밀려드는 현지화 그룹, 당신이 정의하는 K팝은?
아이즈 ize 이덕행 기자
K팝이 성장하면서 새로운 형대의 그룹이 등장하고 있다. 바로 K팝 현지화 그룹이다. K팝 현지화 그룹이란, 외국 국적의 멤버들이 외국에서 바로 데뷔해 활동을 펼치는 그룹을 의미한다. 한국인 멤버가 섞이는 경우도 있지만, 대부분은 현지에서 나고 자란 멤버가 주를 이룬다. 그들이 부르는 노래 역시 한국어보다는 현지 언어가 대부분이다. 그럼에도 'K'라는 단어가 붙는 이유는 이들이 연습하고 데뷔, 성장하는 과정에 K팝 시스템이 담겨있기 때문이다. 개별 그룹을 외국으로 수출하는 것이 아닌 전반적인 K-팝의 시스템을 수출하는 개념이다. 그렇기 때문에 이들이 'K팝이 맞냐'는 의문을 가진 사람도 적지 않다. 이러한 논의는 결국 K팝을 어떻게 정의 하느냐로 이어지고, K팝이 나가야 할 방향성과도 맞닿아 있다.
SM, 하이브, JYP 등 대형 엔터사들은 꾸준히 현지화 그룹을 내놓고 있다. 현지화 사업을 공식적으로 발표하지 않은 YG의 행보가 오히려 이례적이다. JYP는 현지화 전략을 가장 공격적으로 진행하는 팀이다. JYP 엔터의 현지화 전략은 '글로벌라이제이션 바이 로컬라이제이션' (Globalization by Localization)으로 요약할 수 있다. 현지에서 데뷔한 그룹이 성장하면 이들 역시 세계를 무대로 누빈다는 뜻이다. 2018년 중국에서 그룹 보이스토리, 2020년 일본에서 그룹 니쥬를 차례대로 선보였다. 미국에서는 그룹 비춰(VCHA)가 프리데뷔를 마쳤으며 니쥬의 보이그룹 버전인 니지 프로젝트 시즌2, 또 다른 중국 현지화 그룹 프로젝트 C 역시 데뷔를 위한 구슬땀을 흘리고 있다.
하이브 역시 다양한 현지화 그룹을 보유하고 있다. 하이브는 지난해 12월 첫 일본 그룹인 앤팀을 데뷔시켰다. 리더 EJ외에는 일본인 7명과 대만인 1명으로 구성됐다. 미국에서는 유니버설뮤직그룹 산하 게펜 레코드와 손잡고 '더 데뷔: 드림 아카데미'를 진행하고 있다. 파이널 무대를 통해 탄생한 '드림 아카데미' 데뷔조는 한국이 아닌 미국을 중심으로 활발하게 활동할 예정이다.
SM은 2019년 NCT 유니버스에 속한 웨이션브이(WayV)를 통해 현지화 그룹을 선보였다. NCT 127이 서울을 중심으로 전 세계로 뻗어나가는 그룹이라면, 중국·태국·마카오·대만인으로 구성된 웨이션브이는 중화권을 기반으로 활동한다. 2024년 데뷔를 준비 중인 NCT 도쿄 역시 NCT 유니버스 내에 포함된 현지화 그룹이다. SM은 16일 영국 엔터테인먼트 기업 MOON&BACK(이하 M&B)과 손잡고 한영 합작 보이그룹을 탄생시킨다고 전했다. 이들은 NCT 유니버스에 포함되지 않은 새로운 현지화 그룹이 될 전망이다.
현지화 그룹은 비단 대형 기획사에 국한되지 않는다. '프로듀스 101 재팬' 시리즈로 탄생한 JO1, INI는 일본에서 활발한 활동을 펼치고 있으며 MLD 엔터테인먼트 소속 호라이즌과 뉴이드는 필리핀에서 활발히 활동 중이다. 이 개념을 응용한 사례도 있다. 태국의 4인조 걸그룹 로즈베리는 한국으로 'K팝 연수'를 마친 뒤 한국어 가사가 섞인 곡을 발매하기도 했다. DR뮤직 소속 블랙스완은 전원 외국인 멤버지만 한국에서 활동하고 있다.
