항저우 AG 금메달 韓 소프트테니스 자존심 지킨 문혜경 “마지막에 몰린 큰 관심, 모든 것을 짜낸다는 각오였죠”

이정호 기자 2023. 11. 16. 16:37
번역beta Translated by kaka i
글자크기 설정 파란원을 좌우로 움직이시면 글자크기가 변경 됩니다.

이 글자크기로 변경됩니다.

(예시) 가장 빠른 뉴스가 있고 다양한 정보, 쌍방향 소통이 숨쉬는 다음뉴스를 만나보세요. 다음뉴스는 국내외 주요이슈와 실시간 속보, 문화생활 및 다양한 분야의 뉴스를 입체적으로 전달하고 있습니다.

문혜경이 지난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에서 다카하시 노아(일본)를 꺾고 금메달을 확정지은 뒤 태극기를 들고 경기장을 돌고 있다. 대한체육회 제공



문혜경(26·NH농협은행)은 초등학교 2학년 때 4살 위 오빠를 따라 소프트테니스 라켓을 잡았다. 문혜경은 현재 국내 최고 자리를 지키는 선수다. 그러나 2023년은 더 특별하다.

문혜경은 지난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에서 다카하시 노아(일본)를 꺾고 시상대 가장 높은 곳에 올랐다. 문혜경은 기자와 인터뷰에서 “많은 분들의 기대를 한 몸에 받으니 부담감이 엄청 컸던 것은 사실”이라며 아시안게임을 돌아봤다.

한국 소프트테니스는 아시안게임 효자 종목이다. 대회마다 꾸준히 금메달을 수확했고, 이번 대회에서도 총 5개 종목 중 금메달 2~3개를 목표로 항저우 땅을 밟았다. 그러나 마지막 날까지도 금메달 소식은 들려오지 않았다. ‘노 골드’ 위기에 놓인 대표팀을 구한 건 마지막 여자 단식에 나선 문혜경이었다. 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것은 2014년 인천 대회 김보미 이후 9년 만의 쾌거다. 게다가 한·일전 승리였고, 다카하시는 2018 자카르타·팔렘방 대회에 이어 2연패를 노리는 강자였다.

문혜경은 “단체전에서도 지고, 혼합복식에서도 다 이긴 경기를 역전패했다. (세 종목을 모두 뛰면서)몸도 너무 힘들었다”며 “단식을 뛰면서 느낌이 좋아 ‘내 것만 하자’는 생각으로 경기에만 집중했다. 결승에서는 나를 쥐어짠다는 생각이었다”고 밝혔다. 문혜경은 “지난 대회 은메달을 땄을 때도 너무 좋았는데 금메달리스트라는게 실감이 나지 않는다”며 미소지었다. 문혜경은 지난 아시안게임에서 은메달 2개, 이번에 금메달 1개와 동메달 2개를 수확했다.

문혜경(가운데)이 지난달 2022 항저우 아시안게임 소프트테니스 여자 단식 결승에서 금메달을 따낸 뒤 한재원 NH농협은행 코치(오른쪽), 팀 동료 이민선과 기념촬영을 하고 있다. 본인 제공



올해 출발이 힘겨웠기에 더 값진 결실이었다. 문혜경은 올해 초 국가대표 선발전 직전 왼발목 인대가 파열되는 부상을 당했다. 2~3주 휴식이 필요한 부상이었는데, 부상을 참고 선발전에 나서 태극마크를 따냈다. 그리고 아시안게임 전초전격인 인천코리아컵 여자 단식에서 우승한 뒤 아시안게임 금메달, 그리고 곧바로 이어진 전국체전에서 전무후무한 소속팀의 여자 복식 15년 연속 제패까지 이끌었다. 문혜경은 이 가운데 5년 연속 우승을 지켜오며 1959년부터 60년이 넘는 역사를 자랑하는 여자 소프트테니스 명가 NH농협은행의 자존심을 지켰다. 문혜경은 “너무 힘들었던 시즌이다. 큰 기대를 받았던 아시안게임을 준비하는 과정이 쉽지 않았지만, 마무리를 잘해서 제겐 최고의 한 해가 될 것 같다”고 말했다.

최고의 순간에는 소속팀 지도자이면서 대표팀까지 함께 했던 유영동 감독의 지지도 있었다. 문혜경은 “서로를 너무 잘 아는 만큼 기대도 크셨을 것이다. 훈련하는 과정은 너무 힘들었지만, 돌이켜 보면 감독님 덕분에 생각을 달리 먹고 집중할 수 있었던 것 같다”고 감사를 전했다.

문혜경은 4살 위 오빠는 현재 문경시청에서 뛰는 문대용이다. 2017년에는 함께 남매가 함께 태극마크를 달기도 했다. 현재 남자대표팀에서 뛰는 김태민(수원시청)도 사촌오빠다. 문혜경은 “시골(문경)에서 할 게 없으니 시작한 운동인데, 오빠들과 함께 좋은 팀에서 뛰면서 대표팀에서도 뛸 수 있어 좋다”며 웃었다.

문혜경은 여전히 뛰어난 실력을 보여주지만, 여자 소프트테니스 선수로는 황혼기에 접어들고 있다. 일단 현역으로 뛰기로 한 내년에는 세계대회 우승을 조준했다. “소프트테니스는 팡팡 울리는 공 소리가 매력”이라는 문혜경은 “힘들 때마다 후회하면서도 내가 가장 잘하는 운동이라 버티며 운동했다. 많은 분들이 소프트테니스의 매력을 몰라 속상하지만 조금이라도 더 관심을 가질 수 있도록 늘 최선을 다하는 선수가 되겠다”고 다짐했다.

시즌을 마무리하고 휴가를 보낸 문혜경은 지난 15일 주식회사 그래미에서 주는 항저우 아시안게임 선수단 포상금 전달식에 참석했다. 문혜경은 “금메달을 따서 포상금도 받고, 다른 메달리스트와 함께 해 영광”이라고 소감을 밝혔다.

이정호 기자 alpha@kyunghyang.com

Copyright © 스포츠경향.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

이 기사에 대해 어떻게 생각하시나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