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국 도전 본격 시작’ 이정후 “후배들이 꿈을 키우는 선배 됐으면”[스경X인터뷰]

김하진 기자 2023. 11. 16. 16: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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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둔 키움 이정후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5 정지윤 선임기자



지난 15일 KBO는 미국프로야구 메이저리그 사무국이 이정후(25·키움)의 신분 조회를 요청한 사실을 전했다. 국외 진출을 노리는 한국 선수는 미국이나 일본 프로야구 구단의 신분조회 요청을 받아야 공식 접촉이 가능하다. 이정후의 미국 진출을 위한 과정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이정후는 지난 시즌을 마치고 구단 측에 미국 진출을 향한 의지를 밝혔다. 구단의 허가를 받은 그는 ‘슈퍼 에이전트’인 스캇 보라스와도 손을 잡았다.

미국 현지 매체서는 연일 이정후의 이름이 거론된다. ESPN은 15일 FA 야수 부문 상위 12명 중 한 명으로 이정후를 소개하면서 “이정후는 추신수 이후 가장 재능있는 한국인 야수”라며 “그의 나이는 고작 25세로 KBO리그에서 뛸 때 매년 3할 이상의 타율을 기록했다”고 소개했다. 아울러 “이정후는 삼진을 거의 당하지 않았으며 발목 부상에도 외야 수비를 잘할 선수”라고 평가했다.

메이저리그(MLB) 진출을 앞둔 키움 이정후가 지난 15일 서울 강남의 한 카페에서 스포츠경향과 인터뷰하며 포즈를 취하고 있다. 2023.11.15 정지윤 선임기자



모두의 관심을 받고 있는 이정후는 의외로 덤덤하게 자신의 미국행을 준비하고 있었다. 매일같이 운동을 하고, 영어 공부를 하는 일상을 소화하고 있었다. 지난 13일에는 잠실구장을 찾아 LG와 KT의 한국시리즈 5차전을 관전하기도 했다.

15일 스포츠경향과 만난 이정후는 “배팅 훈련을 하고 웨이트 트레이닝을 하면서 운동하고 지내고 있다”고 했다.

아직 미국으로 떠날 날짜도 정해지지 않았다. 현지와 종종 연락을 주고 받는 정도다. 지금 이정후가 할 수 있는 건 다음 시즌 경기를 뛸 몸에 전념하는 것이다.

키움 이정후. 연합뉴스



최근 가장 자주 연락을 주고 받은 사람은 미국에서 시즌을 마치고 귀국한 김하성(28·샌디에이고)이다. 이정후는 “지금 하성이 형의 말만 듣고 있다. 집도 가까워서 자주 만난다”라고 했다. 김하성은 “네가 오면 잘 할 거니까 걱정하지 말라”면서도 “한국과 다르니까 준비를 잘 해야한다”며 아낌없이 조언을 하고 있다.

이정후는 “하성이 형이 미국 투수들 공은 직접 경험해봐야한다는 말을 해주신다. ‘어느 팀으로 가라’는 말을 절대 안 한다. 환경에 적응하고 생활에 적응하는 그런 부분들을 말해주신다”고 했다.

그 중 가장 기억에 남는 건 “동료들에게 먼저 다가가라”는 말이다. 이정후는 미국으로 가면 현지에서는 ‘외국인 선수’의 입장이 된다. 그는 “성격이 활달한 편은 아니지만 해봐야지 않겠나”라며 웃었다.

어릴 때에는 막연하게 메이저리거에 대한 꿈을 키웠다. 초등학생 시절에는 스즈키 이치로를 보며 ‘저런 선수가 되고 싶다’고 했다. 하지만 막상 중고등학교를 거쳐 프로에 입단 후에는 메이저리그 진출에 대한 생각이 크지 않았다. 구체적으로 결심을 굳힌 건 2021년이었다.