이처럼 많은 기획사들이 현지화를 시도하는 이유는 다양하다. 그중 가장 큰 이유는 새로운 시장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점이다. 최근 '유퀴즈 온 더 블럭'에 출연한 박진영 JYP 대표 프로듀서와 방시혁 하이브 의장이 공통적으로 지적한 "라이트 팬이 없다"는 문제의식과도 맞닿아 있다. 이제는 K팝이 전 세계적인 주목을 받고 있지만, 동양인들로만 구성된 아이돌 그룹의 첫인상은 여전히 '외국의 것'일 수 밖에 없다. 현지화 아이돌은 이러한 첫인상에서 좀 더 편안하게 다가갈 수 있기 때문에 '더 라이트한 팬들'을 많이 보유할 수 있다는 의도다.
현지 멤버들이 전면에 나섰지만 그 안에 숨겨진 시스템은 여전히 K팝의 것이다. '드림 아카데미' 파이널을 앞둔 10명의 참가자들은 입을 모아 K팝의 트레이닝 시스템에 대한 깊은 인상을 전했다. 그리고 그들의 궁극적인 목표는 역시 현지의 성공을 바탕으로 전 세계를 누비는 것이다. 이미 그 단계를 밟아가는 그룹도 있다. 니쥬는 일본이 아닌 한국에서도 데뷔 앨범을 발매했고, 앤팀 역시 한국에서 음악방송과 예능에 출연하며 무대를 넓혀가고 있다.
의도와 전략은 이해할 수 있지만 외국인 멤버들이 현지 언어로 노래를 부르고 춤을 추는 모습은 기존의 K팝에 대한 인식과 괴리감이 있다. 현지화 그룹에 대한 고민은 이 지점에서 시작한다. 과연 이들을 'K팝'이라 카테고리안에 묶을 수 있냐는 점이다. 이는 'K팝'을 어떻게 정의하느냐의 문제로 이어진다. 아티스트에 좀 더 중점을 두는 사람이라면 현지화 그룹이 K팝이라는 말에 부정적인 반응을 보일 가능성이 높다. 그러나 이들을 제작하는 프로듀서, 나아가 전반적인 K팝 트레이닝 시스템에 초점을 맞춘다면 현지화 그룹 역시 K팝이라는 범주 안에 묶일 수 있다.
업계 관계자들의 생각은 어떨까. 한 가요 관계자는 "K팝도 계속해서 변화해 나가고 이 문화가 계속해서 소구 되기 위해서는 앞서 나가는 방법도 아닌 것 같다. 박진영 프로듀서, 방시혁 의장이 지적한 한계점과 위기론을 극복하고 멀리 볼 수 있게 해주는 장치라고 생각한다"며 "'K팝의 고유성'에 얽매이기에는 좋은 자원들이 너무나 많다. 큰 엔터사가 아니더라도 계속해서 시도하다 보면 잠재력이 터질 수 있는 회사가 나올 수 있다고 본다"는 생각을 전했다.
K팝이 단순히 음악을 넘어 종합적인 문화 예술로 성장했기 때문에 K팝을 정의 내리는 방식 역시 다양해질 수밖에 없다. 그렇기 때문에 현지화 그룹의 K팝 여부에 답을 내리기란 쉽지 않다. 다만, K팝이 발전하기 위한 하나의 선택지로 현지화 그룹이 대두되기 시작했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현지화 그룹이 전 세계를 사로잡는 또 하나의 스테디셀러가 될지, 잠깐 빛나는 한순간의 트렌드가 될지는 알 수 없다. 그래도 현지화 그룹의 사례가 앞으로의 K팝이 나아가야 할 방향에 대해서 깊은 영향을 미칠 것이라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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