향적 문제와 세계 평화·발전에 연관된 중대 문제에 관해 솔직하고 심도 있게 의견을 교환했다"고 평가했다. 이는 성과가 그다지 크지 않다는 외교적 수사라는 점에서 중요하지는 않다.
주목할 대목은 그다음이다. 신화사가 "지구는 중미 양국을 수용할 수 있고, 양국 각자의 성공은 서로의 기회", "중미 관계의 앞날은 밝다"는 시 주석의 발언을 소개한 점이 눈길을 끈다.
중국은 이미 미국과 어깨를 겨루는 '주요 2개국(G2)'으로, 미국과 경쟁할 수 있는 국가라는 점을 강조한 기색이 역력해서다.
이를 바꿔 말하면 미국에 대한 패권 도전 의지를 담았다는 해석도 나올 수 있다.
아울러 바이든 대통령이 중국의 비(非)시장 경제 관행에 대해 문제를 제기한 점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중국이 시장경제체제를 바탕으로 2001년 11월 10일 WTO(세계무역기구)에 가입해 고도성장을 해왔으나, 이젠 사회주의로 더 좌클릭한 중국특색사회주의 기치를 들고 'WTO 체제'를 이탈해 비시장 경제 관행을 많아지고 있다는 시각을 담고 있어서다.
미중 간 핵탄두 통제와 드론 등 무기에 AI 사용 금지 합의가 되지 않은 점도 아쉬운 대목이다.
중국은 지난 5월말 기준으로 운용 핵탄두가 500기를 넘었고 2030년에는 1천기에 이를 것으로 예상되는 가운데 미중 간 통제 합의가 꼭 필요하다는 지적이 나온다.
또 AI가 군사용 무기에 쓰일 우려가 커지는 가운데 이와 관련한 연구의 선두 격인 미중 양국의 합의도 필요하다는 것이 국제사회 시각이다.
미국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미중정상회담에서의 '미미한 진전'은 뿌리 깊은 마찰이 생기게 되면 빠르게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kjihn@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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