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저신용자 비중에 연체율까지…주담대 제동에 인뱅 울상
중·저신용자 대출 늘려야 하는데…건전성 악화 우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중·저신용자 대출 확대에 따른 자산 건전성 악화를 담보대출 확대로 돌파하겠단 전략을 펼치고 있지만 상황이 녹록지 않다.
최근 금융 당국이 가계대출 관리를 강조하며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주택담보대출 확대에 제약이 생겼기 때문이다.
인터넷전문은행은 설립 취지에 맞게 중·저신용자 대출액을 늘려야 하지만 안전한 담보대출 없이 신용대출만 늘릴 경우 수익성과 연체율 악화로 이어질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올해 3분기 호실적인데…웃지 못하는 인뱅들
16일 은행권에 따르면 카카오뱅크의 올해 3분기 당기순이익은 954억원으로 작년 동기 787억원 대비 21.2% 증가했다. 올해 누적 순이익은 2793억원으로 역대 최고다. 지난해 같은 기간 2025억원보다 37.9% 증가했다. 카카오뱅크의 이런 호실적 배경에는 대출 성장이 큰 역할을 했다.
카카오뱅크의 3분기 여신 잔액은 37조1000억원으로 전년동기 27조5000억원 대비 9조6000억원 늘어났다. 특히 3분기말 기준 주담대 잔액은 8조원으로 전분기 5조5000억원에 비해 2조5000억원 늘어났다. 이에 따라 은행권내 카카오뱅크의 시장점유율도 1%에서 1.4%로 높아졌다.
케이뱅크는 올해 3분기 132억원의 당기순이익을 냈다. 전년 동기 256억원 대비 48.4% 감소한 수치지만 2021년 2분기 이후 10개 분기 연속 흑자는 유지했다.
케이뱅크의 이자이익은 지난해 3분기 대비 14.7% 늘어난 1156억원으로 나타났다. 이는 안정적 수익원인 주담대 비중을 확대한 결과다. 케이뱅크의 여신 잔액은 작년 3분기말 9조7800억원에서 올해 3분기말 12조8100억원으로 31% 증가했다. 이중 주담대 비중은 작년 3분기 말 19.9%에서 올해 32.9%로 확대됐다.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주담대 위주로 여신을 늘리는 이유는 중·저신용자 대출 취급 확대에 따른 건전성 악화를 대비하기 위함이다. 금리 상승기 신용대출 중심의 연체율이 꾸준히 상승세를 보이고 있는 만큼 담보대출 비중 확대로 리스크를 분산하겠다는 것이다.
주담대는 주택을 담보로 한 만큼 안정적인 대출로 분류된다. 특히 주담대의 경우 중·저신용자 비중에 포함되지 않아 고신용자 위주의 대출이 가능하다. 연체가 발생해도 담보인 주택을 경매로 매각하거나 정부 기관의 대위변제를 받으면 원금 대부분을 회수할 수 있다. 인터넷전문은행이 담보대출을 건전성을 확보하는 방편으로 내세우는 이유다.
반면 인터넷전문은행이 신용대출 규모를 늘리면 그만큼 중·저신용자에게 신용대출을 더 많이 내줘야 한다. 한해 중·저신용자 비중 목표치가 정해져 있기 때문이다. 그러나 중·저신용자 대출이 증가하면 그만큼 부실채권도 늘어나 연체율이 상승할 우려도 커진다.
그러나 최근 금융당국에서 주택담보대출이 가계부채 증가 요인중 하나로 지목하면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계획에 차질이 생기는 모양새다.
금융당국이 지난 9월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확대라는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를 강조하며 가계대출 현장점검을 나선 바 있다. 금융당국 압박에 인터넷전문은행도 주담대 문턱을 높였다. 카카오뱅크의 경우 50년 주담대 상품에 연령 조건을 신설하고 주택구입자금 목적 주담대 대출 대상을 무주택자로 한정했다.
중저신용자 대출은…딜레마에 빠진 인뱅들
아울러 인터넷전문은행이 담보대출에 집중하면 중·저신용 대출 확대 등 인터넷전문은행의 설립 취지인 포용금융을 등한시할 수 있다는 지적도 나왔다.
인터넷전문은행은 2017년 인가 당시 시중은행에서 외면받는 금융거래 이력 부족자와 중·저신용자에게 중금리 대출을 해야 한다는 조건으로 출범했다.
현재 카카오뱅크의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은 3분기 기준 28.7%로 역대 최고 수준까지 올랐지만, 목표치(30%)엔 미달하고 있다. 케이뱅크도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이 지난달 말 기준 27.4%라고 밝혔으나 목표치(32%)에는 못 미친다. 토스뱅크 또한 8월 말 기준 35.6%로 3사 중 가장 높지만 목표치인 44%까지 8.4%포인트가 남았다.
이에 인터넷전문은행들도 고신용자 대출 문을 닫고 중·저신용자 대출 늘리기에 나섰다. 케이뱅크는 지난 15일부터 중·저신용자 대상 신용대출 금리를 최대 3.3%포인트 낮췄다.
중·저신용자가 다른 은행에서 받은 신용대출을 케이뱅크의 신용대출로 갈아탈 때 적용되는 '신용대출로 갈아타기' 상품 금리는 지난 14일 기준 연 7.56%에서 연 4.26%로 낮아졌다. 중·저신용자의 '마이너스통장대출로 갈아타기' 상품 금리도 같은 기간 1.87%포인트 낮아져 연 5.99%가 적용된다.
반면 고신용자를 대상으로 한 신용대출 갈아타기 서비스는 중단됐다. 지난 14일까지만 해도 고신용자도 연 7.05~15.0%의 금리로 케이뱅크의 대환대출 서비스를 이용할 수 있었지만, 이날부터는 고신용자는 해당 서비스를 이용할 수 없게 된 것이다.
하지만 전문가들은 이런 행보가 인터넷전문은행의 건전성 악화를 시킬 수 있다고 우려한다. 실제로 인터넷전문은행들의 연체율은 상승중이다. 카카오뱅크 연체율은 지난해 3분기말 0.36%에서 올해 3분기말 0.49%로 0.13%포인트 높아졌다. 케이뱅크 연체율도 같은 기간 0.67%에서 0.9%로 0.23%포인트 상승했다.
강경훈 동국대 경영학부 교수는 "중·저신용자 대출이 늘어나는 만큼 연체율도 늘어나는 것은 당연하다"며 "연체율을 낮추기 위해서는 연체 대출 채권을 상각해야 하는데, 인터넷전문은행들이 연체 대출 채권을 상각할 경우 중·저신용자 비중에서 빠지기 때문에 오도 가도 못하는 상황"이라고 설명했다.
이어 "중·저신용자 대출 비중 산정 방식을 '잔액' 기준에서 '신규 취급액'으로 변경할 경우 중저신용자 대출량과 건전성 관리 두 마리 토끼를 모두 잡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유진아 (gnyu4@bizwatch.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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