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빨리 천천히 꼼꼼히 심사해주세요" 파두에 터진 금감원의 새우등
파두 사태가 커지면서 예비 상장 기업의 증권신고서를 심사하는 금융당국의 책임론도 불거졌다. 불과 5~6개월 전만 해도 당국의 깐깐한 심사에 IPO(기업공개) 문턱 넘기가 힘들다는 비판이 많았는데 상황이 뒤바뀐 셈이다. 당시 보다 빠른 심사를 약속했던 금융당국도 증권신고서 심사 딜레마에 직면했다.
16일 금융감독원에 따르면 파두는 증권신고서를 지난 6월30일 처음 제출했고 지난 7월13일 한 차례 수정을 거쳐 그달 26일 발행조건을 확정했다. 한 차례 증권신고서 내용을 정정했지만 예정대로 공모를 추진했다.
파두가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시기는 절묘했다. 당시는 금감원의 잇따른 증권신고서 정정 제출 요구에 기업들의 상장 일정이 지연되고 일부는 상장을 철회해 비판받던 때였다.
올 초 국내 엑셀러레이터(AC) 최초 증시 상장을 준비했던 블루포인트파트너스는 세 차례 증권신고서 정정 끝에 수요 예측 전 공모 철회 결정을 내렸다. 지난 7월 중순 코넥스 상장기업인 틸론도 금감원 퇴짜에 코스닥 이전 상장에 실패하고 당시 대표였던 창업자 최백준 의장이 책임지고 대표이사직에서 물러났다.
실제 금감원의 현미경 심사에 지난 5월까지 IPO 증권신고서를 제출한 38건 중 22건(57.9%)의 수요예측 및 청약일이 최소 7일에서 최대 125일까지 미뤄졌다. 금감원의 정정신고서 제출요구를 받은 후 회사는 3개월 이내에 정정신고서를 제출해야 한다. 증권신고서는 제출한 날로부터 영업일 기준 15일 지난 후 효력이 발생한다. 이 때문에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청약 등 상장 일정이 줄줄이 밀렸다.
이 같은 불만에 지난 7월 초 금감원은 17개 증권회사 IPO 주관업무 담당 임원을 불러 모아 간담회를 열고 IPO 증권신고서 심사를 제출 일주일 내 집중 심사하겠다고 밝혔다. 최소 1회 이상 대면 협의(발행사·주관사)를 원칙으로 운영해 수요예측일·청약일 등 주요 일정 변경을 최소화하겠다는 방침이었다. 또 정정으로 효력이 재기산되더라도 기간 변경은 최대 일주일 내외 수준으로 상장 절차의 예측가능성을 높였다.
하지만 정정 요구가 많아지면 수요예측·청약 등 일정이 과도하게 변경된다. 평판이 악화해 청약에 부정적인 영향을 줄 수도 있다는 단점도 있다. 이경준 혁신IB자산운용 대표는 "향후 있을 기술특례 등 당국 심사에 더 엄격한 잣대가 적용될 것으로 보인다"며 "아마 Pre IPO로 투자한 비상장 등 기술특례상장을 준비했던 비상장사 몇 곳은 오래 시간을 기다려야 할 것"이라고 말했다.
증권신고서 심사 방향성에 대해 금융당국의 고민이 깊어지는 지점이다. 금융당국 관계자는 "투자자 보호라는 명제가 제일 중요하지만 (반발도 있어) 방향성을 어떻게 가져가야 할지 고민"이라고 말했다.
정혜윤 기자 hyeyoon12@mt.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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