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번타자 앞에 밥상이 없다…1~3번 모두 묶인 한국, 또 호주에 고전

김혜성, 최지훈, 윤동희 전원 안타 실패
노시환 끝내기로 3-2 신승, 타선 분발 필요

(도쿄(일본)=뉴스1) 문대현 기자 = 세대교체를 기치로 내걸고 2023 아시아프로야구챔피언십(APBC)에 나선 한국이 첫 경기 호주전을 이기며 가장 중요한 '결과'를 챙기는 것은 성공했다. 그러나 타선이 시원스레 터지지 않으며 개운치 않은 뒷맛을 남겼다.

류중일 감독이 이끄는 한국(WBSC 랭킹 4위)은 16일 일본 도쿄돔에서 열린 APBC 예선 1차전 호주(11위)와의 경기에서 3-2로 이겼다.

한국은 이날 승리로 결승 진출에 유리한 고지를 점했다. 한국, 호주, 대만, 일본이 참가하는 이번 대회는 예선 3경기를 거쳐 상위 두 팀이 곧바로 결승으로 향한다.

최강팀으로 분류되는 일본 외에 나머지 팀 간 전력 차가 크지 않아 매 경기 결과가 중요했는데 호주라는 산을 넘으면서 17일 일본전에 대한 부담이 줄었다.

한국 선수들은 국내 시즌을 마치고 이번 대회에 참가해 대부분 지친 상황이었다. 이 가운데 쉽지 않은 호주를 만났다.

호주 대표팀은 미국 마이너리그나 미국대학스포츠협회(NCAA) 리그 경험이 많은 선수들로 구성돼 마냥 전력이 낮은 팀으로 볼 순 없었다. 이 때문에 경기 전부터 한국이 고전할 것이라는 전망도 적잖았는데 예상대로 타선이 고전했다.

특히 중심타선 앞에 밥상을 차려야 할 상위타선이 제 몫을 하지 못했다. 1번 김혜성(4타수 무안타 1볼넷), 2번 최지훈(5타수 무안타), 3번 윤동희(4타수 무안타 1사구)가 모두 안타를 치지 못했다.

이들은 지난 항저우 아시안게임 때 매 경기 알토란 같은 활약으로 팀을 우승으로 이끌었지만 이날은 달랐다.

1-1로 동점을 만든 2회 1사 만루에서는 김혜성이 1루 땅볼을 쳐 타점에 실패했고 최지훈 역시 2루수 땅볼로 물러나 추가 득점에 실패했다.

4회에는 1사 1루에서 김혜성이 다시 유격수 땅볼에 그쳤고 최지훈은 삼진을 당하며 또 기회를 날렸다.

9회에는 1번 김혜성부터 타순이 시작하면서 한국이 다시 기회를 잡을만한 상황이 생겼다. 그러나 김혜성은 유격수 직선타, 최지훈이 삼진, 윤동희가 우익수 뜬공으로 삼자범퇴를 당했다.

중심타선으로 찬스를 이어줘야 할 선수들이 힘을 내지 못하자 타격감이 좋은 4번 노시환만 고군분투했던 경기다.

밥상이 제대로 차려지지 않은 상황에서 노시환이 안타를 쳐도 점수와는 연결되지 못했다. 특히 5회에는 선두타자 윤동희가 땅볼로 아웃된 뒤 노시환의 2루타가 나와 아쉬움이 컸다.

한국은 이날 마운드의 힘으로 9회까지 버틴 뒤 10회 무사 1, 2루 승부치기 상황서 노시환의 끝내기 안타로 겨우 이겼다. 승리라는 1차 목적은 얻었지만 이런 경기력으로는 다음 경기 승리를 장담할 수 없다.

류중일 감독은 경기 후 기자회견에서 "아무래도 호주 투수들이 생소한 상황에서 변화구가 낮게 제구가 잘 되면서 우리 선수들이 고전한 것 같다"며 "17일 일본전에서는 약간의 타순 조정을 생각하고 있다"고 밝혔다.

eggod6112@news1.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