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기현號, 혁신안 안 받나 못 받나…커지는 與 '혁신위 무용론'
총선기획단·공관위 구성 이후에나 논의될듯
청년비례대표·공천 20% 배제 등 통과 난망
험지론에 반기 든 중진…김기현 결단 목소리도
[이데일리 김기덕 기자] 국민의힘 혁신위원회인 인요한호(號)가 거센 풍랑으로 좌초될 위기에 빠졌다. 당 지도부가 출범 초기 혁신위에게 전권을 부여하겠다는 약속과 달리 총선 험지 출마, 공천 개혁 등 핵심안을 절차·시간적인 이유로 차일피일 미루면서 혁신위 조기 해체설마저 나오고 있다. 결국 알맹이 빠진 ‘맹탕 혁신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나온다.
전권 부여했지만 ‘빈손 혁신안’ 우려…조기 해체설도
국민의힘은 16일 오전 국회에서 최고위원회를 열고 혁신위가 지난 9일 의결한 ‘3호 혁신안’을 보고받았다. 주요 안건은 △비례대표 당선권 청년 50% 공천 의무화 △청년 전략 지역구 선정 △청년 공천 대상자를 위한 공개 오디션 △정부 기구 및 지방자치단체 산하 모든 위원회에 청년 참여 확대 등이다.
앞서 당 지도부는 1호 혁신안인 대사면 안건을 최고위원회의에서 즉각 의결했다. 다만 이후 의원정수 감축, 현역 의원 평가 하위 20% 공천 배제 등을 담은 2호 혁신안을 비롯해 당 지도부·영남권 중진·친윤(親윤석열대통령)의 불출마 및 험지 출마 권고안, 이날 보고된 3호 혁신안은 추가적인 논의를 거쳐 결정하기로 했다.
박정하 국민의힘 수석대변인은 이날 회의를 마치고 기자들과 만나 “1호 사면 안건과 달리 2호·3호 혁신안은 법률이나 당헌·당규를 개정하거나 총선 일정에 따라 구성될 총선기획단·공천관리위원회에 넘겨 결정하는 과정을 거쳐야 한다”며 “당 지도부의 불출마 등에 대한 논의는 없었다”고 말했다.
오신환 국민의힘 혁신위원은 이날 국회에서 기자들과 만나 “혁신위의 권고안이나 의결안을 내도 당 지도부가 이를 수용하지 않고 거부하거나 받아들이지 않으면 스스로 해체하는 것 외에는 방법이 없다”며 “내일도 4호 혁신안 발표를 할 예정인데 당의 정치적 결단을 위해선 물리적인 시간도 필요하기 때문에 혁신위 내부에서도 고민이 있다”고 말했다.
대통합 가치도 무색…공천 개혁안에 중진 반발
앞으로 혁신위가 넘어야 할 산은 많다. 당장 혁신위 활동기한이 내달 24일까지로 당장 한 달여밖에 남지 않은 상황에서 1호 혁신안이 유일하게 당내 허들을 넘었지만 사면 대상자인 이준석 전 대표, 홍준표 대구시장 등이 당과 엇박자 행보를 보이면서 대통합이라는 가치가 무색해졌다는 평가다. 또 민감한 이슈인 총선 공천과 관련한 대안을 제시했지만 당장 통과 가능성이 요원한데다 당 중진들의 반발이 나오는 등 잡음이 끊이지 않고 있다.
당 핵심 관계자는 “혁신위원에 속한 2030세대 위원들은 당의 구조나 국회를 제대로 이해하고 있지 못하고 있는 것 같다”며 “혁신안들을 모았다가 제도를 개혁하고 나중에 공천에 반영하면 되는데 너무 급하다”고 말했다. 이 관계자는 이어 “2호 혁신안을 보면 선출직 의원 하위 20% 공천 배제를 주장했는데 이미 우리 당은 총선 때마다 30~40%를 바꿔왔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인 위원장의 광폭 행보가 결국 본인을 위한 정치라는 지적도 나온다. 국민의힘 한 중진 의원은 “최근 혁신위원장의 행보를 보면 자기 정치를 노린 것으로 보여진다”며 “이미 험지인 수도권에서 승리하기 어려워 지난 총선 때 영남권으로 빠진 현역들이 다시 돌아오긴 쉽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또 다른 중진 의원은 “영남권 중진들은 모든 인적 자산과 정치적 무형자산이 묻혀 있는 곳을 떠나 새로운 곳에 도전하는 것 자체가 두려울 것”이라며 “험지 출마 안건은 가능성이 낮아 보인다”고 말했다.
신율 명지대 정치외교학과 교수는 “혁신위가 제시한 혁신안은 당 지도부가 총선을 앞두고 가장 임팩트가 클 시기에 이를 전격 수용할 가능성이 있다”며 “가장 중요한 것은 결국 김 대표의 결단”이라고 말했다.
김기덕 (kiduk@edaily.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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