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려인 출신 김베라 카자흐 하원의원 "봉사활동은 내 삶의 일부"

성도현 2023. 11. 16. 16:2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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국가자원봉사자연합회 설립해 자원봉사단체 통합·네트워킹 역할
"법 개혁해 삶의 질 향상…12월부터 카자흐고려인협회와 정기모임"
한국 방문 세 번째인 김베라 카자흐스탄 하원의원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제9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최근 방한한 김베라 카자흐스탄 하원의원이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16 raphael@yna.co.kr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봉사활동은 제 삶의 일부이며, 삶의 방식입니다. 봉사활동 없이는 못 살 것 같아요. 하원의원으로 활동하면서도 시간이 될 때마다 틈틈이 계속해서 봉사활동을 하고 있어요."

'제9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최근 방한한 김베라(41) 카자흐스탄 하원의원은 16일 연합뉴스와 만나 "대학 때 시간이 많아서 시작한 봉사활동이 많은 것을 가져다줄 거라고 생각하지 못했다"며 이렇게 말했다.

대학 졸업 후 10년간 봉사단체에서 일한 그는 카자흐스탄 내에서 자원봉사 운동을 발전시키고 대중화하기 위해 2012년 자원봉사 단체를 통합하고 연결하는 국가자원봉사자연합회(NVN)를 설립해 회장으로 일하고 있다.

서카자흐스탄주 비영리단체 발전 프로젝트 단장을 지냈고, 세계은행과 카자흐스탄 교육과학부가 공동으로 청년을 돕는 '즈하스 프로젝트' 단장을 지내며 취약 계층 청소년, 저소득층, 장애인, 농촌거주자 등을 지원하기도 했다.

2019년에는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에게 2020년을 '자원봉사자의 해'로 부르자고 제안해 승인을 얻어냈고, 대학교 입학이나 공무원 취업 시 봉사활동 가산점을 주도록 제도화하는 데 기여했다.

코로나19 팬데믹 상황에서는 방역에 나선 의료진과 군, 경찰의 업무를 지원하는 자원봉사 활동을 했다. 코로나19 양성 판정으로 2주 자가격리를 해야 하는 상황에 부닥친 의료진 등의 가족을 돌보고 식량을 지원했다.

카자흐스탄 의회에서 동료 의원과 대화를 나누는 김베라 하원의원 [김베라 하원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이처럼 그는 주로 20년 이상 자원봉사 관련 업무를 하다가 30대 후반이던 2021년 정치권에 뛰어들었다. 현장 경험을 토대로 법 개혁 등을 통해 국민들의 삶의 질을 높이는 데 일조하겠다는 초심은 지금도 변함없다.

그가 자원봉사에 처음 눈을 돌리게 된 건 대학 시절 보육원 봉사활동 때문이었다.

김 의원이 인솔자로서 문화 체험 봉사활동을 한 어느 날 한 아이가 "저도 어른이 되면 자녀와 극장에 오고 싶다"고 말했고, 그때 문득 사회의 돌봄이 필요한 아이들을 위해 무엇을 할 수 있을지 고민하게 된 것이다.

알마티 경제통계 아카데미에서 회계·감사를 전공한 김 의원의 관심사는 돈을 많이 버는 것보다는 다른 사람을 돕는 것이었다. 대학 공부도 자연스럽게 자원봉사자와 단체 등을 어떻게 효율적으로 운영·관리할지와도 연결됐다.

김 의원은 "처음에는 정치인이 될 거라는 생각을 하지 않았고, 관련 꿈을 전혀 꾸지도 않았다"며 "봉사활동 분야에서 일하다 보니 사회적 약자, 환경, 민주주의 등의 이슈를 접하면서 법이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다"고 말했다.

연합뉴스와 인터뷰하는 김베라 카자흐스탄 하원의원 (서울=연합뉴스) 성도현 기자 = '제9차 세계한인정치인포럼' 참석차 최근 방한한 김베라 카자흐스탄 하원의원이 16일 서울 중구 신라호텔에서 연합뉴스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2023.11.16 raphael@yna.co.kr

카자흐스탄 의회 첫 한인 여성 의원인 그는 2021년 집권 여당인 아마나트당 비례대표로 7대 하원의원에 당선됐다.

하지만 개헌 추진 등 카자흐스탄 내 정치 지형이 변화함에 따라 올해 초 하원이 해산돼 5년 임기를 채우지 못했다. 올해 3월 총선에서는 낙선했으나 다른 의원의 사퇴로 비례대표직을 승계해 9월부터 8대 하원의원으로 활동하고 있다.

그는 "앞으로는 특히 사회 및 환경 분야에 관심을 기울일 것"이라며 "국제적인 프로젝트로는 미숙아로 태어난 아이를 위해 모자나 따뜻한 옷 등을 만드는 활동을 하거나 실종된 사람을 찾아주는 일도 계획하고 있다"고 말했다.

고려인 출신이며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 회원이기도 한 그는 고려인 동포를 위해 노력하겠다는 다짐도 전했다. 그의 외조부모는 소련에서 카자흐스탄으로 강제로 이주당한 아픔을 겪은 고려인이다.

김 의원은 "카자흐스탄이 다문화 국가이기 때문에 어릴 때는 고려인이라는 정체성에 관해 크게 생각하지 않았다"면서도 "한국의 전통문화와 공연 등을 접하면서 고려인이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생각하게 됐다"고 전했다.

또 "다음 달부터 카자흐스탄고려인협회 측과 매달 한두 차례 정기적으로 모임을 하면서 고려인들이 겪는 어려움, 해결이 필요한 과제 등에 대해 터놓고 이야기할 계획"이라며 "지난해 수교 30주년을 맞은 한국과 카자흐스탄의 협력을 위한 가교 역할도 하고 싶다"고 강조했다.

카자흐스탄 '자원봉사자의 해' 기념식 참석자들 김베라 카자흐스탄 국가자원봉사자연합회(NVN) 회장(오른쪽에서 세 번째)과 카심-조마르트 토카예프 카자흐스탄 대통령(왼쪽에서 세 번째), 봉사단체 관계자들이 2020년 1월 '자원봉사자의 해'를 맞아 아스타나에서 열린 기념식에서 기념 촬영을 하고 있다. [김베라 하원의원 제공. 재판매 및 DB 금지]

raphael@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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