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엔비디아와 경쟁” 사피온, 차세대 AI 반도체 공개
SK 계열의 반도체 설계기업(팹리스) 사피온이 최신 인공지능(AI) 반도체를 출시했다. 기존 모델 대비 연산 속도를 4배가량 늘렸으며, ‘AI 칩 공룡’ 엔비디아의 경쟁 모델과 비교해도 성능이 2배가량 뛰어난 것으로 알려졌다. 생성형 AI의 기반이 되는 거대언어모델(LLM)을 구축하려는 수요가 늘면서 AI 특화 반도체로 시장에 문을 두드리는 국내 팹리스들의 도전에 속도가 붙고 있다.
사피온은 16일 서울 코엑스에서 열린 ‘SK 테크 서밋 2023’ 행사에서 데이터센터용 AI 신경망처리장치(NPU) ‘X330’을 출시한다고 밝혔다. 기존 모델인 ‘X220’ 대비 4배 이상의 연산 성능, 2배 이상의 전력 효율을 갖췄다. X330은 대만 파운드리(위탁생산업체) TSMC의 7나노 공정을 이용해 내년 상반기 신제품 양산에 돌입할 예정이다. 챗GPT 같은 거대언어모델(LLM) 시장을 적극 공략한다는 계획이다.
사피온은 AI 반도체의 절대강자 미국 엔비디아를 정조준했다. 사피온은 “X330이 엔비디아의 AI용 그래픽카드(GPU) ‘L40S’보다 연산 성능은 약 2배, 전력 효율은 1.3배 우수하다는 내부 테스트 결과를 얻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비용 우수성을 강조했다. 사피온 측은 “경쟁사 GPU를 X330으로 교체하면 소나무 1130만 그루를 심는 탄소저감 효과를 얻을 수 있다”며 “데이터센터 운영의 비용 효율성을 개선해 고객사가 총소유비용(TCO)을 절약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AI 모델은 데이터를 입력하는 ‘학습’과 원하는 결과를 얻어내는 ‘추론’으로 나뉜다. 사피온은 추론 영역에서 사업을 확장하겠다는 게 목표다.
류수정 사피온 대표이사는 “전세계 AI용 데이터센터 서버 시장 규모는 연평균 31% 증가할 것으로 기대된다”며 “특히 추론 시장의 성장세와 규모가 학습 시장보다 더 크다”고 말했다.
사피온은 학습 영역에도 X330을 사용할 수는 있지만, AI 서비스를 구현하는 데 주로 쓰이는 추론에 더 최적화된 구성을 갖췄다고 소개했다. 엔비디아 GPU가 학습 영역을 장악하고 있는 만큼, 장벽이 상대적으로 낮은 추론 쪽에서 성과를 내겠다는 취지다. AI 학습 쪽은 방대한 작업이 필요해 엔비디아 대체재를 내기 어려운 게 현실이다.
사피온 외에도 국내 팹리스 스타트업인 리벨리온·퓨리오사 등이 추론에 특화된 NPU를 만들어 시장에 내놓은 것은 비슷한 맥락에서다. 이들의 NPU는 특정 성능 부문에서는 모두 엔비디아를 뛰어넘는 결과를 내기도 했다.
사피온은 2016년 SK그룹 내부 프로젝트로 시작된 스타트업이다. 2021년 SK스퀘어, SK하이닉스, SK텔레콤 등 3사가 공동출자했으며 지난해 별도 법인으로 독립했다. 류 대표는 삼성전자 시스템반도체 부문인 LSI사업부에서 GPU 개발을 담당했으며, 서울대 전기전자공학부에서 객원·산학교수로 NPU를 연구한 반도체 전문가다.
SK텔레콤은 사피온 NPU를 기반으로 대규모 클라우드 인프라를 구축한 바 있다. 아울러 사피온은 NHN클라우드의 데이터센터를 비롯해 슈퍼마이크로와 델 같은 서버 업체와도 공급을 논의하고 있다고 밝혔다.
류 대표는 “현재 매출 절반은 SK 내부에서, 나머지 절반은 외부에서 나오고 있다”며 “X330 매출은 빠르면 올 연말에서 내년 상반기부터 창출될 것”이라고 말했다.
사피온은 이외에도 향후 자율주행차용 IP(반도체 설계자산)와 폐쇄회로(CC)TV 등 고성능 디바이스용 AI NPU도 선보이겠다는 계획이다.
김상범 기자 ksb1231@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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