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중관계에 방화벽 세웠다…성과 크지않아도 바이든엔 긍정적"

김지연 2023. 11. 16. 16: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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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통신 복원·펜타닐 단속 합의…"바이든 국내정치적 승리, 만족할것"
"대화지속 빼곤 성과 미미, 공동성명도 없어…작은 균열에도 취약한 관계" 평가도
바이든 기자회견서 기후변화 언급 없어…"핵심 정책 아니라는 방증"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정상회담장인 우드사이드에서 인사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서울=연합뉴스) 김지연 기자 = 조 바이든 미국 대통령과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이 15일(현지시간) 미국 샌프란시스코에서 대면 회담을 열고 일부 주요 현안에 합의하면서 내년 대선을 앞둔 바이든 대통령으로서는 국내 정치 측면에서 소득을 거둔 것으로 평가된다.

악화 일로를 걸어온 양국 관계를 안정화하고 향후 대화 지속에 대한 기대감도 남겼으나 가장 민감한 분야에 대한 논의에서 별다른 진전이 없었고 예기치 못한 사태가 터지면 언제든 후퇴할 수 있는 취약한 상태라는 분석도 한편에서는 나온다.

이날 미·중 정상은 샌프란시스코 인근 우드사이드에서 4시간에 걸쳐 이뤄진 회담에서 양국 및 국제 현안을 논의했으며 숲을 산책하며 대화를 이어갔다.

지난해 8월 낸시 펠로시 미 하원의장의 대만 방문, 올해 2월 중국 '정찰풍선' 미 상공 진입 논란 등을 거치며 양국 관계가 급랭한 와중에 정상회담이 성사돼 양국 관계를 안정화했다는 자체가 성과로 평가되고 있다.

미 일간 월스트리트저널(WSJ)은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이날 정상회담에서 '덜 논쟁적인' 어조를 보였다면서 양국 정상이 "관계 안정화를 위해 유감을 접어뒀다"고 평가했다.

양국 정상은 이날 회담에서 양국 관계 경색으로 그동안 단절됐던 군사대화 채널을 복원하기로 했다.

미국 사회의 심각한 사회문제인 마약성 진통제 펜타닐 관련해서도 합의가 이뤄졌다. 중국은 중국에서 멕시코를 거쳐 미국으로 유입되는 펜타닐을 막기 위해 펜타닐 원료를 제조하는 화학회사를 직접 단속하기로 했다.

[그래픽] 미중 정상회담 주요 내용 (서울=연합뉴스) 김영은 기자 = 0eun@yna.co.kr 트위터 @yonhap_graphics 페이스북 tuney.kr/LeYN1
바이든 대통령과 시 주석이 우드사이드에서 산책하고 있다. [AP=연합뉴스]

영국 BBC 방송은 "바이든 행정부가 이번 회담 결과에 만족할 것"이라며 "바이든에게는 중요한 국내적 승리"라고 평가했다.

군사 채널 복구로 양측 갈등이 계속해서 고조된 남·동중국해 리스크를 크게 낮출 수 있다. 또한, 미국 젊은 층을 위협해온 펜타닐 원료 단속 약속은 내년 대선을 앞둔 미국에서 바이든 대통령에게 중요한 소득이라는 분석이다.

미 CNN 방송은 "바이든 대통령과 보좌관들은 이번 회담을 둘러싼 정치적 배경을 아주 잘 인지하고 있다"고 짚었다.

제이크 설리번 백악관 국가안보보좌관은 회담 전에 바이든 대통령이 "시진핑과 마주 앉는 것이 미국의 이익을 보호하고 미국 국민의 우선순위에 진전을 이룰 수 있다는 점을 미국 국민에게 보여줄 실질적인 방법을 찾고 있다"고 말하기도 했다.

또한 미 당국자들은 회담에 앞서 "성과를 담은 긴 목록, 심지어 공동성명도 기대하지 않는다"면서 기대감을 신중히 관리하려는 모습이었다고 CNN은 전했다.

CNN은 이번 회담 결과와 관련해 "긴장이 갈등으로 넘어가지 않도록 하는 노력"이 있었다고 짚었다.

두 정상은 최대 현안인 대만 문제와 관련해서 '실질적'인 의견을 주고받는 등 상대방에게 "대단히 솔직한" 모습이었다고 한다.

다만, 대만 문제나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중국의 핵전력 같은 민감한 문제와 관련해 논의가 이뤄지기는 했어도 별다른 진전은 없었던 것으로 분석되고 있다.

미 일간 뉴욕타임스(NYT)는 "계속 대화하겠다는 약속을 제외하고는 결과물이 없었다"며 "공동성명 발표도 없었고 양국을 갈등으로 몰고간 현안들에 대해서는 거의 진전이 없었다"고 평했다.

대만과 관련해서 긴 논의를 했고 남·동중국해를 둘러싼 긴장, 양국의 기술 경쟁과 미국의 대중국 수출 통제 같은 민감한 현안들이 논의됐으나 양국의 기존 접근법에서 변화는 없었다.

바이든 대통령은 이날 기자회견에서 질문을 받고 시 주석을 '독재자'로 호칭하는 돌발 발언을 하기까지 했다.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기자회견을 하고 있다. [AP=연합뉴스]

WSJ은 "대단치 않았던 정상회담 진전이 양국간 깊은 의견 불일치로 조만간 시험대에 오르게 될 것"이라고 관측했다.

미 정보 장교 출신인 데니스 와일더 조지타운대 연구원은 이날 회담이 "관계에 방화벽을 설정했다"면서도 "이 긍정적인 순간의 취약성은 작은 균열도 큰 위기로 이어질 수 있을 만큼"이라고 경고했다.

이밖에 국제사회가 경제규모 1, 2위 국가에 기대하는 기후 대응과 관련한 회담 성과도 없었던 것으로 지적된다.

NYT는 바이든 대통령이 정상회담 후 단독 기자회견에서 기후변화에 대해 언급하지 않았다면서 "바이든 행정부가 기후 문제를 핵심 외교정책이나 국가안보 현안으로 보고 있다고 주장하지만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는 것"이라고 꼬집었다.

cherora@yna.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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