이정후는 그 해 8월에 열린 도쿄올림픽에 출전했다. 7경기에서 29타수 7안타 타율 0.241을 기록했다. 당시 한국 대표팀은 노메달 수모를 겪었고 이정후 역시 아쉬움이 남았지만 개인적으로는 세계 무대에서 통할 수 있겠다라는 자신감이 생긴 계기가 됐다. 그는 “일본, 미국전에서 삼진 아웃을 하나도 안 당했다. 그 때 ‘이런 투수들을 상대로 괜찮은 결과 낸 것 같은데 매일매일 상대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을 했다. 물론 메이저리그는 도쿄올림픽 보다 더 수준 높은 선수들이 나오지만 그 때부터 본격적으로 생각을 해보기 시작했다”고 밝혔다.

본격적인 꿈을 키우기 시작하면서부터 이정후는 더욱 성장해 나갔다. 2022년에는 타율(0.349), 안타(193안타), 타점(113타점), 출루율(0.421), 장타율(0.575) 등 타격 5관왕을 차지한 것은 물론 MVP까지 받았다.

올시즌에는 시즌 초반 예기지 못한 타격 부진에 시달렸고 7월 말 발목 부상으로 수술대에 오르기도 했지만 그럼에도 3할 타율(0.318)을 고수했다.

올해를 돌이켜본 이정후는 “이정도는 시련이라고 하면 안 된다”며 “좋은 경험이었다. 시즌 중에 다친 것도 처음이고, 다행히 큰 부상이 아니었다. 팀 성적이 안 좋은 건 정말 아쉽지만 개인 성적에 대한 아쉬움은 남지 않는다. 아쉬워한다고 달라지지도 않을 것이고 그 상황 속에서 최선을 다했을 것”이라고 했다.

이정후는 흔히 말하는 ‘장타자’가 아니다. 두자릿수 홈런을 기록한 건 2020년 15홈런, 2022년 23홈런 등 딱 두 시즌 뿐이었다. 대신 뛰어난 컨택 능력으로 상대 투수를 괴롭힌다.

이런 자신의 강점을 미국에서도 유감없이 발휘하고픈 마음이 크다. 이정후는 “지금 미국에서 나에 대해 주목하는건 컨택 능력과 낮은 삼진율이라고 들었다”라며 “메이저리그는 홈런을 많이 치는 타자들이 간다는 곳이지 않았다. 하지만 그런 편견을 깨고 싶다. 장타가 야구의 다가 아니기 때문이다”라고 밝혔다.

실제로 김하성이 성공할 수 있었던 건 장타 때문이 아니었다. 정교한 타격, 수비 덕분에 미국에서 살아남을 수 있었다.

이정후는 “다양한 종류의 선수들이 있다. 굳이 모든 사람들이 홈런을 치지 않아도 된다. 1번부터 9번까지 자신의 역할이 있다. 최선을 다해서 잘하는 모습을 보여드려서 미래에 내 후배들, 다른 한국 야구선수들이 도전할 수 있는 길을 열어보고 싶다”고 했다.

또한 자신의 주 포지션인 중견수 수비도 자신있다. 그는 “어느 팀에 가게 되든 뛰라는 포지션에서 뛰어야겠지만 그동안 내가 중견수로서 잘 해왔다고 생각한다”고 말했다.

떠나기로 마음을 먹은 이상, 돌아올 날을 미리 생각하지 않기로 했다. 이정후는 “도전을 하러 가는거니까 돌아오는 것까지 생각하는건 ‘사치’라고 생각한다. 만약 류현진, 추신수 선배님처럼 큰 선수가 되면 결정할 수 있는 선택지가 생기겠지만 아직 가기도전부터 약속을 하고 나가는 것도 나에게는 과분하다고 생각한다”고 했다. 그러면서 “죽기 살기로한다는 생각으로 죽이되든 밥이되든 살아남는다라는 생각으로 해야 적응을 잘 할 수 있을 것”이라고 했다.

그동안 몸 담은 키움에 대한 애정도 적지 않게 드러냈다. 이정후는 “후배들도, 형들도 너무 좋았다. 야구를 하는 것도 재미있지만 같이 이야기하고 라커룸에서 밥을 먹었던 그런 시간이 좋았다”며 “많이 생각날 것 같다. 7년 동안 출근하면서 당연히 있었던 것들이 사라지고 나 혼자 떠나가는 것인데 그립지 않을까하는 생각도 든다. 그것 또한 내가 적응해야한다”고 말했다.

김하진 기자 hjkim@kyunghyang.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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