美 기업인 만나 투자 세일즈 나선 시진핑… “中 현대화는 거대한 기회”

시진핑, 美와 관계 안정화 합의 강조
기업인 우려 달래 中 투자 적극 독려
“中, 미국과 파트너·친구 될 준비 됐다”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각) 미국 기업인들에게 “14억 중국인을 위한 현대화는 중국이 전 세계에 제공하는 거대한 기회”라며 중국내 투자를 적극 독려했다. 그는 “중국은 미국의 파트너이자 친구가 될 준비가 됐고, 양국은 협력할 여지가 충분하다”며 미국 기업인들의 지정학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를 달래는 데 집중했다.

시 주석은 이날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미 기업인들과의 만찬에서 “중국은 세계에서 가장 큰 개발도상국이고, 초대형 경제 대국이자 초대형 시장”이라며 이같이 밝혔다. 이날 시 주석이 주재한 만찬에는 사티아 나델라 마이크로소프트(MS) 최고경영자(CEO), 일론 머스크 테슬라 CEO, 제인 프레이저 씨티그룹 CEO, 대런 우즈 엑손모빌 CEO 등 중국에서 사업하고 있는 미국 기업의 CEO들이 대거 초대 받았다. 지나 러몬도 미국 상무장관도 참석해 연설한 것으로 전해졌다.

15일(현지시각) 미 샌프란시스코에서 열린 아시아태평양경제협력체(APEC) 정상회의에 참석한 시진핑 중국 구가주석./AFP 연합뉴스

시 주석은 미국과 충돌할 의사가 없음을 분명히 했다. 그는 “중국은 결코 미국을 상대로 내기를 걸지 않고, 내정에 간섭하지 않는다”며 “중국은 미국에 도전하거나, 미국의 자리를 빼앗으려는 의도가 없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마찬가지로 미국은 중국을 상대로 내기를 걸거나 중국 내정에 간섭해서는 안 되고, 평화롭고 안정적이며 번영하는 중국을 환영해야 한다”고 했다.

이날 조 바이든 대통령과 정상회담을 통해 미국과의 갈등 관계가 보다 완화됐다는 점도 부각했다. 그는 “오늘 아침 바이든 대통령과 외교·경제·무역·인적 교류·교육·과학기술·농업·군사·법 집행·인공지능(AI) 등의 분야에서 상호 존중의 정신으로 대화와 협력을 증진하기로 합의했다”며 “우리는 협력 목록을 더 늘리고 협력의 파이를 더 크게 만들기로 했다”고 했다.

그러면서 “양국 국민, 특히 청년들간의 교류를 늘리기 위해 중국은 향후 5년간 5만명의 미국 청년을 중국에 교환 및 유학 프로그램으로 초청할 준비가 돼 있음을 밝힌다”고 했다.

시 주석은 “우리가 현대화를 추구하면서 전쟁, 식민지, 약탈, 강압 등으로 돌아가는 일은 결코 없을 것”이라며 “국제 시스템과 국제법에 의해 뒷받침되는 국제 질서, 기본 규범을 수호하는 데 확고한 입장을 견지하고 있다”고 말했다. 미중 갈등과 반(反)간첩법 시행 등 지정학적·정치적 리스크에 대한 우려로 인해 중국 시장에서 기업들이 빠져나가고 있다는 점을 염두에 둔 발언들로 보인다.

이날 만찬은 미국 기업인들 입장에서도 가장 중요한 자리다. 미·중 관계 경색 국면에서 중국 사업에 어려움을 겪어온 이들 기업은 양국 정상회담을 계기로 사업 확대의 기회를 모색하려 하고 있다. 이들 기업 중 상당수는 미 정부가 대중국 수출규제의 이유로 삼고 있는 국가안보와는 거리가 먼 제품을 생산하는 만큼, 중국 사업 영역 확대 가능성을 적극 타진할 것으로 보인다. 이를 위해 각 기업 경영진은 만찬장 자리를 차지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인 것으로 전해졌다.

한편 시 주석이 미국 기업인들을 안심시키기 위해 미국 보잉 항공기 구매를 약속할지 주목된다. 블룸버그통신은 중국 정부가 보잉 737 맥스 항공기 구매 약속을 검토하고 있다고 보도했다. 중국은 2018년 10월부터 안전 등의 이유를 들어 보잉 항공기 구매를 중단한 바 있다. 다만 구매계약을 체결한다 해도, 시 주석의 방미 기간 중에는 공개하지 않을 거라는 예상도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