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 시진핑에 속지 마…늑대는 다시 올 것" 양국 언론 평가는

김희정 기자 2023. 11. 16. 16:4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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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두고 양국 언론의 평가가 엇갈린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미국시간)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바이든-시 순간의 휴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바이든에 "시 주석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뒤엎으려는 야망을 포기하고 있다고 속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의 기대가 일치하기 시작했다"며 미-중 모두 관계의 급속한 돌파구에 대한 환상은 품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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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중 정상회담] 엇갈린 미·중 언론의 반응…
GT "추가 긴장 억제, 양측 기대 일치하기 시작",
전문가들 "양국 사이 얇은 방화벽 세워, 취약해"
[우드사이드=AP/뉴시스] 조 바이든(오른쪽)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캘리포니아주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의 필롤리 에스테이트 내 정원을 걸으며 대화하고 있다. 두 정상은 대만 갈등 이후 중단됐던 양국 간 고위급 군사 대화를 재개하기로 했다. 2023.11.16.

"방화벽을 세웠지만, 작은 파열조차 큰 위기로 바꿀 만큼 취약하다."(전 미 정보장교 출신 조지타운대 연구원 데니스 와일더)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의 정상회담을 두고 양국 언론의 평가가 엇갈린다. 양쪽 모두 급속한 관계 진전에 대한 환상은 없었던 만큼 회담 결과가 예상을 벗어나지 않는다는 평가다. 하지만 미국 내에선 '시진핑에 속아선 안 된다'는 강경한 목소리가 회담 직후부터 나온다.

월스트리트저널(WSJ)은 15일(미국시간) 미-중 정상회담 직후 '바이든-시 순간의 휴전'이라는 제목의 사설을 통해 바이든에 "시 주석이 미국 주도의 국제질서를 뒤엎으려는 야망을 포기하고 있다고 속아서는 안 된다"고 밝혔다.

신문은 중국이 현재는 중국 경제 둔화로 부동산 폭락과 과도한 부채를 상쇄하기 위해 해외투자와 수출시장이 필요한 만큼 '늑대전사' 외교관들을 옷장 속에 넣어두었으나, 언제든 늑대가 다시 돌아올 수 있다고 짚었다. 미국의 대중 경제제재나 첨단기술 수출 제한에서 벗어나기 위해 중국이 그나마 자세를 낮춘 상황일 뿐 양국의 입장 차이에 근본적 변화는 없다는 지적이다.

WSJ은 또 "중국은 이전에도 펜타닐(마약의 일종) 생산 용의자들을 검거하겠다고 약속했지만 별다른 성과를 거두지 못했다"고 지적했고, "366GW 신규 석탄화력 발전소 건설 계획을 갖고 있다"며 탄소 배출 감축에 대한 약속이 무용지물이라고 비판했다. 이어 "시 주석이 정말로 국제 규칙을 따르고 싶다면 군사력 증강과 대만 및 필리핀에 대한 군사적 괴롭힘을 완화해야 한다"고 꼬집었다.

신문은 바이든이 시 주석에 대한 예우로 최근 대만에 대한 군사 지원 예산을 의회에 요구하지 않는 등 "마땅이 받아야할 것보다 훨씬 더 호의적으로 (시 주석을) 대응"했지만 "미국의 억지력이 쇠퇴하면서 세계의 불량국가들이 유럽과 중동의 약한 이웃국가들을 이용할 수 있다고 생각하게 됐다"고 비판했다. 이어 바이든이 "시 주석에 더 엄중한 메시지를 보내고 더 강력한 힘으로 이를 뒷받침해야 한다"고 밝혔다.

15일(현지시간) 월스트리트저널의 사설 '바이든-시 순간의 정전'

실제 양국은 여전히 마찰을 계속 일으킬 수밖에 없는 길을 걷고 있다. 시 주석을 신뢰하느냐는 질문에 바이든은 이날 "옛 속담처럼 신뢰하되 검증해야 한다. 그것이 내가 있는 곳"이라고 답했다. 시진핑을 여전히 독재자로 보느냐는 별도의 질문에는 "글쎄, 그는 독재자"라고 답하기도 했다. 중국 외교부는 이에 대해 "이런 수사는 극도로 잘못되고 무책임한 정치 조작이며 중국은 이에 단호히 반대한다"고 반발했다.

반면 중국 언론은 의외로 회담 성과를 두고 호의적인 반응이다. 중국 관영 글로벌타임스(GT)는 "이번 정상회담을 통해 양측의 기대가 일치하기 시작했다"며 미-중 모두 관계의 급속한 돌파구에 대한 환상은 품고 있지 않다고 짚었다. 각자의 이유로 더 이상의 악화를 막기 위해 현 수준에서 긴장을 억제하는 것이 양쪽 모두 이득이라는 해석이다.

크리스토퍼 뉴포트 대학의 정치학 조교수 쑨타이이는 GT에 "바이든으로선 현 임기 중 중국 지도자를 만나는 마지막 일정"이라며 "제한된 분야에서 협력을 모색하고 이미 구축된 실무그룹과 소통채널을 활성화하며 논란의 여지가 있는 분야에선 이견을 유보해 공통점을 찾는 게 필수적"이라고 밝혔다.

신화통신도 "이번 회담은 긍정적이고 포괄적이며 건설적이었고 중미 관계 개선과 발전 방향을 제시했다"며 "샌프란시스코는 중미관계 안정의 새로운 출발점이 돼야 한다"고 밝혔다.

그러나 전 미국 정보장교 출신으로 현재 조지타운대 연구원인 데니스 와일더는 이날 회담에 대해 "양국 관계에 방화벽을 세웠다"고 평하면서도 "이 긍정적인 순간은 작은 파열에도 큰 위기로 바뀔 수 있을 만큼 취약하다"고 경고했다.

김희정 기자 dontsigh@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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